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다리 가로질러 연대도서 만지도로… 걸을수록 깊어지는 통영의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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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경남 통영 섬 여행
'문어 잘 잡는 할머니 댁' 문패 보는 재미
만지봉 오르면 해안절벽 절경 '한눈에'
지게 지고 오르던 '지겟길' 걸어볼 만
경남 통영 섬 여행
'문어 잘 잡는 할머니 댁' 문패 보는 재미
만지봉 오르면 해안절벽 절경 '한눈에'
지게 지고 오르던 '지겟길' 걸어볼 만
만지도와 연대도는 푸른 통영의 섬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인 섬으로 향하는 뱃길에는 바다 향과 싱그러운 호흡이 담긴다. 통영의 섬은 차곡차곡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설레게 한다. 통영이 품은 이웃 섬, 만지도와 연대도는 출렁다리로 이어지며 한 묶음이 됐다. 섬으로 가는 배편은 산양읍 남단의 달아항과 연명항(연명마을)에서 출발한다. 달아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학림도, 저도 등을 거쳐 연대도와 만지도에 닿는다. 연명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은 만지도로 바로 연결된다.
세월 속에서 사연을 만들어내는 섬
한려해상국립공원 섬의 들고 나는 모습을 가까이 보고 싶다면 달아항에서 출발한다. 여객선은 섬사람의 삶터를 슬며시 노크한다. 이른 아침에 포구를 나서는 고기잡이배도 만난다. 배가 마주치면 ‘뿌~’ 하는 뱃고동과 함께 손 인사를 주고받는다. 섬 주민과 낚시꾼을 내려놓으면 종착지인 연대도, 만지도로 마지막 뱃머리를 돌린다. 뱃길은 20분 남짓, 갑판에 앉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젖어드는 상념은 섬 여행의 묘미다. 새우 과자나 갈매기가 없어도 섬과 바다, 하늘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뱃길을 차분하게 단장한다.
섬을 한적하게 즐기려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 첫 배를 이용해볼 일이다. 외지인이 닿기 전, 만지도는 고즈넉한 풍경으로 첫 손님을 맞는다. 파도 소리가 더욱 명쾌하게 들리고, 마을 식당에서 커피 한잔 하는 섬 할머니들의 담소가 담장 안을 채운다. 만지도에 시집와 90세 넘은 할머니가 시어머니라는 얘기며, 예전에는 노를 저어 연대도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는 얘기, 이제는 학교가 모두 폐교돼 꼬마를 찾아보기 힘든 섬이 됐다는 애틋한 얘기가 두런두런 흩어진다.
섬은 세월 속에 또 다른 사연을 만들어낸다. 만지도와 연대도의 집은 문패가 특이하다. ‘문어와 군소를 잘 잡는 최고령 할머니 댁’ ‘우리나라 최초 카누 3관왕 선수가 태어나고 자란 곳’…. 만지도가 명품 마을, 연대도가 명품 섬으로 선정되며 집집마다 개성이 묻어나는 문패가 걸렸다. 문패에 담긴 주인공 가운데 섬을 떠나 추억이 된 주민도 있다.
만지도는 동서로 1.3㎞ 길게 누운 작은 섬이다. 주민은 10가구가 채 안 된다. 그나마 통영에서 오가며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만지도는 주변 섬보다 주민이 더디게 정착해 만지도(晩地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만지봉 오르는 길의 해안절벽이 절경
유람선이 닿는 선착장에는 마을 도서관과 작은 카페가 들어섰다. 국립공원 명품 마을로 선정되며 골목마다 벽화도 그려졌다. 아담한 마을은 포구를 바라보고, 마을 뒤편으로 올라서면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와 연화도, 욕지도 등 통영의 섬들이 보이는 전망대, 견우길이 이어진다. 마을 뒷산을 따라 오르는 길 끝자락은 섬에서 가장 높은 만지봉이다. 만지봉에 오르는 길은 만지도와 연대도의 해안 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만지도에는 풍란이 자란다. 이곳의 별미는 전복해물라면이다. 전복을 비롯한 해물이 들어간 라면은 마라도 짜장면처럼 섬에서 맛보는 대표 음식이 됐다.
만지도에서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은 나무 데크가 이어진다. 데크 따라 자그마한 모래 해변에 내려서거나, 푸른 바다에 잠시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는 파도 위에 아슬아슬한 자태로 섬들의 이정표가 됐다. 2015년에 건립된 길이 98.1m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바다가 보이는 틈새로 청아한 물결과 파도 소리가 몸을 감싼다.
