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넘어 세계로…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가 사랑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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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어느 가족' 개봉 기념 내한 기자간담회
"혈연 아닌 가족 이야기 해보고 싶었죠"
"혈연 아닌 가족 이야기 해보고 싶었죠"
소리치기보다 속삭이기를 택하는, 힘있는 스토리텔링으로 갈등과 이슈를 포착해내는 영화 감독이 있다. 제71회 칸 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야기다.
지난 26일 개봉한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연기파 배우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등이 출연해 개성이 돋보이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겼고, 일본 현지에서 300만 관객을 동원해 2018년 극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그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 가족 중심의 영화로 일본을 넘어 전세계 관객들에 공감을 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은 특히 매니아층이 두텁다. 배우 중에도 송강호, 강동원, 류준열, 배두나 등이 그의 팬임을 자청했다.
‘어느 가족’ 국내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30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점에서 만나 칸 영화제 수상 소감과 ‘어느 가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작게 낳아 길게 키워가자는 마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디스턴스’(2001),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올해 ‘어느 가족’까지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만 5번 초청됐다.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는 남우주연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올해엔 황금종려상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영화 시리즈 마스터피스 탄생을 알렸다. 이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1997)이후 21년만의 쾌거다.
그는 국내 언론을 만난 자리에서 "영화를 시작하고 15년 정도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들었기에 큰 규모의 개봉을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영화를 대하는 태도, 자세가 변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많은 분들이 지금은 제 영화를 보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300만 정도 일본 관객들이 동원됐고 타이완, 홍콩 등에서 개봉했다. 한국에서도 좋은 출발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작게 낳아 길게 키워가자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면서 “칸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해 많은 사람에게 영화가 퍼져가고 있는 예상하지 못한 기쁜 일을 경험 중"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오리지널 작품으로 대규모 개봉이 수월하지는 않다. 오랜 시간 꾸준히 해 온 것이 보답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고백했다.
영화 수상 직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일본 현지 매체는 21년만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에 아베 총리가 축하 전화 혹은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외로 침묵한 것. 아베 총리는 그동안 올림픽, 노벨상 등을 수상한 이들에게 유별난 축하를 보내왔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이 그동안 매체를 통해 아베 총리에 반하는 의견을 내왔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정부가 축하를 표하는 것이 영화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의 일에 대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국회에서 더 중요한 일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화가 만들어 졌고 이것이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게 편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0년간 고민한 가족의 형태 ‘어느 가족’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 10년간 고심해온 모든 것을 담은 영화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가족을 중심으로 연금과 좀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부부, 아내의 여동생, 우연히 함께 살게 된 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가족은 어때야 한다, 좋은 가족은 어떻다던가 정의 내리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고 억압적으로 가족은 이런 것이다라고 규정하지 않는 것이 좋은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죄를 범하고 심판을 받기도 하는 가족이지만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영화를 본 관객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플롯을 구성하는 전 단계에서 부모가 사망한 후 이를 통보하지 않고 연금을 사용하다 발각된 연금사기사건을 접했다. 혈연 이외의 요소를 가지고 가족을 구성해 살고 있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엔딩이 잔인하거나 어둡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밝은 빛이 느껴지는 마음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보는 이의 방식대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감독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연기파 배우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등이 출연해 개성이 돋보이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릴리 프랭키는 네 번째, 키키 키린은 다섯 번째 호흡을 맞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먼저 "페르소나, 분신과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릴리 프랭키와는 촬영 전 단계에서 역할에 대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손으로 편지를 써서 사진으로 찍어서 SNS로 보내주는 방식의 편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릴리 프랭키가 연기할 오사무라는 사람은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인간적으로 성장 않는 어려운 역할이다. 자식인 쇼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앞질러 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성장을 통해 아버지를 앞지르는 것에 대한 의식, 죄의식을 느끼고 슬픈 아버지 상이라는 설명을 해 드렸다"고 덧붙였다.
