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흔적'만 남은 베를린… '혼행의 기쁨' 주는 도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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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조은영의 '무브무브' - '유럽의 새 수도' 베를린
공공녹지·공원 2500여개… 도시 대부분이 평지인 '자전거 천국'
368m 높이 TV타워가 랜드마크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시청사
높은 천장·대리석·레드카펫 '눈길'
조은영의 '무브무브' - '유럽의 새 수도' 베를린
공공녹지·공원 2500여개… 도시 대부분이 평지인 '자전거 천국'
368m 높이 TV타워가 랜드마크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시청사
높은 천장·대리석·레드카펫 '눈길'
![유럽의 새 수도라 불리는 베를린은 역동적인 모습과 함께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공존하는 도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78467.1.jpg)
베를린=조은영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사진=무브매거진, 셔터스톡 제공
!['분단의 흔적'만 남은 베를린… '혼행의 기쁨' 주는 도시가 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408332.1.jpg)
베를린의 크기는 서울의 1.5배다. 독일의 도시 중 가장 크지만 인구는 400만 명도 되지 않아 쾌적하다. 슈프레 강이 중심부를 관통하고 서쪽으로는 스판다우 강이 슈프레와 만난다. 도시 내에 많은 호수와 정원이 있다. 2500여 개의 공공녹지와 공원이 있고 면적의 25%를 숲과 공원이 차지한다. ‘유럽의 새 수도’라 불리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도시의 한편엔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공존한다. 도시는 사람들을 넉넉히 보듬어줄 자연이 있고 평평한 평지로 구성돼 자전거 타기에 참 좋다. 그래서인지 베를리너들은 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가 많다. 세계의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베를린에 앞다퉈 진출했다. 이는 여행자들도 원한다면 아주 손쉽게 아무데서나 길에 있는 자전거를 주워 타고 원하는 목적지에 자전거를 버려도(?) 된다는 이야기다.
![베를린 도심을 관통하는 슈프레 강변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베를린 시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78482.1.jpg)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즐겨타는 베를린 시민들.](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78506.1.jpg)
![동베를린 시절 지은 가장 높은 건물인 TV타워.](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89914.1.jpg)
이곳은 만남의 장소이자, 쇼핑거리이며 예술가들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이 부근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68m의 높이를 자랑하는 TV타워다. 서베를린에 있는 전승기념탑보다 더 높게 세워 동베를린의 위용을 보여주려 1969년에 지은 TV타워는 당시엔 동베를린의 자랑이자 상징이었고 지금은 베를린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됐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기도 한 이곳의 204m 높이엔 전망대가 있으며 바로 위층엔 30분마다 한 바퀴씩 도는 회전 레스토랑도 있다. 여행객이라면 근처에 있는 만국시계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박물관의 섬으로 이름 높은 슈프레 섬
알렉산더 플라츠에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화려하고 웅장한 베를린 돔을 만날 수 있다. 베를린 돔은 1747년에 지어진 교회 건물로 ‘베를린 대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전쟁 때 폭격을 받아 많은 부분이 소실돼 단순하게 바뀌었음에도 검게 그을린 듯한 벽면과 푸른 빛의 돔 지붕의 조화는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숨막히게 아름답다.
TV타워 옆에 있는 마리엔 교회와 더불어 베를린에서 가장 유서 깊은 교회로 꼽히는 성 니콜라이 교회는 베를린의 핫 플레이스인 미테의 니콜라이 지구에 있다. 성 니콜라스 교회는 1220~1230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대성당과 1876년 증축한 후기 고딕 양식 구조가 잘 어우러진 건축물이다. 두 개의 탑은 전쟁 때 파괴됐으나 동독 시절 복원한 것이다. 현재는 박물관, 콘서트홀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데 내부 관람을 하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매월 첫째 수요일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니 참고하면 좋다.
빨간 벽돌이 인상적인 시청사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인 니콜라이 지구의 건물들, 레스토랑, 카페 등에선 역사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옛 독어로 쓰인 간판도 간간이 보여 향수를 자아낸다. 슈프레 강, 라트하우스 거리, 슈판다우어 거리, 뮐렌담 등과 인접한 니콜라이 지구에서 우린 베를린 옛 모습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실 이 지역은 1937년 베를린 7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재건축 계획을 시행하면서 많은 건물이 철거됐고,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폭격과 시가전으로 폐허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역사적 건축물들을 재건해 왔고, 오래된 건물들은 이후 들어선 새 주택,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현재의 모습이 됐다.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베를린 시청사.](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AA.17378473.1.jpg)
독일 통일 후 변화 보여주는 포츠다머 플라츠
포츠다머 플라츠는 1990년 독일 통일 후 도시의 천지개벽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현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1920년대에만 해도 유럽의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분단 이후 옛 동베를린 지역에 위치하는 바람에 약 50년간 방치돼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바로 지나가던 장소였던 만큼 장벽이 무너진 후 일대에 51만㎡ 규모의 거대한 공터가 생겼고, 오랫동안 비워둔 탓으로 잡초만 무성했던 이 땅을 두고 3년간의 긴 토론이 이어졌다.
세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개발 공모를 실시했고, 복합도시, 역사성을 살리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이미지를 형상화하자는 골자로 대대적인 도시재생이 시작됐다. 렌조 피아노를 비롯해 리처드 로저스, 헬무트 얀, 한스 콜호프 등 내노라하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과거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를 가운데 놓고 두 개의 거대한 건물이 들어섰다. 이들이 포츠다머 플라츠의 중심에 위치한 높이 100m가 넘는 크라이슬러타운과 소니센터다. 과거를 너머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베를린의 층고 제한인 35m보다 3배 가까운 높이를 허가해줬다. 유럽 최대의 건축 현장이 된 포츠다머 플라츠는 건축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꼭 방문해야 할 성지로 알려져 있다. 소니센터의 중간 광장에 들어서면 후지산 모양을 형상화한 천막이 하늘을 덮고 있다. 이곳에선 매년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이외에도 다임러 크라이슬러 빌딩, 도이치반 빌딩, 복합영화관, 최고급 쇼핑몰과 식당가, 호화 아파트와 사무실 등이 들어서 베를린 최고의 번화가로 꼽힌다. 소니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눈에 익은 노란색 건물이 보인다. 바로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장이다. 홈페이지의 콘서트 일정 캘린더에서 공연을 예매할 수 있고, 매주 화요일에 열리는 40분짜리 런치콘서트는 예약만 하면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베를린=조은영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