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온 킹' 한국 상륙…"마을 하나를 통째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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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기념 투어 공연…무대 위 펼쳐지는 아프리카 야생 정글
투어 총괄 펠리페 감바 "동물 아닌 인간의 이야기" 뮤지컬 '라이온 킹'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오프닝 명장면으로 유명하다.
아프리카 초원의 왕 '무파사'가 자신의 후계자가 될 아들 '심바'의 탄생을 선언하는 자리. 아프리카 토속 색이 짙은 넘버(곡) '생명의 순환'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거대한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초원의 동물들이 하나둘 무대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기린이 무대 위를 유유히 거닐고 가젤들이 무리 지어 뛰어다닌다.
형형색색 조류들과 얼룩말, 코뿔소, 코끼리까지 나타나면 회색 무대는 생명력이 꿈틀대고 아프리카의 광활함이 요동치는 사바나로 변신한다.
객석 통로에까지 동물 떼가 들어차면 객석 이곳저곳에선 탄성이 터진다. 1997년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20개국에서 9천500만명을 끌어모은 이 대형 히트작을 한국에서도 원형 그대로 감상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외 투어 일환으로 한국을 찾는다.
지난 3월 필리핀 마닐라와 6월 싱가포르를 거쳐 11월 한국으로 이어진다.
1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 내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 4월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차례로 오른다.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 제작진과 배우들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작품의 특징과 매력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작품에 대해 "경이로운 예술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 배우와 동물 혼연일체…200여개 퍼펫·마스크 사용
이 작품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은 하나다.
어떻게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과 동물들을 무대 위로 옮길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비결은 200여개 퍼핏(손 등 신체 일부를 넣어 조종할 수 있는 인형)과 마스크에 있다.
배우들을 동물을 연기하기 위해 동물 의상을 전신에 덮어쓰거나 마스크로 얼굴을 덮지 않는다.
대신 퍼핏을 조종하고 동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얼굴과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배우 얼굴이 완전히 보이는 가운데 기린의 긴 목이 마스크로 연결되고, 가젤이 떼로 뛰어다니는 모습은 배우가 바퀴를 미는 동작과 함께 구현된다.
배우의 손은 치타 앞발이 되고, 배우가 머리를 갸우뚱하면 치타도 함께 갸우뚱거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동물을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과 환상을 통해 사바나 정글을 완성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에는 "시각 예술의 극치",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의 조화" 등의 평이 따라 다닌다.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 총괄 이사를 맡은 펠리페 감바(월트디즈니 컴퍼니 시어트리컬 그룹 국제 협력부 디렉터)는 "동물이나 무대를 구현하는 과정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며 "'라이온 킹'은 결국 동물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프닝 장면을 시연한 라피키(주술자 개코원숭이) 역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 느세파 핏젱은 "일일이 수작업한 의상들은 상당히 무겁다"며 "그러나 그러한 의상과 마스크가 작품을 독창적이고 컬러풀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 브로드웨이 '밖' 사람들이 탄생시킨 브로드웨이 명작
이러한 독창성과 예술성의 중심에는 여성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거머쥔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아시아 가면 무용극과 인형극을 연구한 경험과 아프리카 마스크에서 영감을 받아 마스크와 퍼핏, 배우를 하나로 융합하는 독창적 무대 예술을 탄생시켰다.
'라이온 킹'은 그의 브로드웨이 입성작이자 첫 뮤지컬 도전이었다.
덕분에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됐지만, 동시에 브로드웨이 문법에 얽매이지 않았다.
다른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라이온 킹' 음악 작업에 참여한 이들 역시 '브로드웨이 사람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팝의 전설 엘튼 존과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음악가 레보 엠, 영화 음악의 대부 한스 짐머가 애니메이션에 이어 뮤지컬 작업에 그대로 참여했다.
음악은 덕분에 팝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정글의 생명력을 모두 품어낼 수 있었다.
음악감독 및 지휘자 마이크 샤퍼클라우스는 "'라이온 킹'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악기와 목소리의 조화"라며 "드럼, 젬베, 피리 등 전통적 악기들이 많이 사용됨으로써 아프리카적 요소가 음악 곳곳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 12년 전 일본 버전 '라이온 킹'과 다를까
제작진은 이번 공연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는 원형과 똑같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감바는 "21년 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뉴욕 외 다른 지역에서 공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드디어 방법을 찾아냈다"며 "마치 마을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것과 같은 노력과 어려움이 따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나라마다, 도시마다 공연장 사정이 모두 다르지만 "환경에 따른 타협은 없다"며 "모든 공연장에서 감동적이고 경이로운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막이 올라봐야 안다.