연대도는 큰 섬마을의 모양새를 갖춘 곳이다. 포구에 마을회관, 경로당, 카페, 민박이 가지런하게 늘어섰다. 명품 섬으로 선정된 이곳은 마을 골목 사이로 수십 가구가 들어앉았다. 옛 돌담과 교회, 개성 넘치는 문패가 골목을 단장한다. 연대도는 수군통제영 시절, 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려 연대도(烟臺島)라 불렸다. 인근에 해산물이 지천이라 ‘돈섬’으로 알려졌고, 섬 안에 양조장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새롭게 조명받는 서피랑 골목
마을 남쪽을 넘어서면 고요한 몽돌해변이다. 반대편으로 향하면 에코체험센터다. 연대도는 한때 자체 생산 전기로 일부 시설을 운영하는 에코아일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어촌계가 운영하는 에코체험센터에서는 단체 숙박이 가능하다. 섬에는 연대도 패총(사적 335호), 양귀비 꽃밭의 흔적도 있다.
걷기 여행자에게는 연대도의 동쪽 숲을 연결하는 지겟길이 걸을 만하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4구간 ‘연대도 지겟길’은 예전 마을 주민이 지게를 지고 연대봉까지 오르던 길이다. 호젓한 숲길이 약 2.2㎞(1시간30분) 이어지며 곳곳에 전망대도 있다. 지겟길은 멧돼지가 출몰하는 지역으로, 혼자 걷지 않는 게 좋다. 만지도와 연대도 배편은 들어갈 때 탑승한 배(동일 회사)를 다시 타고 섬을 나서야 한다. 섬에서 나와 버스에 오르면 통영의 동네와 바다가 구불구불 펼쳐진다. 미륵산 자락에 있는 전혁림미술관은 푸른 통영의 호흡이 담긴 미술관이다. 통영에서 태어난 전혁림 화백의 작품 80여 점과 유품이 전시된다. 생가터에 조성된 미술관은 타일로 꾸민 외관 자체가 작품이다. 최근 뜨는 봉평동 골목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동피랑벽화마을이 유명해지면서 서피랑마을도 새롭게 조명받는다. 동피랑과 어깨를 나란히 한 서피랑에서는 호젓한 골목을 산책하며 통영 시내와 강구안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서피랑공원으로 이어지는 99계단, 피아노계단 등과 길목의 조각 작품이 아기자기한 볼거리다.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서린 통영 세병관(국보 305호)에서는 통영 바다가 다른 자태로 감동을 선사한다. 삼도수군통제영의 중심 건물인 세병관은 조선시대 목조건물 가운데 규모가 몇 손가락에 꼽힌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세월 속에서 사연을 만들어내는 섬
한려해상국립공원 섬의 들고 나는 모습을 가까이 보고 싶다면 달아항에서 출발한다. 여객선은 섬사람의 삶터를 슬며시 노크한다. 이른 아침에 포구를 나서는 고기잡이배도 만난다. 배가 마주치면 ‘뿌~’ 하는 뱃고동과 함께 손 인사를 주고받는다. 섬 주민과 낚시꾼을 내려놓으면 종착지인 연대도, 만지도로 마지막 뱃머리를 돌린다. 뱃길은 20분 남짓, 갑판에 앉아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젖어드는 상념은 섬 여행의 묘미다. 새우 과자나 갈매기가 없어도 섬과 바다, 하늘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뱃길을 차분하게 단장한다.
섬을 한적하게 즐기려면 아침 일찍 출발하는 첫 배를 이용해볼 일이다. 외지인이 닿기 전, 만지도는 고즈넉한 풍경으로 첫 손님을 맞는다. 파도 소리가 더욱 명쾌하게 들리고, 마을 식당에서 커피 한잔 하는 섬 할머니들의 담소가 담장 안을 채운다. 만지도에 시집와 90세 넘은 할머니가 시어머니라는 얘기며, 예전에는 노를 저어 연대도로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는 얘기, 이제는 학교가 모두 폐교돼 꼬마를 찾아보기 힘든 섬이 됐다는 애틋한 얘기가 두런두런 흩어진다.
섬은 세월 속에 또 다른 사연을 만들어낸다. 만지도와 연대도의 집은 문패가 특이하다. ‘문어와 군소를 잘 잡는 최고령 할머니 댁’ ‘우리나라 최초 카누 3관왕 선수가 태어나고 자란 곳’…. 만지도가 명품 마을, 연대도가 명품 섬으로 선정되며 집집마다 개성이 묻어나는 문패가 걸렸다. 문패에 담긴 주인공 가운데 섬을 떠나 추억이 된 주민도 있다.