키키 키린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좋은, 훌륭한 배우라는 것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 분 이상으로 좋은 배우가 없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 중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극 중 6명이서 바닷가에 가는 장면이 있다. 촬영 첫 날 파도놀이 하는 가족을 보며 할머니가 입으로 뭔가 중얼거리는 장면을 찍었다. 중얼거린다는 지문이 대본에는 써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편집실서 보니 '입이 움직이네 뭐라고 하는거지?'라고 생각했고, 주의해서 보다보니 '고맙습니다'라고 하더라. 배우 스스로 그렇게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이 장면이 키키 키린의 마지막 신이었는데 이 말을 한 것을 보고, 영화의 줄거리 상 그 부분이 나올 수 있도록 대본을 수정해갔다. 영화의 주제, 중요한 핵심에 대해서 배우로서 포착해내고 본인이 받아들이고 잡아내는, 자연스럽게 슬쩍 꺼내놓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감독은 "키키 키린은 제가 그런 것에 대해 간과하고 연출했다면 '이 연출자가 별로네'라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다. 배우가 꺼낸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하는 '진검 승부'를 늘 하고 있다. 주고받는 과정이 가능한 배우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큰 혜택"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 "매력적인 한국 배우들과 작업 하고파" 일본 영화계, 아시아 영화계의 중심에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산업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일본 영화계가 가늘어지고 좁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내향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감독 선배들의 멋진 작품이 있고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일본 영화는 그들의 후광에 힘 입어 좋아보이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계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 영화는 다행히 여러 곳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일본에는 재능있는 인재 임에도 불구하고 소개받을 기회가 없거나, 재능을 펼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감독들도 많다. 나 역시 도태되지 않고 연출 세계를 확장해나가며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가족 시리즈를 꾸준히 펴냈던 감독은 “패밀리 드라마라기보다 가족 밖에 가족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서 일어나는 마찰에 주목해 만들었고, 사회 안에서 어떤 식으로 가족이 변해나갈지 모르겠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제 안에서도 모티브가 생겨날 듯 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감독이 보충적인 설명을 하면 연출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것 또한 귀중한 시간이다. 제게도 굉장히 소중하기에 앞으로도 오늘 같은 자리를 만들면서 대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감독은 칸 영화제의 영광을 뒤로 하고 다음 작품의 메가폰을 잡는다. 그는 "이번엔 일본어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프랑스, 미국 배우들과 작업 중이다. 에단 호크와 줄리엣 비노쉬 등이 출연한다. 다음주엔 파리로 돌아가서 준비에 박차를 가해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나 언어를 넘어 연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숙제이다. 제게도 도전인데 열심히 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만약 좋은 형태로 마무리 되면 프랑스만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서도 보여질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언어와의 작업도 가능하겠다는 결과가 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뿐만아니라 "한국에서도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이 있기에 좋은 결과가 얻어지면 한국 배우들과도 만남을 확대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지난 26일 개봉한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연기파 배우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등이 출연해 개성이 돋보이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겼고, 일본 현지에서 300만 관객을 동원해 2018년 극영화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그는 영화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고' 등 가족 중심의 영화로 일본을 넘어 전세계 관객들에 공감을 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은 특히 매니아층이 두텁다. 배우 중에도 송강호, 강동원, 류준열, 배두나 등이 그의 팬임을 자청했다.
‘어느 가족’ 국내 개봉을 맞아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30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점에서 만나 칸 영화제 수상 소감과 ‘어느 가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71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작게 낳아 길게 키워가자는 마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칸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디스턴스’(2001),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올해 ‘어느 가족’까지 칸 영화제 경쟁 부분에만 5번 초청됐다.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는 남우주연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올해엔 황금종려상의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가족영화 시리즈 마스터피스 탄생을 알렸다. 이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1997)이후 21년만의 쾌거다.
그는 국내 언론을 만난 자리에서 "영화를 시작하고 15년 정도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들었기에 큰 규모의 개봉을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영화를 대하는 태도, 자세가 변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많은 분들이 지금은 제 영화를 보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300만 정도 일본 관객들이 동원됐고 타이완, 홍콩 등에서 개봉했다. 한국에서도 좋은 출발을 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작게 낳아 길게 키워가자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면서 “칸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해 많은 사람에게 영화가 퍼져가고 있는 예상하지 못한 기쁜 일을 경험 중"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오리지널 작품으로 대규모 개봉이 수월하지는 않다. 오랜 시간 꾸준히 해 온 것이 보답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고 고백했다.
