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대중영합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대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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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하루를 ‘분초’ 단위로 움직인다. 하루 휴식은 많아야 10분 가량이다. 비상걸린 한국당을 구하려면 쉴 틈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정당정치 ‘데뷔’는 일단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라는 프레임(틀)으로 규정하며, 대립 전선을 분명히 했다.
당내 전략도 뚜렷하다. 새로운 가치와 이념의 깃발을 토론을 통해 새로 꽂자는 게 핵심이다. 깃발을 같이 들 의지가 없는 이들은 탈당하라는 ‘메시지’다. 공천권 없는 ‘바지사장’이란 비판에 대한 김병준식 돌파다. 신문, TV, 라디오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며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전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7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자율사회’라는 그의 신념에서부터 탈원전, 집값잡기, 세법, 산업정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대중영합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정말 어려워도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참아달라, 억울해도 양보해달라,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민생 호프’ 어떻게 보셨나요.
“호프집에 안가도 정부가 들을 건 듣고 있겠죠. 경제부처가 노는 부처도 아니요. 청와대 민정수석실 쪽에서 오는 정보들도 살아있는 정보들이 많이 올라가고 있을 겁니다. 대통령은 아마 확인하러 가신 거 아니겠나 싶습니다. 실질적인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하기 위해서 간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퍼포먼스로 간 것인지, 저는 구별이 잘 안됩니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갔다는 소리도 있는데 일종의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도 지울수는 없고요. 거기 가고 안 가고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생각의 전환, 방향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가 요즘은 포용적 성장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원래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은 그동안에도 많이 써왔죠. 따뜻한 자본주의나 과거 동반성장이란 말도 다 비슷해요”
▶새롭게 정립하려는 이념과 뭐가 다른가요.
“뭐든지 비슷해 보일 수가 있는네 문제는 실천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요. 실천할 수 있는 정도의 구도가 돼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가 뭐냐면 성장 동력의 출발을 어디서부터 해야하느냐를 놓치고 있다는 겁니다. 미시산업정책부터 다시 말해 산업구조조정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이걸 못한다는 거죠. 많은 부분에서 노동조합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에요.
이 정부가 노조를 건드리지 않고 산업정책을 쓰려고하니까 산업정책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산업구조조정 등 본질적인 문제가 정책으로 잘 나오지 못하는 거고요.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갈까 고민하는 게 최우선이고, 그리고 의지를 밝히는게 우선인데 호프집에 간다고 그게 해결되겠느냐는 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진보이론엔 성장이 빠져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한국의 진보가 그렇다는 겁니다. 케인즈의 유효수요 이론만해도 성장에 대한 이론이 있어요. 성장이론이 없으면 진보는 상당히 곤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성장이 없으면 춥고 배고픈 사람이 항상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에요. 성장하지 않는 경제에선 늘 제로섬 게임이 일어납니다. 항상 힘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고, 힘없는 사람은 더 뺏기게 됩니다. 진보야말로 성장이론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의 진보에 성장이론이 없다는 증거가 바로 소득주도성장론이에요. 진보 정치하는 분들이 성장이론을 가졌다면 무엇때문에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소수이론으로 제시한 임금주도성장을 가져와서 소득이라고 바꿔서 쓸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요? 밖에서 가져온 이론이 우리 현실과 맞을리가 없습니다. 벌써 어긋난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자영업자 6~7%밖에 안됩니다. 일본도 12~14% 수준이에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16%고요.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적게잡아도 20%고, 많으면 30%까지 잡습니다. 자영업자 ‘레드오션’이 진행중인데 여기에다 소득주도성장을 가져와서 최저임금을 얘기하니까 레드오션에 있는 자영업자가 더 힘들게 되는거에요. 소득주도성장이론이 우리한테 안맞는건데 핵심이론으로 쓰고 있는 지금 상황이 정말 심각한 문제에요.”
▶한국당에서 보는 성장이론은 무엇인가요.
“최저임금만가지고 얘기를 한다고 하면 우선 자영업자수를 어떻게 줄이겠느냐, 이와 관련한 산업정책을 어떻게 짤 것이냐부터 논의해야 해요. 그런 산업정책이 먼저 혹은 같이 가면서 최저임금 정책을 시행해야한다는 거죠. 정책엔 선후가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자영업자 줄이는 정책은 없이 최저임금 정책이 가버리니까 최근과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산업고용을 늘려서 자영업 줄이는 것을 이 정부가 할수있느냐, 여기에 딜레마가 있겠죠. 노조나 다른 이해관계자 집단이 여럿 있어서 신산업정책, 규제완화 이런 것을 쉽게 내놓을 수없는 구조에요. 예를들어 현재 산업구조조정. 경쟁력없는 걸 구조조정하겠다고 하면 당장 노조가 반발할 겁니다. 물론, 자본도 망설이겠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고통을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다른 나라는 사회에 안정망이 깔려있습니다. 실업안전망, 평생교육체계 등이죠. 이런 안정망속에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신산업쪽으로 가는데 우리는 이게 없습니다. 노조 이기주의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자체가 없으니 노조는 반발할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신사업 정책을 밀고나갈수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이런문제를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게 무엇이냐를 논의해야 합니다. 여야가 제대로 합의해서 국민들에게 뭘 해주겠다가 아니라 참아주세요 양보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해나갸아 합니다”
▶정부의 기업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기업에 대한 전략은 크게 세가지에요. 하나는 경제력 집중의 문제죠. 삼성을 비롯해 한 회사가 돈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두번째가 지배구조의 문제인데 도덕적 해이와 관련된 쟁점이 나옵니다. 마지막 세번째가 공정성의 문제에요. 이 중에 정부가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 공정거래의 문제라고 봅니다. 갑이 갑질을 하거나 그래서 영세 중소기업, 협력업체 기술을 탈취하거나, 그쪽이 응당 가져가야할 몫을 뺏어 오거나, 이런 것은 정부가 정말 경찰노릇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공정거래의 문제는 정부가 깊이 들어가서 공정성을 확보해줘야하지만 지배구조나 경제력집중 문제에 과연 정부가 깊이 들어가는게 옳으냐는 얘기를 더 해봐야합니다. 제 생각에 현 정부는 너무 깊숙히 들어가 있어요. 그러니 삼성 20조 분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경제력 집중 문제도 함부로 나오고, 지배구조에 너무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안했으면 좋겠다, 정부는 공정거래 문제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자본주의를 천민자본주의라고 규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요소가 없는 건 아니죠. 일부 대기업 행태를 보세요. 직원들을 고용인이 아니라 하인부리듯이 한다거나 인격을 훼손한다거나 그런 것들을 보면 천민자본주의 얘기가 나오죠. 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회계만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투명해진 모습을 볼수 있죠. 전체 기업을 천민자본주의, 전체 시장을 천민자본주의시각으로 접근하고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면 안됩니다”
▶국가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것인가.
