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매미 소리 달라지고 도심에 양치식물… 한반도 생태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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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기상이변
폭염 덮친 한반도 '아열대化' 심각
길어진 여름, 폭염일 10년새 37%↑
중국産 말매미 동남아 새 늘고
토종 나비 보기 힘들어져
침엽수도 갈수록 사라져
고랭지 배추 유명한 강원
사과·복숭아·포도 주산지로
겨울 짧아져 김 양식 타격
축산업계 폐사 217만마리
고장난 지구 대기순환 시스템
여름 폭염, 겨울 이상한파 '일상화'
온실가스 배출이 주원인
韓, OECD 중 네번째로 많아
폭염 덮친 한반도 '아열대化' 심각
길어진 여름, 폭염일 10년새 37%↑
중국産 말매미 동남아 새 늘고
토종 나비 보기 힘들어져
침엽수도 갈수록 사라져
고랭지 배추 유명한 강원
사과·복숭아·포도 주산지로
겨울 짧아져 김 양식 타격
축산업계 폐사 217만마리
고장난 지구 대기순환 시스템
여름 폭염, 겨울 이상한파 '일상화'
온실가스 배출이 주원인
韓, OECD 중 네번째로 많아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국내 생태계 지도가 바뀌고 있다. 연이은 폭염으로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가 오랜 기간 더워지면서 상대적으로 서늘하고 추운 곳에서 서식하던 토종 식물과 동물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채소, 과일, 어류, 해조류 등 먹거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반도 생태계 급변
올여름 도심지 매미 소리가 예전보다 커진 것도 기후변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남부지역에서 유입된 외래종 말매미가 도심지에 퍼지면서 토종 참매미가 사라지고 있다. 토종 참매미는 섭씨 27도를 기준으로 활동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반면 말매미는 27도부터 ‘합창’을 시작한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말매미가 열섬현상이 있는 도심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소리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관계자는 “붉은부리 찌르레기, 노랑배박새가 늘고 있고, 과거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던 쇠백로도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나비도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한용구 국립생태원 자연환경조사팀 연구원은 “나비들은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더 서늘한 북쪽지역이나 고도가 높은 산 위로 올라가는데 이런 과정에서 일부 토종 나비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용도로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국산 구상나무를 비롯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림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박형철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서식 중인 침엽수의 50%는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열대 지역에서만 살던 양치식물류가 서울 등 도심지에서 분포하기 시작했고 한라산 정상과 설악산 능선부에 초원이 사라지고 있다.
◆밥상지형도 바뀐다
수년째 반복되는 폭염에 특산물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하던 강원도는 이제 사과(정선·영월·양구), 복숭아(춘천·원주), 포도(영월), 인삼(홍천·횡성·춘천)의 주산지로 변했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열대성 과일도 경북, 경남, 전남 등 남해안에서만 재배가 가능했지만 충남, 충북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폭염 피해는 어촌에서도 뚜렷하다. 연일 영상 35도 이상 지속되는 폭염에 난류성 어종인 멸치나 오징어 어획량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전남 장흥군 회진리 연안 수온은 한때 아열대 지역 바다(28~29도)와 동일한 28.5도를 기록했다.
겨울에 수확을 거두는 김 양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겨울이 짧아지고 있는 탓이다. 안종관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겨울이 짧은 탓에 예전 품종으로는 생산량이 나오지 않는다”며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축산산업도 폐사가 늘면서 비상이 걸렸다.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지난 25일 기준 217만 마리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만 마리 늘어난 것이다. ◆40% 가까이 늘어난 한반도 폭염
한반도의 여름은 매년 길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2008~2017년 125.9일로 1998~2007년(91.6일)에 비해 37.44% 증가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뚜렷이 구분되는 사계절 기후패턴도 봄과 가을이 사라지는 징조가 뚜렷하다. 또 서울 일평균 기온이 35도 이상인 날도 1998~200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0.5일에 그쳤지만 2008~2017년 2.7일로 10년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지난 5월 서울 봄비는 시간 당 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다 뚝 그치기를 반복하는 열대 지방의 ‘스콜’에 가까웠다.