영화 수상 직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의도치 않게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일본 현지 매체는 21년만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소식에 아베 총리가 축하 전화 혹은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외로 침묵한 것. 아베 총리는 그동안 올림픽, 노벨상 등을 수상한 이들에게 유별난 축하를 보내왔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이 그동안 매체를 통해 아베 총리에 반하는 의견을 내왔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정부가 축하를 표하는 것이 영화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의 일에 대해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국회에서 더 중요한 일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 영화가 만들어 졌고 이것이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게 편하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0년간 고민한 가족의 형태 ‘어느 가족’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히로카즈 감독이 지난 10년간 고심해온 모든 것을 담은 영화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가족을 중심으로 연금과 좀도둑질로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부부, 아내의 여동생, 우연히 함께 살게 된 다섯 살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가족은 어때야 한다, 좋은 가족은 어떻다던가 정의 내리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고 억압적으로 가족은 이런 것이다라고 규정하지 않는 것이 좋은 자세라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죄를 범하고 심판을 받기도 하는 가족이지만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영화를 본 관객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플롯을 구성하는 전 단계에서 부모가 사망한 후 이를 통보하지 않고 연금을 사용하다 발각된 연금사기사건을 접했다. 혈연 이외의 요소를 가지고 가족을 구성해 살고 있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엔딩이 잔인하거나 어둡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밝은 빛이 느껴지는 마음이 든다는 사람도 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보는 이의 방식대로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감독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연기파 배우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등이 출연해 개성이 돋보이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릴리 프랭키는 네 번째, 키키 키린은 다섯 번째 호흡을 맞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먼저 "페르소나, 분신과 같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릴리 프랭키와는 촬영 전 단계에서 역할에 대한 편지를 주고 받았다. 손으로 편지를 써서 사진으로 찍어서 SNS로 보내주는 방식의 편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릴리 프랭키가 연기할 오사무라는 사람은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인간적으로 성장 않는 어려운 역할이다. 자식인 쇼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앞질러 가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성장을 통해 아버지를 앞지르는 것에 대한 의식, 죄의식을 느끼고 슬픈 아버지 상이라는 설명을 해 드렸다"고 덧붙였다.
키키 키린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좋은, 훌륭한 배우라는 것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이 분 이상으로 좋은 배우가 없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촬영 중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극 중 6명이서 바닷가에 가는 장면이 있다. 촬영 첫 날 파도놀이 하는 가족을 보며 할머니가 입으로 뭔가 중얼거리는 장면을 찍었다. 중얼거린다는 지문이 대본에는 써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의식하지 못하다가 편집실서 보니 '입이 움직이네 뭐라고 하는거지?'라고 생각했고, 주의해서 보다보니 '고맙습니다'라고 하더라. 배우 스스로 그렇게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이 장면이 키키 키린의 마지막 신이었는데 이 말을 한 것을 보고, 영화의 줄거리 상 그 부분이 나올 수 있도록 대본을 수정해갔다. 영화의 주제, 중요한 핵심에 대해서 배우로서 포착해내고 본인이 받아들이고 잡아내는, 자연스럽게 슬쩍 꺼내놓는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감독은 "키키 키린은 제가 그런 것에 대해 간과하고 연출했다면 '이 연출자가 별로네'라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다. 배우가 꺼낸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 쳐서 하는 '진검 승부'를 늘 하고 있다. 주고받는 과정이 가능한 배우가 현장에 있다는 것은 연출자로서 큰 혜택"이라고 자신감을 전했다.
◆ "매력적인 한국 배우들과 작업 하고파" 일본 영화계, 아시아 영화계의 중심에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산업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일본 영화계가 가늘어지고 좁아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내향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나루세 미키오 감독 선배들의 멋진 작품이 있고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일본 영화는 그들의 후광에 힘 입어 좋아보이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계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내 영화는 다행히 여러 곳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일본에는 재능있는 인재 임에도 불구하고 소개받을 기회가 없거나, 재능을 펼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감독들도 많다. 나 역시 도태되지 않고 연출 세계를 확장해나가며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가족 시리즈를 꾸준히 펴냈던 감독은 “패밀리 드라마라기보다 가족 밖에 가족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에서 일어나는 마찰에 주목해 만들었고, 사회 안에서 어떤 식으로 가족이 변해나갈지 모르겠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제 안에서도 모티브가 생겨날 듯 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작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서 "감독이 보충적인 설명을 하면 연출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한국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것 또한 귀중한 시간이다. 제게도 굉장히 소중하기에 앞으로도 오늘 같은 자리를 만들면서 대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감독은 칸 영화제의 영광을 뒤로 하고 다음 작품의 메가폰을 잡는다. 그는 "이번엔 일본어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프랑스, 미국 배우들과 작업 중이다. 에단 호크와 줄리엣 비노쉬 등이 출연한다. 다음주엔 파리로 돌아가서 준비에 박차를 가해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나 언어를 넘어 연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숙제이다. 제게도 도전인데 열심히 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만약 좋은 형태로 마무리 되면 프랑스만이 아니라 다른 문화에서도 보여질 수 있게 된다면, 다른 언어와의 작업도 가능하겠다는 결과가 될 것 같다"고 바람을 전했다.
뿐만아니라 "한국에서도 같이 일을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이 있기에 좋은 결과가 얻어지면 한국 배우들과도 만남을 확대하고 싶은 소망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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