“자율적 통제 매커니즘이 제가 추구하는 구조에요. 국가가 통제하는게 아니라 시장안에서 경영자와 사용자, 소비자와 생산자, 투자자와 채권자가 상호 견제하면서 자율적 통제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겁니다. 신자유주의와는 달라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게 또 하나의 신념입니다. 불평등의 문제나 기회 소득 불균형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건 국가가 시정해줘야합니다.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국가가 보듬어 안아줘야 하고 시장에서 실패한 사람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겁니다. 아까 말한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실업안전망을 강화하거나 평생 교육기능 강화하는 건 국가의 기능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작은 정부가 목표고 중심적 가치로 삼지만 제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 국가의 보충적 역할, 자율체제를 근간으로하되 국가가 보충해주는걸 중시합니다”
▶‘작은정부’보다는 좀 더 큰 정부를 말하는 건가요.
“국가의 보충적 역할을 강조하는 건데 그 보충적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아요. 사회정책, 국방, 안보 평화 안전도 전부 국가가 관여할 요소인데 이 요소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겁니다. 굳이 이야기 드리자면 과거에 박정희식 국가주도적인 모델은 가부장적인 아버지형 정부라고 볼 수 있겠죠. 문재인 정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앞으로 좀 더 어머니 같은 정부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되, 실패하고 돌아온 자녀는 따뜻하게 보듬고 새로 일할 수 있게 격려해줘야합니다”
▶과거 보수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로 보십니까.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라고 이름 붙일정도까지 가봤나요? 박근혜 정부가 신자유주의냐, 아니에요. 교과서까지 국정으로 하겠다고하는데 그게 어떻게 신자유주의 국가입니까. 국가가 혁신센터 만들고 기업들 불러서 혁신하라고 하고, 이게 신자유주의 맞습니까. 판단을 잘못한거에요. 곳곳에 시장개입주의가 작동했습니다. 그것도 잘못 개입했죠.
제가 국가주의 이야기하니까 TV 앵커 한사람이 묻더군요. 생뚱맞다고요. 왜 문정부를 국가주의 정부라고하냐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먹방때문에 뱃살 나온다니까 그거 규제한다더라. 그게 국가주의적인 게 아니면 뭐냐고요. 남이 먹던 말던 놔두고 스스로 규제하도록 해야지 국가가 규제하겟다는게 말이됩니까. 매일같이 나오는게 국가가 규제한다는 뉴스에요”
▶문재인 정부의 국가개입 정도를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보면 어떻게 차이가 납니까.
“변화가 없어요. 그때도 국가 개입 줄이려고 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국가주의는 문재인 정부에만 해당되는 게 아네요. 그 앞의 정부 모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때부터 박정희 정부가 머리길이 치마길이까지 통제했던 것으로 이어진 겁니다. 사회가 이렇게 변하고 있고, 자원동원력과 지적능력을 다 갖춘 이런 시대엔 국가가 규제하기 앞서 개인은 자율적이어야하고, 시민은 국가의 모세혈관이 되는 그런 세상이 돼야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가 있을텐데요.
“근대화가 이뤄졌다거나 보릿고개 넘게 해줬다는 것도 있지만 그런 거 말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외국인 직접 투자를 막았다는 거에요. 대신에 차관을 가져와서 정부가 차관을 관리하면서 공여했죠. 만일 남미 국가처럼 외자 유치한다면서 직접투자 유치했다면 우리 나라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 산업이 아닌 바나나 공화국 라틴아메리카처럼 됐을겁니다. 상당히 강력한 권한으로 이를 차단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 생겼고요. 한편으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지만 외국인 직접투자를 막음으로써 우리 경제주권을 지킬수 있게 한 거죠”
▶당대표실에 있는 박정희 사진은 뗄 계획인가요.
“벽에 비해 사진이 너무 작고, 꼭 대표실에 있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붙였다고 하는데 그 의지를 존중하면 그냥 두는거고, 꼭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면 떼는거고요.”
▶법인세 인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세 부분은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개별 세목으로 들어가면 법인세는 떨어뜨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15년 동안에 OECD 국가 평균 법인세 인하율이 20%대로 떨어졌어요. 아일랜드는 12.5%, 동남아국가도 일년에 1%씩 떨어뜨리고 있어요. 일본도 20%대로 떨어뜨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쟁 하에 국가간 조세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만 홀로 높게 유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상속세도 마찬가지에요. 세계 주요 국가의 반이상이 상속세를 폐지했습니다. 세금 내면서 모은돈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이중과세 문제도 있고, 또 하나 문제는 텍스플라잇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세금이 높으니 다른 나라로 가는 거죠. 또 하나는 상속세 이야기할 때 잘못하면 적대적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상속세 내면 경영권이 약해지는 문제에요. 그래서 자꾸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다만 이런 조치들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을 리 없다는 게 고민이에요”
▶큰틀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국가가 보충적 역할을 하려면 재정수입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어디서 가져와야하냐, 이게 전체 틀속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겁니다. 다른 나라는 국가재정을 소득세에서 상당히 많이 충당합니다. 우리나라는 이게 약합니다. 면세자가 48% 가량이에요. 이런 모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우리가 아는 복지 국가들 보면 아주 극단적인 경우 덴마크를 예로 들 수 있어요. 세계에서 높은 수준의 복지를 구현하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이 59%에요. 누가 59%를 내느냐하면 근로자 평균소득의 1.2배만 되면 소득세 59%를 내야합니다. 우리돈으로 5500만원만 벌면 59%를 냅니다. 중산층이 조세부담을 엄청나게 한다는 거죠. 스웨덴 핀란드는 근로자 평균소득의 1.6배, 다시 말해 7000~8000만원만 벌면 소득세 59% 내는 겁니다.
여기에서부터 해서 심각한 고민을 해야합니다. 소득세 안 내는 사람들이 절반 가량 되는 구조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법인세나 상속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들이 나올겁니다. 우선 급하니까 한국당에서 법인세 인하, 상속세 폐지를 이야기하는건데 순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는 어쩔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업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면세를 줄이자는 건 이번 정부도 바라는 거 아닌가요.
“정확히 말하면 못하고 있는 거겠죠. 그래서 내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라고 하는 겁니다. 이 문제는 여야를 가릴 것도 없습니다. 국민 개세주의가 왜 중요한 지 설명할게요. 세금부담이 없으면 정부가 돈쓰는 것을 그냥 방기하고 맙니다. 내가 내는 돈이 아니니까요. 고속도로 가는데 통행료를 면제시켜준다고 합니다. 이거 맞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그거 공짜 아니에요. 누군가가는 더 돈을 내야합니다. 만일 그게 조세로 더내야하는 것이라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요?