해수온도도 올랐다. 한국 연안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15년까지 1.11도 올랐다. 같은 기간 세계 표층 수온이 0.43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2.5배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춰야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볼 때 OECD 가입국 중 네 번째로 많다. 지구온난화는 태양에너지가 지표면에 흡수된 후 우주로 방출되는 열을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붙잡아두면서 지구촌이 데워지는 효과를 말한다. 특히 북극이 뜨거워지면서 빙하가 녹고, 이로인해 엄청난 양의 열과 수증기가 발생하면서 제트기류를 약화시켜 지구촌 대기 순환 시스템이 고장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름엔 폭염이, 겨울엔 이상한파가 일상화된 이유다.
박진우/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한반도 생태계 급변
올여름 도심지 매미 소리가 예전보다 커진 것도 기후변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 남부지역에서 유입된 외래종 말매미가 도심지에 퍼지면서 토종 참매미가 사라지고 있다. 토종 참매미는 섭씨 27도를 기준으로 활동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반면 말매미는 27도부터 ‘합창’을 시작한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말매미가 열섬현상이 있는 도심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새소리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관계자는 “붉은부리 찌르레기, 노랑배박새가 늘고 있고, 과거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던 쇠백로도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나비도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한용구 국립생태원 자연환경조사팀 연구원은 “나비들은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더 서늘한 북쪽지역이나 고도가 높은 산 위로 올라가는데 이런 과정에서 일부 토종 나비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용도로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국산 구상나무를 비롯해 전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림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박형철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서식 중인 침엽수의 50%는 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열대 지역에서만 살던 양치식물류가 서울 등 도심지에서 분포하기 시작했고 한라산 정상과 설악산 능선부에 초원이 사라지고 있다.
◆밥상지형도 바뀐다
수년째 반복되는 폭염에 특산물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하던 강원도는 이제 사과(정선·영월·양구), 복숭아(춘천·원주), 포도(영월), 인삼(홍천·횡성·춘천)의 주산지로 변했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열대성 과일도 경북, 경남, 전남 등 남해안에서만 재배가 가능했지만 충남, 충북에서도 재배하고 있다.
폭염 피해는 어촌에서도 뚜렷하다. 연일 영상 35도 이상 지속되는 폭염에 난류성 어종인 멸치나 오징어 어획량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전남 장흥군 회진리 연안 수온은 한때 아열대 지역 바다(28~29도)와 동일한 28.5도를 기록했다.
겨울에 수확을 거두는 김 양식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겨울이 짧아지고 있는 탓이다. 안종관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겨울이 짧은 탓에 예전 품종으로는 생산량이 나오지 않는다”며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축산산업도 폐사가 늘면서 비상이 걸렸다.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 수는 지난 25일 기준 217만 마리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만 마리 늘어난 것이다. ◆40% 가까이 늘어난 한반도 폭염
한반도의 여름은 매년 길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국의 폭염(일 최고기온 33도 이상) 일수는 2008~2017년 125.9일로 1998~2007년(91.6일)에 비해 37.44% 증가했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뚜렷이 구분되는 사계절 기후패턴도 봄과 가을이 사라지는 징조가 뚜렷하다. 또 서울 일평균 기온이 35도 이상인 날도 1998~200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0.5일에 그쳤지만 2008~2017년 2.7일로 10년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지난 5월 서울 봄비는 시간 당 2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다 뚝 그치기를 반복하는 열대 지방의 ‘스콜’에 가까웠다.
해수온도도 올랐다. 한국 연안 표층 수온은 1968년부터 2015년까지 1.11도 올랐다. 같은 기간 세계 표층 수온이 0.43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2.5배 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춰야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볼 때 OECD 가입국 중 네 번째로 많다. 지구온난화는 태양에너지가 지표면에 흡수된 후 우주로 방출되는 열을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붙잡아두면서 지구촌이 데워지는 효과를 말한다. 특히 북극이 뜨거워지면서 빙하가 녹고, 이로인해 엄청난 양의 열과 수증기가 발생하면서 제트기류를 약화시켜 지구촌 대기 순환 시스템이 고장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름엔 폭염이, 겨울엔 이상한파가 일상화된 이유다.
박진우/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