출처=Climate Reanalyzer
출처=Climate Reanalyzer
폭염의 맹위가 대단하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르면 폭염의 기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약 2주 전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무더위로 각종 인명, 금전적인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도 폭염을 재난에 포함시키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일까? 우리나라의 피해상황과 함께 폭염으로 신음하고 다른 나라의 상황을 살펴봤다.

▲한국,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될 가능성 커져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6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소방대 차량이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6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소방대 차량이 제주국제공항 활주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이달 11~23일 전국 평균기온은 33.6도로 예년에 비해 무려 5도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기상청이 현재의 폭염과 열대야가 앞으로 2주는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내놓으면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25일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5월 20일부터 지난 23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1,303명으로 보고됐다. 지난 21일 온열질환자가 1,043명으로 집계된 점을 고려하면 불과 이틀 새 300명이 늘어난 셈이다.

또한 이 시기에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4명이었고 지난주에만 9명이 숨져 폭염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1994년(30명 사망)과 2016년(17명 사망)보다 더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폭염에 의한 피해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폐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내륙 일부 지역에 40도가 넘는 기온이 관측되는 등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자 전국적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2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지난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전국 곳곳에서 총 217만 7,237만 마리가 폭염으로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종류별로 보면 닭이 204만 2,438마리로 가장 많았고 오리 10만 4,868마리, 메추리 2만 마리, 돼지 9,430마리 순이었다. 집계되지 않은 수치를 합산하면 축산농가의 피해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41.1도까지 올라 일본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더워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일본이 더 심각하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2시 16분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의 기온이 41.1도까지 치솟으면서 일본 기상관측 역사장 가장 높은 기온으로 기록됐다.

뿐만 아니라 이날 도쿄도 오메시는 최고 기온이 40.8도를 기록해 최초로 도쿄도에서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어섰으며 일본 동북부에서 남서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습기를 머금고 열을 발산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를 잡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고온현상으로 일본 내에서 온열질환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3일 사이타마현 지치부시에 사는 한 남성(90세)이 열사병 증세로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으며 이바라키현과 도치기현에서도 80대 여성과 90대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1일에도 11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고 이어 22일에도 3명이 숨지는 일본은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도쿄소방청은 지난 22일 폭염에 따른 응급환자 구급 출동건수가 3,125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혀 하루당 출동 건수로 구급업무를 개시한 193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폭염으로 인명피해가 계속 발생하자 일본 기상청은 전국에 고온주의보를 발령하고 열사병 등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미국·캐나다 등 북미지역 덮친 폭염, 사망자 증가

폭염은 한국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도 기록적인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요 지역은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잇달아 경신했으며 LA타임스는 당분간 이같은 무더위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한 올해 들어 현재까지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최고 기온은 42.2℃로 관측됐다. 이 기록은 지난해 같은 시기까지 최고 기록이었던 36.6℃에 비해 5℃ 이상 높은 수치다. UCLA의 데이비드 닐린 교수는 "20년 전 집을 사서 수리했을 때만 해도 다들 에어컨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이상고온 현상을 역설했다.

캐나다 역시 폭염이 덮쳐 관련 질환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1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퀘벡 주 보건당국은 지난 7일 기준으로 퀘벡주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주민이 8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달부터 이 지역에는 매일 최고 31.7~35.3℃의 고온이 이어지고 있고 습도까지 높아 체감 온도는 무려 4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유럽까지 덮친 폭염…스웨덴 피해가 특히 심해

유럽연합(EU)의 지구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에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러시아 등 북극권 한계선 일대 국가에서 고온으로 인한 산불 피해가 최소 11건에 달했다. 특히 스웨덴의 피해가 가장 컸는데 스웨덴 당국은 산불로 위험에 처한 4개 지역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키는 조치를 취했고 주민 수만명에게 모든 문을 닫은 채 집안에 머물도록 지시했다.

스웨덴의 이러한 상황에 이웃국가들도 도움에 나섰다. 노르웨이는 스웨덴 당국의 요청에 화재진압용 헬기 6대를 파견했으며 이탈리아도 한 번에 최대 6천ℓ의 물을 투하할 수 있는 수륙양용 소방비행기를 파견했다.

하지만 워낙 기록적인 폭염 탓에 화재진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웨덴 소방당국은 서부 지역 알브달렌 숲에서 화재진압 활동을 하다가 인근에 있는 포병대 훈련 장소에서 불볕더위로 포탄이 폭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돼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또한 스웨덴 웁살라에서는 국립공원 내 취사활동이 전면 금지됐다. 이유는 스웨덴 당국이 앞으로 기온이 30℃를 넘어간다는 기상예보가 있어 화재 발생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도 앞으로 수주동안 유럽 북부 및 중부 지역에서의 화재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에는 기온이 높은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작년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11월까지 화재 피해가 잇따르며 수천 ㏊에 이르는 산림과 농지가 불탔다. 그러나 올해는 북반구 쪽에서 유례없는 고온과 폭염으로 화재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폭염으로 아크로폴리스 신전 폐쇄한 그리스
그리스는 기온이 40도가 넘는 불볕더위로 수도 아테네 외곽에서 2건의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하는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스 당국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테네 서부의 산악 지대와 북동쪽의 펜텔리 지역 등 아테네 외곽 2곳에서 전날 대형 산불이 발생해 수십 가구가 대피하고 아테네와 코린트를 잇는 주요 고속도로가 봉쇄됐다고 밝혔다.

드미트리스 자나코풀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이번 산불로 현재까지 최소 20명이 숨지고 최소 69명이 부상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부상자 다수는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40대의 소방 차량, 여러 대의 소방 헬리콥터 등이 동원돼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불길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이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주민들에게 즉각적인 대피를 독려하고 있어 현지 주민들이 자동차나 모터 자전거 등을 타고 황급히 마을을 떠나는 모습이 속속 목격되고 있다. 주민과 관광객들은 불길을 피해 아테네 동부의 해변으로 대피해 해상구조대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산불로 가옥 수십 채와 차량이 불타고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화재 진압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40도가 넘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며 당국이 산불 발생 위험을 경고한 데 이어 22일에는 아테네는 관광객 등의 열사병을 우려해 도시의 상징인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하기도 했다.

▲폭염의 전세계화와 국제적인 대책 논의

이같은 이상고온 현상은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계속된 폭염으로 보건당국이 지난 주말 8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하고 야외 활동 자제를 당부했고 시베리아 지역에서도 고온으로 화재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환경학자들은 이같은 극단적 폭염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우려섞인 분석을 제시했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에너지기구'는 냉각 장치가 없어 위험에 처한 인구가 11억명에 이른다고 발표하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고온의 기후 환경을 가진 52개국에 대한 조사를 토대로 "환경이 매우 나쁜 사람만 꼽았을 때 11억명이며 또 다른 23억명도 크고 작은 냉방 관련 문제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하며 국제적 공조를 촉구했다. 특히 방글라데시, 브라질,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수단 등 9개국의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돼 대책이 절실하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은 오는 12월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온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 등)신흥국에서도 온난화 대책을 강화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출처=Climate Reanalyzer
출처=Climate Reanalyzer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