나는 고향가고 싶어도 못가서 집에 할수없이 붙들려 있는데 나눠서 내는 꼴이 된다고, 이게 불공정하다고 불만이 나올 겁니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하는 걸 공짜라고 이야기합니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선 공짜가 없습니다. 모두가 세금을 내야하고, 중산층만 되도 최고세율로 소득세를 내니까요.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을 제대로 쓰는 지, 정치인이 제대로 하는지 감시를 한다는 점에서도 개세주의가 중요합니다. 그게 정치개혁 관료제개혁의 큰 동력이 되는 것이거든요. 근데 우리는 아니에요. 부자는 뺏기듯 내고, 안내는 사람은 방만하게 쓰던 말던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행정이 내행정이 아니고 정치가 내정치가 아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당내 이견이 없을까요?
“토론해봐야죠. 사실 이 문제는 정치인으로선 겁나는 일일거에요. 표가 도망가거든요. 철학적으로는 백이면 백 국민개세주의 가야한다고 합니다. 결국 누가 목에 방울을 달아야하냐는 문제가 나오는 거에요. 이런 부분이야말로 여야가 합의를 봐야 하는 거 아니가, 같이 추진해야하는 거 아닌가, 국민들에게 제대로된 정말 어려워도 참아달라 억울해도 양보해달라 이런 소리를 할수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비서실장과는 관계가 어땠습니까.
“문 대통령은 주로 민정과 비서실장을 맡았습니다. 대통령 참모조직이 비서실과 정책실로 완전히 나눠졌 있었는데 이 둘은 완전히 분리돼 있었어요 비서실과 정책실 완전히 분리돼있었어요. 정책실은 주로 내각과 일을 많이 하고, 비서실은 그야말로 비서업무만 하는건데 정책적 토론할 기회가 많이 없었습니다.”
▶탈원전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원전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에너지 수요예측을 믿지 못하겠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게 잡혀있다는 겁니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전력수요 50배, 100배 늘어났어요. 앞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로 가면 전력수요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갈 겁니다. 2020년부터 전기자동차 나와서 2030년이면 보급되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 전력수요 얼마나 늘어날까, 정부는 그것을 감안했다고 하는데 다른 미래 분야의 전력 수요는 반영하지 않은거 같어요. 전기차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만 봐도 상당히 보편화 될수 있다고 합니다. 비트코인 마이닝하는데 얼마나 전력소모가 많아요. 우리 전력수요가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세요. 8차 수급계획때 전마이 7차때보다 전력수요를 낮게 잡았어요. 스마트 그리드 어쩌구 하면서 수요 줄일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맞나는 지 저는 믿지를 못하겠습니다.
▶잘못된 데이터가 올라갔다는 말씀인데요.
“권위주의적 행정의 소산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특정가치에 대해 집착하면 왜곡이 발생하기 마련이에요. 정책적 데이터나 수요예측까지 맞춰서 보고하거든요. 탈원전만해도 조금 더 리얼하게 제대로 수요예측이 맞는가 틀린가부터 전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외에 신산업에 따른 수요가 많이 반영이 돼있지 않다는 데 굉장히 걱정이 됩니다. 그런 부분을 다 감안하고, 그것도 싼 값으로 공급할수있을 때 그때서야 탈원전하자고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겁니다. 대체에너지도 태양광이다 태양열이다 풍력이다 하는데 이런 것들이 얼마나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껏인가 역시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당내 현안에 대해 이야기들 많이 나눴나요?
“휴가기간 지나고 나면 상임위별로 죽 돌아가면서 얘기 나눌 예정이에요. 거기서 현안들이 도출될 겁니다.
▶한국당의 정체성은 어떻게 설정하실겁니까.
“그동안은 성장론을 얘기해도 낙수효과, 다시 말해 공급쪽에 경도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이제는 좀 변해야 합니다. 어제 초선모임에 갔는데 거기 의원 한 분이 따갑게 지적하더군요. 성장우선 성장이 분배를 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참 반갑게 들었습니다. 낙수효과가 이제 별로 없는 시대입니다. 보통 낙수의 길이 두 가지에요. 우선 월급을 많이 주면 이게 소비로 이어지는 게 첫번째고, 한쪽은 배당 등을 통한 분배에요. 그런데 요즘은 배당도 줄고 월급도 오르지 않아 대기업이 번 돈이 내려오다 멈춰버렸습니다. 내려오던 게 백화점에서 멈추고 재래시장까지 안가는 거에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인위적으로 국가가 보충적 역할하고 매꿔주는 역할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누구도 한국당에서 성장일변도만 주장하는 사람 없을거라고 봅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전반적으로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자체만 가지고 다뤄서는 안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과잉 유동성에 근원이 있어요. 부동산이 가장 돈을 잘 벌게해주는구나, 쉽게 돈 벌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지배하다보니 부동산으로 돈이 흐르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쪽에다 바리케이트를 쌓는겁니다. 종부세 도입하거나 대출규제하거나 하는 식으로 둑을 쌓는데 이것만으로 안되요.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돈을 산업쪽으로 빼주는게 제일 좋은 정책입니다. 이걸 안하니까 문제인 거죠”
▶보유세 올리는데 반대하는 겁니까.
“이것 역시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다른 나라는 보유과세가 높고, 양도소득세, 취득세가 낮아요. 시장기능을 살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규제합니다. 우리는 정반대에요. 우리는 보유과세가 다른 나라의 3분의1, 4분의 1수준으로 낮고 이에 비해 거래에 다른 과세가 높아요. 이 문제는 한국당의 입장과 제 생각이 좀 다를겁니다. 당은 보유과세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요. 세액이 늘어나니까 이거 안된다는 겁니다.
제 생각엔 보유과세 늘리는 대신 양도세나 거래에 매기는 세금을 내리면 됩니다. 그러면 국민들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 나부터 10억짜리 팔고 이사를 가야하는데 양도세를 2억원 내라고 하면 8억원짜리 아파트로 가야합니다. 시장가치가 줄어드는거에요. 다른나라는 10억짜리에서 10억짜리로가명 양도세 부과를 안합니다. 우리는 시장기능을 없애면서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있는거에요. 이게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자료가 다 있을 테니 국민부담을 똑같이 한다음에 보유세와 양도세 등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지를 논의해봐야 합니다”
▶한국당 경제이념이 그동안 오락가락했습니다.
