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미뤄뒀던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많다. 건강검진 중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다 보면 흔하게 발견되는 것 중 하나가 용종이다. 대장암의 씨앗으로 불리는 용종을 미리 떼어내면 암이 생기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대장암은 직장과 결장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이다. 50세 이상 중년 남성에게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운동부족, 과체중, 스트레스 등으로 젊은 환자, 여성 환자도 늘고 있다. 지방을 과도하게 많이 섭취하고 술을 자주 마시는 잘못된 습관이 있으면 대장암이 생길 위험이 높다. 대장암 증상과 치료법,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대장암, 젊은 여성 발병률 높아져… 30대 중반부터 내시경 검사 받아야
변비 등 배변습관 변화 있으면 의심

대장암이 생기면 설사를 자주 하거나 변비를 호소하는 등 배변습관이 바뀐다. 이길연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변이 가늘어졌거나 배변 후 잔변감이 심하고 혈변, 검은색 변이 생기는 것도 의심증상”이라며 “복통, 복부팽만 등 불쾌감이 있거나 쉽게 피로하고 소화불량 구토 식욕부진 등이 있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전에는 중년 이후 남성이 주로 걸리는 암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여성 대장암 환자도 늘고 있다. 특히 1999~2012년 여성 대장암 발생률은 매년 4.3%씩 증가했다. 65세 이후 고령 여성이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폐경 후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줄면서 내장지방이 쌓여 뱃살이 늘어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복부비만이 있으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30~40대 사이 젊은 대장암 환자도 많다. 이 때문에 대장암 검사를 권고하는 연령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과거에는 45세 이상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2년이나 3년에 한 번 검사받는 것을 권장했다. 최근에는 만 35세 이전에 대장내시경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면 검사받아 보는 것을 권한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매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전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장암 수술 70% 이상, 복강경으로 진행

대장내시경 검사는 항문을 통해 내시경을 대장 안으로 넣어 대장 점막을 관찰하는 검사다. 대장암으로 진단받았더라도 초기라면 내시경 시술로 절제하기도 한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서는 장 안을 깨끗이 비우는 장 청소를 해야 한다.

김정욱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검사할 때 대장에 음식이나 대변이 남아 있으면 용종은 물론 대장암 발견이 어렵다”고 했다. 검사 전날이나 당일 장정결제를 복용하는데 물을 포함해 3L 이상을 먹어야 하고 맛도 이상해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등과 같은 항혈전제를 먹는 환자는 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용종을 절제할 때 출혈이 심해질 위험이 있다. 다만 약을 끊으면 심장 질환 등의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담할 때 약 복용 사실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검사할 때는 대장을 정확히 관찰하기 위해 장 속에 공기를 주입한다. 이 때문에 복부팽만, 복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일부는 장 점막이 손상돼 장이 터지거나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심한 복통이 지속되거나 항문으로 피가 나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암 진단을 받았다면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수술이다. 대장암은 종양 부분을 충분히 절제하고 암 세포가 퍼질 위험이 있는 림프절도 함께 떼어낸다. 최근에는 배를 열지 않고 작은 구멍을 내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넣는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한다. 국내 대장암 수술 중 복강경으로 하는 수술은 70%가 넘는다. 복강경 수술은 절개 부위가 작고 주변 장기를 많이 건드리지 않아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다만 암이 주위기관으로 퍼져 여러 곳을 절제해야 하거나 장이 심하게 들러붙어 있을 때, 장 천공 등이 있을 때는 배를 크게 여는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

직장암 환자는 로봇 수술도 많이 한다. 직장암은 수술 후 항문 보존 여부에 따라 환자 삶의 질이 달라진다. 로봇을 활용하면 수술 시야가 넓고 의사의 손떨림을 보정할 수 있어 항문 보존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암 항암제치료, 구토 등 심하지 않은 편

대장암 완치를 위해 수술한 환자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맹치훈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수술로 충분하지 않아 추가 항암제 치료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보조 항암제 치료는 계획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시행하는 치료로, 재발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는 일부 2·3기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 등 세포독성항암제를 플루오르우라실과 함께 섞어 처방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최근에는 혈관신생억제제나 표피성장인자수용체 차단제 등도 치료에 활용한다. 이들 표적항암제는 암 자체의 유전적 특성에 맞춰 사용 여부가 결정된다. 암의 특성에 따라 투여 대상 환자가 달라진다. 맹 교수는 “표적항암제를 마치 기적의 신약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기존 치료 효과를 조금 더 강화하는 역할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항암제를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다. 대장암 항암제는 울렁거림, 구토 등의 부작용이 환자가 걱정하는 것만큼 심하지 않다. 최근에는 미리 구토나 울렁거림을 억제하는 예방약도 발달해 이전보다 수월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일부 약제 때문에 탈모가 생길 수 있지만 약을 투여하고 나면 회복된다. 손발 저림증, 입안이 허는 증상, 장염, 손·발바닥 피부가 벗겨지거나 물집이 잡히는 증상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부작용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이 아예 없는 환자도 있다. 심하다면 주치의와 상의해 약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2~3기 진단 환자는 방사선 치료도 받아야 한다. 일부는 피로감, 항문 및 회음부 염증, 설사, 복통, 배뇨·배변 장애, 성 기능 장애 등을 부작용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이들 증상은 대부분 경미해 다른 약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대장암, 젊은 여성 발병률 높아져… 30대 중반부터 내시경 검사 받아야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에는 금연, 금주, 규칙적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도움된다.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비만한 사람이 대장암 발생 위험이 높다. 운동은 대장암 발생 위험을 평균 40~50% 정도 낮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짧은 거리는 걷기, 계단 오르기 등 평소 신체활동을 늘리는 습관을 익히는 게 도움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길연 경희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김정욱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맹치훈 경희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