만지도는 동서로 1.3㎞ 길게 누운 작은 섬이다. 주민은 10가구가 채 안 된다. 그나마 통영에서 오가며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만지도는 주변 섬보다 주민이 더디게 정착해 만지도(晩地島)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만지봉 오르는 길의 해안절벽이 절경
유람선이 닿는 선착장에는 마을 도서관과 작은 카페가 들어섰다. 국립공원 명품 마을로 선정되며 골목마다 벽화도 그려졌다. 아담한 마을은 포구를 바라보고, 마을 뒤편으로 올라서면 한려해상국립공원 바다와 연화도, 욕지도 등 통영의 섬들이 보이는 전망대, 견우길이 이어진다. 마을 뒷산을 따라 오르는 길 끝자락은 섬에서 가장 높은 만지봉이다. 만지봉에 오르는 길은 만지도와 연대도의 해안 절벽이 어우러져 절경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만지도에는 풍란이 자란다. 이곳의 별미는 전복해물라면이다. 전복을 비롯한 해물이 들어간 라면은 마라도 짜장면처럼 섬에서 맛보는 대표 음식이 됐다.
만지도에서 출렁다리로 향하는 길은 나무 데크가 이어진다. 데크 따라 자그마한 모래 해변에 내려서거나, 푸른 바다에 잠시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만지도와 연대도를 잇는 출렁다리는 파도 위에 아슬아슬한 자태로 섬들의 이정표가 됐다. 2015년에 건립된 길이 98.1m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바다가 보이는 틈새로 청아한 물결과 파도 소리가 몸을 감싼다.
연대도는 큰 섬마을의 모양새를 갖춘 곳이다. 포구에 마을회관, 경로당, 카페, 민박이 가지런하게 늘어섰다. 명품 섬으로 선정된 이곳은 마을 골목 사이로 수십 가구가 들어앉았다. 옛 돌담과 교회, 개성 넘치는 문패가 골목을 단장한다. 연대도는 수군통제영 시절, 섬 정상에 봉화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려 연대도(烟臺島)라 불렸다. 인근에 해산물이 지천이라 ‘돈섬’으로 알려졌고, 섬 안에 양조장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새롭게 조명받는 서피랑 골목
마을 남쪽을 넘어서면 고요한 몽돌해변이다. 반대편으로 향하면 에코체험센터다. 연대도는 한때 자체 생산 전기로 일부 시설을 운영하는 에코아일랜드로 이름을 알렸다. 어촌계가 운영하는 에코체험센터에서는 단체 숙박이 가능하다. 섬에는 연대도 패총(사적 335호), 양귀비 꽃밭의 흔적도 있다.
걷기 여행자에게는 연대도의 동쪽 숲을 연결하는 지겟길이 걸을 만하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4구간 ‘연대도 지겟길’은 예전 마을 주민이 지게를 지고 연대봉까지 오르던 길이다. 호젓한 숲길이 약 2.2㎞(1시간30분) 이어지며 곳곳에 전망대도 있다. 지겟길은 멧돼지가 출몰하는 지역으로, 혼자 걷지 않는 게 좋다. 만지도와 연대도 배편은 들어갈 때 탑승한 배(동일 회사)를 다시 타고 섬을 나서야 한다. 섬에서 나와 버스에 오르면 통영의 동네와 바다가 구불구불 펼쳐진다. 미륵산 자락에 있는 전혁림미술관은 푸른 통영의 호흡이 담긴 미술관이다. 통영에서 태어난 전혁림 화백의 작품 80여 점과 유품이 전시된다. 생가터에 조성된 미술관은 타일로 꾸민 외관 자체가 작품이다. 최근 뜨는 봉평동 골목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동피랑벽화마을이 유명해지면서 서피랑마을도 새롭게 조명받는다. 동피랑과 어깨를 나란히 한 서피랑에서는 호젓한 골목을 산책하며 통영 시내와 강구안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서피랑공원으로 이어지는 99계단, 피아노계단 등과 길목의 조각 작품이 아기자기한 볼거리다.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서린 통영 세병관(국보 305호)에서는 통영 바다가 다른 자태로 감동을 선사한다. 삼도수군통제영의 중심 건물인 세병관은 조선시대 목조건물 가운데 규모가 몇 손가락에 꼽힌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