“그래서 기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어떤 철학에 입각해서 깃발이 분명해야지, 저당은 저쪽이구나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철학적 기반이나 가치적 기반이 흔들리니까 국민들은 혼란스러운겁니다. 앞으로 의원들과 당원 당협위원장과 이야기하면서 다듬을 겁니다”
▶한국당은 보수당인가요.
“보수의 정의가 뭔가요? 한국보수는 상당히 혼재돼 있어요. 예를들어 국가주의적이다 아니다 관점에서보면 박정희 시대의 성공신화를 좋아하면서 국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스스로를 보수라고 칭합니다. 자유시장주의를 외치는 사람도 있고, 그들도 보수라고 합니다. 완전히 극과극이에요.
진보도 마찬가지에요. 진보의 한 축은 지금 정부처럼 적폐청산하듯이 국가권력 앞세워서 개혁한다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런 사회에선 박정희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겁을 줍니다. 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이 TK 향우회에 안 나오는 게 왜 그렇겠어요. 한국의 진보 중에선 공동체주의자도 있어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얘기하는 부류에요. 공동체주의자와 국가주의라는 정반대의 진보가 우리사회에 존재합니다. 지지하는 사람도 어떤 입장에서 지지하는지 몰라요. 유권자들은 박원순과 문재인을 똑같은 인물로 보는데 제가 봤을 때는 아닙니다. 그만큼 보수도 진보도 혼란스럽다는 거에요. 그런데 나보고 진보냐 보수냐고 물으면 난 대답을 못합니다. 이때까지 한번도 대답못했어요”
▶시장의 기능을 살리는게 말씀의 요체인거 같습니다.
“국민 한사람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끼가 있으면 끼, 열정이 있으면 그 열정이 마음껏 발휘되는 사회, 그것이 바로 시장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얘기가 되는거에요. 그게 내가 이야기하는 자율사회입니다. 자율은 권리의 개념입니다. 경영인 입장에선 소액주주든 다액주주든 자신을 통제하는걸 받아들이고, 소비자가 기업을 통제하는 걸 받아들이는 사회가 자율사회에요. 개인의 포텐셜이 최대한으로 발휘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을 꿔보는 겁니다”
▶한국당의 노동정책은 어떻게 설정하실 건가요.
“노동자들 사이에서 임금격차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에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진보의 기본원칙인데 그 원칙이 우리사회에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간 임금구조를 균형화하는 게 큰 과제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재교육, 재훈련을 포함한 한국의 노동자를 지식노동자와 지식근로자로 바꾸는것, 이것이 한국의 노동에서 제일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들 4차산업 어쩌구 얘기합니다. 지식근로자를 계속 만들어 내야하는데 우리는 안되고 있어요. 이들을 교육시킬 주체가 중소기업인데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기 근로자들을 지식근로자들로 만들어야하는데 안한거나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으면 이 사람들은 다른데로 이동하니까요. 임금격차가 기업간 너무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든지 지식노동자 지식근로자 어떻게 키우겠느냐, 이고민을 우리가 해야합니다. 당도 해야하고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신산업 아무리 외쳐봐야 되지 않아요. 그부분에 대한 고민이 정치권에서 논의할 과제에요.”
▶위원장 개인 소신과 당의 기조가 공존이 어려운 부분도 있을텐데 이부분은 어떻게 조정하실 계획이십니까.
“죽기살기로 논쟁하고 토론해야합니다.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다만 우리 가치를 내재화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틀렸으면 내가 바꾸고 당의 구성원들이 틀렸으면 그들이 바꾸고요. 서로 다르면 더 좋은 방향도 찾아보고. 이렇게 가야할 부분들입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똑같은 시각 가진 사람이라면 나를 굳이 부를필요 없지 않았겠어요? 다른 시각이 있을수 있다고 보고 나같은 사람 불렀을테니 같이 얘기해봐야겠죠”
▶일자리 창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야 일자리 만들어집니다. 당내에서 합의를 봐야할게 너무 많아요. 가치적 충돌이 있다는 겁니다. 이념에 의해 막혀버린 것들 말이죠. 예를 들어 영리법원, 우리는 다 압니다. 영리 병원을 김포에 해서 중국환자들 많이 데려오면 일자리가 많이 생길거라는거 아는데 국민입장에서 용납 못하는 겁니다. 무슨 영리병원을 하느냐는 거에요. 서비스산업 육성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호화 사치 도박 이래서 안된다고 합니다. 가치적 충돌이 우리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게 많습니다.
바이오도 일자리 많이 생길수 있는데 우리는 바이오쪽에서 이거 안된다고 한다. 인간의 존엄을 헤친다거나 이런 이유로 말이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념과 가치문제 충돌 문제로 인해 지체되는 일이 많은데 이건 정치를 떠나서 사회 차원에서 토론을 해봐야합니다. 정치권에서 시작하면 충돌밖에 안되요. 일자리라는 게 하루아침에 확 만들어지는게 아닙니다. 담론의 기반이 있고, 가치적 합의가 있을때 만들어지는건데 우리가 거기서부터 막히고 있습니다.”
▶가치 담론의 정리와 함게 제도적 정비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지금 이런 게 있을 수 있어요. 우리 고용구조 보면 서비스 산업 종사자 60%에요. 다른 나라는 7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서비스산업 통해서 일자리 만들수있다는 얘기에요. 근데 들어가다보면 막힙니다. 이런거 풀어줘야합니다. 앞으로 제조업에서 일자리 안나오거든요”
▶영수회담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신다면 어떤 주제로 얘기를 하실건가요.
“경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요. 경제 얘기를 할 겁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당의 입장은 정리되고 있나요.
“북한문제는 잘 얘기 안합니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남북간 평화를 거절하고 거부할 사람 아무도 없죠? 안보도 궁극적으로 평화를 위한 겁니다. 평화라는 가치를 무시하고 거부할 사람 아무도 없다는 거에요. 다만 남북 평화 이룩하는데 두가지 트랙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화와 타협이고, 지금정부가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대화와 타협을 가능하게 하는 튼튼한 국방력, 이를 통한 북한에 대한 압박이 있겠죠. 한미가 공조해 북한을 압박하니 그들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겁니다.
이 두가지가 같이 가야하는데 현 정부는 자주국방의 영역을 약화시키고 그냥 대화만합니다. 지금 대화가 있는 이유도 압박이 있고 국방력이 있으니 이뤄진 건데 신경 안쓴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죠”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당내 전략도 뚜렷하다. 새로운 가치와 이념의 깃발을 토론을 통해 새로 꽂자는 게 핵심이다. 깃발을 같이 들 의지가 없는 이들은 탈당하라는 ‘메시지’다. 공천권 없는 ‘바지사장’이란 비판에 대한 김병준식 돌파다. 신문, TV, 라디오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며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전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7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자율사회’라는 그의 신념에서부터 탈원전, 집값잡기, 세법, 산업정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대중영합주의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정말 어려워도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참아달라, 억울해도 양보해달라,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민생 호프’ 어떻게 보셨나요.
