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2018년 임금협상을 27일 타결했다.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오른쪽)과 하부영 노조위원장이 이날 울산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임금협상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사가 2018년 임금협상을 27일 타결했다.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오른쪽)과 하부영 노조위원장이 이날 울산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임금협상 조인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이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노사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였다. 8년 만의 여름휴가 전 완전 타결이다. 실적 악화 및 ‘트럼프발(發) 관세폭탄’ 우려 등을 둘러싼 노조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회사가 어려운데도 노조가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투쟁 깃발을 내려놓은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노조원 63.4% ‘찬성’

현대차 노조는 26일 전체 조합원 5만573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 노사가 내놓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일지 묻는 찬반투표를 했다. 투표자 4만2046명(투표율 83.1%) 중 2만6651명(63.4%)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다. 반대표는 1만5354명(36.5%)에 그쳤다.

현대車 노사, 폭염 잊게 한 악수!
노조원들이 받아들인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격려금 250%+280만원 지급△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합의안엔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부품 협력사에 5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 지원 △품질·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출펀드 1000억원 지원 △도급·재도급 협력사 직원 임금 안정성 확보 등도 포함됐다.

하언태 부사장과 하부영 노조위원장(지부장) 등 노사 대표는 27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임금협상 타결 조인식을 열었다. 지난 5월3일 첫 상견례 이후 85일 만이다. 2010년 임금협상 당시 45일 만에 타결된 후 가장 짧은 기간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노사 1차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돼 해를 넘겨 올초 타결될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

올해 파업도 2011년 무파업 이후 최소 규모였다. 현대차 노조는 12일부터 이틀간 부분파업만 벌였다. 지난해와 2016년 24차례 부분 및 전면 파업을 반복해 회사가 수조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과 대비된다.

◆“車산업 위기의식에 공감”

이날 임금협상 잠정합의안과 별도로 투표한 완전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안건도 가결됐다. 완전한 주간연속 2교대제는 심야근무를 20분 줄여 2조(오후 출근조)의 퇴근시간을 현행 0시30분에서 0시10분으로 앞당기는 게 핵심이다. 그 대신 임금을 보전하고, 라인별 시간당 생산량(UPH)을 0.5대 늘리기로 했다. 급변하는 국내외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라인·차종별 생산물량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노사가 함께 찾기로 했다. 이 시행안은 내년 1월7일부터 적용된다.

업계에선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노조원들을 움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벼랑 끝에 섰다는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판매 부진에다 중국의 추격, 환율 하락, 환경 규제 강화, 미·중 무역전쟁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아서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1~6월) 영업이익은 1조63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 쪼그라들었다. 자동차산업을 떠받쳐온 부품업체도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올 들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맞물리며 1년 넘게 고전해온 후유증 탓에 고사(枯死)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폭탄까지 맞닥뜨리면 한국 자동차 및 부품산업 생태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수년간 반복돼온 노사 교섭 장기화 및 파업에 따른 조합원의 피로감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켜도 회사 손실만 커질 뿐, 조합원들로선 더 얻을 게 없다는 현실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