“호프집에 안가도 정부가 들을 건 듣고 있겠죠. 경제부처가 노는 부처도 아니요. 청와대 민정수석실 쪽에서 오는 정보들도 살아있는 정보들이 많이 올라가고 있을 겁니다. 대통령은 아마 확인하러 가신 거 아니겠나 싶습니다. 실질적인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하기 위해서 간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퍼포먼스로 간 것인지, 저는 구별이 잘 안됩니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갔다는 소리도 있는데 일종의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도 지울수는 없고요. 거기 가고 안 가고가 문제가 아니라 정말 생각의 전환, 방향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가 요즘은 포용적 성장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원래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은 그동안에도 많이 써왔죠. 따뜻한 자본주의나 과거 동반성장이란 말도 다 비슷해요”
▶새롭게 정립하려는 이념과 뭐가 다른가요.
“뭐든지 비슷해 보일 수가 있는네 문제는 실천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요. 실천할 수 있는 정도의 구도가 돼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가 뭐냐면 성장 동력의 출발을 어디서부터 해야하느냐를 놓치고 있다는 겁니다. 미시산업정책부터 다시 말해 산업구조조정에서부터 시작해야하는데 이걸 못한다는 거죠. 많은 부분에서 노동조합과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에요.
이 정부가 노조를 건드리지 않고 산업정책을 쓰려고하니까 산업정책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산업구조조정 등 본질적인 문제가 정책으로 잘 나오지 못하는 거고요.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뚫고 나갈까 고민하는 게 최우선이고, 그리고 의지를 밝히는게 우선인데 호프집에 간다고 그게 해결되겠느냐는 게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진보이론엔 성장이 빠져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한국의 진보가 그렇다는 겁니다. 케인즈의 유효수요 이론만해도 성장에 대한 이론이 있어요. 성장이론이 없으면 진보는 상당히 곤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성장이 없으면 춥고 배고픈 사람이 항상 더 어려워지기 마련이에요. 성장하지 않는 경제에선 늘 제로섬 게임이 일어납니다. 항상 힘있는 사람이 더 많이 가져가고, 힘없는 사람은 더 뺏기게 됩니다. 진보야말로 성장이론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의 진보에 성장이론이 없다는 증거가 바로 소득주도성장론이에요. 진보 정치하는 분들이 성장이론을 가졌다면 무엇때문에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소수이론으로 제시한 임금주도성장을 가져와서 소득이라고 바꿔서 쓸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요? 밖에서 가져온 이론이 우리 현실과 맞을리가 없습니다. 벌써 어긋난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은 자영업자 6~7%밖에 안됩니다. 일본도 12~14% 수준이에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16%고요.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적게잡아도 20%고, 많으면 30%까지 잡습니다. 자영업자 ‘레드오션’이 진행중인데 여기에다 소득주도성장을 가져와서 최저임금을 얘기하니까 레드오션에 있는 자영업자가 더 힘들게 되는거에요. 소득주도성장이론이 우리한테 안맞는건데 핵심이론으로 쓰고 있는 지금 상황이 정말 심각한 문제에요.”
▶한국당에서 보는 성장이론은 무엇인가요.
“최저임금만가지고 얘기를 한다고 하면 우선 자영업자수를 어떻게 줄이겠느냐, 이와 관련한 산업정책을 어떻게 짤 것이냐부터 논의해야 해요. 그런 산업정책이 먼저 혹은 같이 가면서 최저임금 정책을 시행해야한다는 거죠. 정책엔 선후가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자영업자 줄이는 정책은 없이 최저임금 정책이 가버리니까 최근과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산업고용을 늘려서 자영업 줄이는 것을 이 정부가 할수있느냐, 여기에 딜레마가 있겠죠. 노조나 다른 이해관계자 집단이 여럿 있어서 신산업정책, 규제완화 이런 것을 쉽게 내놓을 수없는 구조에요. 예를들어 현재 산업구조조정. 경쟁력없는 걸 구조조정하겠다고 하면 당장 노조가 반발할 겁니다. 물론, 자본도 망설이겠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고통을 노동계가 받아들이기 힘들 겁니다.
다른 나라는 사회에 안정망이 깔려있습니다. 실업안전망, 평생교육체계 등이죠. 이런 안정망속에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신산업쪽으로 가는데 우리는 이게 없습니다. 노조 이기주의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 구조자체가 없으니 노조는 반발할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신사업 정책을 밀고나갈수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이런문제를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게 무엇이냐를 논의해야 합니다. 여야가 제대로 합의해서 국민들에게 뭘 해주겠다가 아니라 참아주세요 양보해주세요,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해나갸아 합니다”
▶정부의 기업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기업에 대한 전략은 크게 세가지에요. 하나는 경제력 집중의 문제죠. 삼성을 비롯해 한 회사가 돈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두번째가 지배구조의 문제인데 도덕적 해이와 관련된 쟁점이 나옵니다. 마지막 세번째가 공정성의 문제에요. 이 중에 정부가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이 공정거래의 문제라고 봅니다. 갑이 갑질을 하거나 그래서 영세 중소기업, 협력업체 기술을 탈취하거나, 그쪽이 응당 가져가야할 몫을 뺏어 오거나, 이런 것은 정부가 정말 경찰노릇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공정거래의 문제는 정부가 깊이 들어가서 공정성을 확보해줘야하지만 지배구조나 경제력집중 문제에 과연 정부가 깊이 들어가는게 옳으냐는 얘기를 더 해봐야합니다. 제 생각에 현 정부는 너무 깊숙히 들어가 있어요. 그러니 삼성 20조 분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경제력 집중 문제도 함부로 나오고, 지배구조에 너무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안했으면 좋겠다, 정부는 공정거래 문제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자본주의를 천민자본주의라고 규정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요소가 없는 건 아니죠. 일부 대기업 행태를 보세요. 직원들을 고용인이 아니라 하인부리듯이 한다거나 인격을 훼손한다거나 그런 것들을 보면 천민자본주의 얘기가 나오죠. 하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회계만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투명해진 모습을 볼수 있죠. 전체 기업을 천민자본주의, 전체 시장을 천민자본주의시각으로 접근하고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면 안됩니다”
▶국가주의에 반대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것인가.
“자율적 통제 매커니즘이 제가 추구하는 구조에요. 국가가 통제하는게 아니라 시장안에서 경영자와 사용자, 소비자와 생산자, 투자자와 채권자가 상호 견제하면서 자율적 통제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겁니다. 신자유주의와는 달라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게 또 하나의 신념입니다. 불평등의 문제나 기회 소득 불균형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건 국가가 시정해줘야합니다.
시장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국가가 보듬어 안아줘야 하고 시장에서 실패한 사람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줘야한다는 겁니다. 아까 말한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실업안전망을 강화하거나 평생 교육기능 강화하는 건 국가의 기능입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작은 정부가 목표고 중심적 가치로 삼지만 제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 국가의 보충적 역할, 자율체제를 근간으로하되 국가가 보충해주는걸 중시합니다”
▶‘작은정부’보다는 좀 더 큰 정부를 말하는 건가요.
“국가의 보충적 역할을 강조하는 건데 그 보충적 역할이 결코 작지 않아요. 사회정책, 국방, 안보 평화 안전도 전부 국가가 관여할 요소인데 이 요소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겁니다. 굳이 이야기 드리자면 과거에 박정희식 국가주도적인 모델은 가부장적인 아버지형 정부라고 볼 수 있겠죠. 문재인 정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앞으로 좀 더 어머니 같은 정부가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되, 실패하고 돌아온 자녀는 따뜻하게 보듬고 새로 일할 수 있게 격려해줘야합니다”
▶과거 보수정부는 신자유주의 정부로 보십니까.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라고 이름 붙일정도까지 가봤나요? 박근혜 정부가 신자유주의냐, 아니에요. 교과서까지 국정으로 하겠다고하는데 그게 어떻게 신자유주의 국가입니까. 국가가 혁신센터 만들고 기업들 불러서 혁신하라고 하고, 이게 신자유주의 맞습니까. 판단을 잘못한거에요. 곳곳에 시장개입주의가 작동했습니다. 그것도 잘못 개입했죠.
제가 국가주의 이야기하니까 TV 앵커 한사람이 묻더군요. 생뚱맞다고요. 왜 문정부를 국가주의 정부라고하냐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먹방때문에 뱃살 나온다니까 그거 규제한다더라. 그게 국가주의적인 게 아니면 뭐냐고요. 남이 먹던 말던 놔두고 스스로 규제하도록 해야지 국가가 규제하겟다는게 말이됩니까. 매일같이 나오는게 국가가 규제한다는 뉴스에요”
▶문재인 정부의 국가개입 정도를 노무현 정부와 비교해보면 어떻게 차이가 납니까.
“변화가 없어요. 그때도 국가 개입 줄이려고 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국가주의는 문재인 정부에만 해당되는 게 아네요. 그 앞의 정부 모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때부터 박정희 정부가 머리길이 치마길이까지 통제했던 것으로 이어진 겁니다. 사회가 이렇게 변하고 있고, 자원동원력과 지적능력을 다 갖춘 이런 시대엔 국가가 규제하기 앞서 개인은 자율적이어야하고, 시민은 국가의 모세혈관이 되는 그런 세상이 돼야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가 있을텐데요.
“근대화가 이뤄졌다거나 보릿고개 넘게 해줬다는 것도 있지만 그런 거 말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외국인 직접 투자를 막았다는 거에요. 대신에 차관을 가져와서 정부가 차관을 관리하면서 공여했죠. 만일 남미 국가처럼 외자 유치한다면서 직접투자 유치했다면 우리 나라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 산업이 아닌 바나나 공화국 라틴아메리카처럼 됐을겁니다. 상당히 강력한 권한으로 이를 차단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 생겼고요. 한편으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지만 외국인 직접투자를 막음으로써 우리 경제주권을 지킬수 있게 한 거죠”
▶당대표실에 있는 박정희 사진은 뗄 계획인가요.
“벽에 비해 사진이 너무 작고, 꼭 대표실에 있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가 붙였다고 하는데 그 의지를 존중하면 그냥 두는거고, 꼭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면 떼는거고요.”
▶법인세 인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세 부분은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개별 세목으로 들어가면 법인세는 떨어뜨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15년 동안에 OECD 국가 평균 법인세 인하율이 20%대로 떨어졌어요. 아일랜드는 12.5%, 동남아국가도 일년에 1%씩 떨어뜨리고 있어요. 일본도 20%대로 떨어뜨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쟁 하에 국가간 조세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만 홀로 높게 유지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상속세도 마찬가지에요. 세계 주요 국가의 반이상이 상속세를 폐지했습니다. 세금 내면서 모은돈에 다시 세금을 물리는 이중과세 문제도 있고, 또 하나 문제는 텍스플라잇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세금이 높으니 다른 나라로 가는 거죠. 또 하나는 상속세 이야기할 때 잘못하면 적대적 M&A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상속세 내면 경영권이 약해지는 문제에요. 그래서 자꾸 없애자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다만 이런 조치들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을 리 없다는 게 고민이에요”
▶큰틀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국가가 보충적 역할을 하려면 재정수입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어디서 가져와야하냐, 이게 전체 틀속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 겁니다. 다른 나라는 국가재정을 소득세에서 상당히 많이 충당합니다. 우리나라는 이게 약합니다. 면세자가 48% 가량이에요. 이런 모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우리가 아는 복지 국가들 보면 아주 극단적인 경우 덴마크를 예로 들 수 있어요. 세계에서 높은 수준의 복지를 구현하지만 소득세 최고세율이 59%에요. 누가 59%를 내느냐하면 근로자 평균소득의 1.2배만 되면 소득세 59%를 내야합니다. 우리돈으로 5500만원만 벌면 59%를 냅니다. 중산층이 조세부담을 엄청나게 한다는 거죠. 스웨덴 핀란드는 근로자 평균소득의 1.6배, 다시 말해 7000~8000만원만 벌면 소득세 59% 내는 겁니다.
여기에서부터 해서 심각한 고민을 해야합니다. 소득세 안 내는 사람들이 절반 가량 되는 구조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법인세나 상속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들이 나올겁니다. 우선 급하니까 한국당에서 법인세 인하, 상속세 폐지를 이야기하는건데 순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는 어쩔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업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면세를 줄이자는 건 이번 정부도 바라는 거 아닌가요.
“정확히 말하면 못하고 있는 거겠죠. 그래서 내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라고 하는 겁니다. 이 문제는 여야를 가릴 것도 없습니다. 국민 개세주의가 왜 중요한 지 설명할게요. 세금부담이 없으면 정부가 돈쓰는 것을 그냥 방기하고 맙니다. 내가 내는 돈이 아니니까요. 고속도로 가는데 통행료를 면제시켜준다고 합니다. 이거 맞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그거 공짜 아니에요. 누군가가는 더 돈을 내야합니다. 만일 그게 조세로 더내야하는 것이라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요?
나는 고향가고 싶어도 못가서 집에 할수없이 붙들려 있는데 나눠서 내는 꼴이 된다고, 이게 불공정하다고 불만이 나올 겁니다. 근데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하는 걸 공짜라고 이야기합니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선 공짜가 없습니다. 모두가 세금을 내야하고, 중산층만 되도 최고세율로 소득세를 내니까요.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을 제대로 쓰는 지, 정치인이 제대로 하는지 감시를 한다는 점에서도 개세주의가 중요합니다. 그게 정치개혁 관료제개혁의 큰 동력이 되는 것이거든요. 근데 우리는 아니에요. 부자는 뺏기듯 내고, 안내는 사람은 방만하게 쓰던 말던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행정이 내행정이 아니고 정치가 내정치가 아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당내 이견이 없을까요?
“토론해봐야죠. 사실 이 문제는 정치인으로선 겁나는 일일거에요. 표가 도망가거든요. 철학적으로는 백이면 백 국민개세주의 가야한다고 합니다. 결국 누가 목에 방울을 달아야하냐는 문제가 나오는 거에요. 이런 부분이야말로 여야가 합의를 봐야 하는 거 아니가, 같이 추진해야하는 거 아닌가, 국민들에게 제대로된 정말 어려워도 참아달라 억울해도 양보해달라 이런 소리를 할수있어야 하는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문재인 비서실장과는 관계가 어땠습니까.
“문 대통령은 주로 민정과 비서실장을 맡았습니다. 대통령 참모조직이 비서실과 정책실로 완전히 나눠졌 있었는데 이 둘은 완전히 분리돼 있었어요 비서실과 정책실 완전히 분리돼있었어요. 정책실은 주로 내각과 일을 많이 하고, 비서실은 그야말로 비서업무만 하는건데 정책적 토론할 기회가 많이 없었습니다.”
▶탈원전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가 원전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에너지 수요예측을 믿지 못하겠다, 이 정도로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낮게 잡혀있다는 겁니다. 과거 산업화 과정에서 전력수요 50배, 100배 늘어났어요. 앞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로 가면 전력수요 어떻게 될지 짐작이 갈 겁니다. 2020년부터 전기자동차 나와서 2030년이면 보급되기 시작할 겁니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 전력수요 얼마나 늘어날까, 정부는 그것을 감안했다고 하는데 다른 미래 분야의 전력 수요는 반영하지 않은거 같어요. 전기차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만 봐도 상당히 보편화 될수 있다고 합니다. 비트코인 마이닝하는데 얼마나 전력소모가 많아요. 우리 전력수요가 어떻게 될까 생각해보세요. 8차 수급계획때 전마이 7차때보다 전력수요를 낮게 잡았어요. 스마트 그리드 어쩌구 하면서 수요 줄일수 있다고 하는데 그게 과연 맞나는 지 저는 믿지를 못하겠습니다.
▶잘못된 데이터가 올라갔다는 말씀인데요.
“권위주의적 행정의 소산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특정가치에 대해 집착하면 왜곡이 발생하기 마련이에요. 정책적 데이터나 수요예측까지 맞춰서 보고하거든요. 탈원전만해도 조금 더 리얼하게 제대로 수요예측이 맞는가 틀린가부터 전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기차외에 신산업에 따른 수요가 많이 반영이 돼있지 않다는 데 굉장히 걱정이 됩니다. 그런 부분을 다 감안하고, 그것도 싼 값으로 공급할수있을 때 그때서야 탈원전하자고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겁니다. 대체에너지도 태양광이다 태양열이다 풍력이다 하는데 이런 것들이 얼마나 우리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껏인가 역시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당내 현안에 대해 이야기들 많이 나눴나요?
“휴가기간 지나고 나면 상임위별로 죽 돌아가면서 얘기 나눌 예정이에요. 거기서 현안들이 도출될 겁니다.
▶한국당의 정체성은 어떻게 설정하실겁니까.
“그동안은 성장론을 얘기해도 낙수효과, 다시 말해 공급쪽에 경도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이제는 좀 변해야 합니다. 어제 초선모임에 갔는데 거기 의원 한 분이 따갑게 지적하더군요. 성장우선 성장이 분배를 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참 반갑게 들었습니다. 낙수효과가 이제 별로 없는 시대입니다. 보통 낙수의 길이 두 가지에요. 우선 월급을 많이 주면 이게 소비로 이어지는 게 첫번째고, 한쪽은 배당 등을 통한 분배에요. 그런데 요즘은 배당도 줄고 월급도 오르지 않아 대기업이 번 돈이 내려오다 멈춰버렸습니다. 내려오던 게 백화점에서 멈추고 재래시장까지 안가는 거에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인위적으로 국가가 보충적 역할하고 매꿔주는 역할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누구도 한국당에서 성장일변도만 주장하는 사람 없을거라고 봅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전반적으로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자체만 가지고 다뤄서는 안된다는 게 핵심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과잉 유동성에 근원이 있어요. 부동산이 가장 돈을 잘 벌게해주는구나, 쉽게 돈 벌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지배하다보니 부동산으로 돈이 흐르는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쪽에다 바리케이트를 쌓는겁니다. 종부세 도입하거나 대출규제하거나 하는 식으로 둑을 쌓는데 이것만으로 안되요. 부동산 정책의 본질은 돈을 산업쪽으로 빼주는게 제일 좋은 정책입니다. 이걸 안하니까 문제인 거죠”
▶보유세 올리는데 반대하는 겁니까.
“이것 역시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야 합니다. 다른 나라는 보유과세가 높고, 양도소득세, 취득세가 낮아요. 시장기능을 살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규제합니다. 우리는 정반대에요. 우리는 보유과세가 다른 나라의 3분의1, 4분의 1수준으로 낮고 이에 비해 거래에 다른 과세가 높아요. 이 문제는 한국당의 입장과 제 생각이 좀 다를겁니다. 당은 보유과세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요. 세액이 늘어나니까 이거 안된다는 겁니다.
제 생각엔 보유과세 늘리는 대신 양도세나 거래에 매기는 세금을 내리면 됩니다. 그러면 국민들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 나부터 10억짜리 팔고 이사를 가야하는데 양도세를 2억원 내라고 하면 8억원짜리 아파트로 가야합니다. 시장가치가 줄어드는거에요. 다른나라는 10억짜리에서 10억짜리로가명 양도세 부과를 안합니다. 우리는 시장기능을 없애면서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있는거에요. 이게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자료가 다 있을 테니 국민부담을 똑같이 한다음에 보유세와 양도세 등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지를 논의해봐야 합니다”
▶한국당 경제이념이 그동안 오락가락했습니다.
“그래서 기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어떤 철학에 입각해서 깃발이 분명해야지, 저당은 저쪽이구나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철학적 기반이나 가치적 기반이 흔들리니까 국민들은 혼란스러운겁니다. 앞으로 의원들과 당원 당협위원장과 이야기하면서 다듬을 겁니다”
▶한국당은 보수당인가요.
“보수의 정의가 뭔가요? 한국보수는 상당히 혼재돼 있어요. 예를들어 국가주의적이다 아니다 관점에서보면 박정희 시대의 성공신화를 좋아하면서 국가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분들이 스스로를 보수라고 칭합니다. 자유시장주의를 외치는 사람도 있고, 그들도 보수라고 합니다. 완전히 극과극이에요.
진보도 마찬가지에요. 진보의 한 축은 지금 정부처럼 적폐청산하듯이 국가권력 앞세워서 개혁한다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런 사회에선 박정희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겁을 줍니다. 요즘 사업하는 사람들이 TK 향우회에 안 나오는 게 왜 그렇겠어요. 한국의 진보 중에선 공동체주의자도 있어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얘기하는 부류에요. 공동체주의자와 국가주의라는 정반대의 진보가 우리사회에 존재합니다. 지지하는 사람도 어떤 입장에서 지지하는지 몰라요. 유권자들은 박원순과 문재인을 똑같은 인물로 보는데 제가 봤을 때는 아닙니다. 그만큼 보수도 진보도 혼란스럽다는 거에요. 그런데 나보고 진보냐 보수냐고 물으면 난 대답을 못합니다. 이때까지 한번도 대답못했어요”
▶시장의 기능을 살리는게 말씀의 요체인거 같습니다.
“국민 한사람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끼가 있으면 끼, 열정이 있으면 그 열정이 마음껏 발휘되는 사회, 그것이 바로 시장에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얘기가 되는거에요. 그게 내가 이야기하는 자율사회입니다. 자율은 권리의 개념입니다. 경영인 입장에선 소액주주든 다액주주든 자신을 통제하는걸 받아들이고, 소비자가 기업을 통제하는 걸 받아들이는 사회가 자율사회에요. 개인의 포텐셜이 최대한으로 발휘되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을 꿔보는 겁니다”
▶한국당의 노동정책은 어떻게 설정하실 건가요.
“노동자들 사이에서 임금격차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에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진보의 기본원칙인데 그 원칙이 우리사회에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자간 임금구조를 균형화하는 게 큰 과제라고 봅니다.
또 하나는 재교육, 재훈련을 포함한 한국의 노동자를 지식노동자와 지식근로자로 바꾸는것, 이것이 한국의 노동에서 제일 큰 과제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들 4차산업 어쩌구 얘기합니다. 지식근로자를 계속 만들어 내야하는데 우리는 안되고 있어요. 이들을 교육시킬 주체가 중소기업인데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기 근로자들을 지식근로자들로 만들어야하는데 안한거나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으면 이 사람들은 다른데로 이동하니까요. 임금격차가 기업간 너무 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어떻게 하든지 지식노동자 지식근로자 어떻게 키우겠느냐, 이고민을 우리가 해야합니다. 당도 해야하고요.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신산업 아무리 외쳐봐야 되지 않아요. 그부분에 대한 고민이 정치권에서 논의할 과제에요.”
▶위원장 개인 소신과 당의 기조가 공존이 어려운 부분도 있을텐데 이부분은 어떻게 조정하실 계획이십니까.
“죽기살기로 논쟁하고 토론해야합니다.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다만 우리 가치를 내재화 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틀렸으면 내가 바꾸고 당의 구성원들이 틀렸으면 그들이 바꾸고요. 서로 다르면 더 좋은 방향도 찾아보고. 이렇게 가야할 부분들입니다. 이제 시작이에요. 똑같은 시각 가진 사람이라면 나를 굳이 부를필요 없지 않았겠어요? 다른 시각이 있을수 있다고 보고 나같은 사람 불렀을테니 같이 얘기해봐야겠죠”
▶일자리 창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야 일자리 만들어집니다. 당내에서 합의를 봐야할게 너무 많아요. 가치적 충돌이 있다는 겁니다. 이념에 의해 막혀버린 것들 말이죠. 예를 들어 영리법원, 우리는 다 압니다. 영리 병원을 김포에 해서 중국환자들 많이 데려오면 일자리가 많이 생길거라는거 아는데 국민입장에서 용납 못하는 겁니다. 무슨 영리병원을 하느냐는 거에요. 서비스산업 육성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호화 사치 도박 이래서 안된다고 합니다. 가치적 충돌이 우리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게 많습니다.
바이오도 일자리 많이 생길수 있는데 우리는 바이오쪽에서 이거 안된다고 한다. 인간의 존엄을 헤친다거나 이런 이유로 말이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념과 가치문제 충돌 문제로 인해 지체되는 일이 많은데 이건 정치를 떠나서 사회 차원에서 토론을 해봐야합니다. 정치권에서 시작하면 충돌밖에 안되요. 일자리라는 게 하루아침에 확 만들어지는게 아닙니다. 담론의 기반이 있고, 가치적 합의가 있을때 만들어지는건데 우리가 거기서부터 막히고 있습니다.”
▶가치 담론의 정리와 함게 제도적 정비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지금 이런 게 있을 수 있어요. 우리 고용구조 보면 서비스 산업 종사자 60%에요. 다른 나라는 7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서비스산업 통해서 일자리 만들수있다는 얘기에요. 근데 들어가다보면 막힙니다. 이런거 풀어줘야합니다. 앞으로 제조업에서 일자리 안나오거든요”
▶영수회담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신다면 어떤 주제로 얘기를 하실건가요.
“경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요. 경제 얘기를 할 겁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당의 입장은 정리되고 있나요.
“북한문제는 잘 얘기 안합니다. 그래도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남북간 평화를 거절하고 거부할 사람 아무도 없죠? 안보도 궁극적으로 평화를 위한 겁니다. 평화라는 가치를 무시하고 거부할 사람 아무도 없다는 거에요. 다만 남북 평화 이룩하는데 두가지 트랙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화와 타협이고, 지금정부가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대화와 타협을 가능하게 하는 튼튼한 국방력, 이를 통한 북한에 대한 압박이 있겠죠. 한미가 공조해 북한을 압박하니 그들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겁니다.
이 두가지가 같이 가야하는데 현 정부는 자주국방의 영역을 약화시키고 그냥 대화만합니다. 지금 대화가 있는 이유도 압박이 있고 국방력이 있으니 이뤄진 건데 신경 안쓴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죠”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