2006년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라이선스 버전으로 이 작품을 공격적으로 한국에 선보인 바 있지만, 약 1년간에 걸친 장기 공연이 끝난 뒤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이란 평을 받았다.
아기 사자 '심바' 여정을 '생명의 순환'이란 철학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상징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많은 작품임에도 '어린이 공연'으로 인식되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감바 역시 "당시 시키는 한국 시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작품의 기술적 부분들도 반드시 고려됐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시장은 그간 큰 성장을 이뤘고 이번에는 분명 다를 것"이라며 "기존 규칙과 원칙을 깨트린 이번 뮤지컬을 제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투어 총괄 펠리페 감바 "동물 아닌 인간의 이야기" 뮤지컬 '라이온 킹'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오프닝 명장면으로 유명하다.
아프리카 초원의 왕 '무파사'가 자신의 후계자가 될 아들 '심바'의 탄생을 선언하는 자리. 아프리카 토속 색이 짙은 넘버(곡) '생명의 순환'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거대한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초원의 동물들이 하나둘 무대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기린이 무대 위를 유유히 거닐고 가젤들이 무리 지어 뛰어다닌다.
형형색색 조류들과 얼룩말, 코뿔소, 코끼리까지 나타나면 회색 무대는 생명력이 꿈틀대고 아프리카의 광활함이 요동치는 사바나로 변신한다.
객석 통로에까지 동물 떼가 들어차면 객석 이곳저곳에선 탄성이 터진다. 1997년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20개국에서 9천500만명을 끌어모은 이 대형 히트작을 한국에서도 원형 그대로 감상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탄생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외 투어 일환으로 한국을 찾는다.
지난 3월 필리핀 마닐라와 6월 싱가포르를 거쳐 11월 한국으로 이어진다.
11월 대구 계명아트센터, 내년 1월 서울 예술의전당, 4월 부산 드림씨어터 무대에 차례로 오른다.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 제작진과 배우들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작품의 특징과 매력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작품에 대해 "경이로운 예술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 배우와 동물 혼연일체…200여개 퍼펫·마스크 사용
이 작품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은 하나다.
어떻게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과 동물들을 무대 위로 옮길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비결은 200여개 퍼핏(손 등 신체 일부를 넣어 조종할 수 있는 인형)과 마스크에 있다.
배우들을 동물을 연기하기 위해 동물 의상을 전신에 덮어쓰거나 마스크로 얼굴을 덮지 않는다.
대신 퍼핏을 조종하고 동물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얼굴과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배우 얼굴이 완전히 보이는 가운데 기린의 긴 목이 마스크로 연결되고, 가젤이 떼로 뛰어다니는 모습은 배우가 바퀴를 미는 동작과 함께 구현된다.
배우의 손은 치타 앞발이 되고, 배우가 머리를 갸우뚱하면 치타도 함께 갸우뚱거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동물을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상상력과 환상을 통해 사바나 정글을 완성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에는 "시각 예술의 극치", 엔터테인먼트와 예술의 조화" 등의 평이 따라 다닌다.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 총괄 이사를 맡은 펠리페 감바(월트디즈니 컴퍼니 시어트리컬 그룹 국제 협력부 디렉터)는 "동물이나 무대를 구현하는 과정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며 "'라이온 킹'은 결국 동물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프닝 장면을 시연한 라피키(주술자 개코원숭이) 역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배우 느세파 핏젱은 "일일이 수작업한 의상들은 상당히 무겁다"며 "그러나 그러한 의상과 마스크가 작품을 독창적이고 컬러풀하게 만든다"고 평했다. ◇ 브로드웨이 '밖' 사람들이 탄생시킨 브로드웨이 명작
이러한 독창성과 예술성의 중심에는 여성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거머쥔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 머물며 아시아 가면 무용극과 인형극을 연구한 경험과 아프리카 마스크에서 영감을 받아 마스크와 퍼핏, 배우를 하나로 융합하는 독창적 무대 예술을 탄생시켰다.
'라이온 킹'은 그의 브로드웨이 입성작이자 첫 뮤지컬 도전이었다.
덕분에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됐지만, 동시에 브로드웨이 문법에 얽매이지 않았다.
다른 제작진도 마찬가지다.
'라이온 킹' 음악 작업에 참여한 이들 역시 '브로드웨이 사람들'이라고 보기 어렵다.
팝의 전설 엘튼 존과 작사가 팀 라이스 콤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음악가 레보 엠, 영화 음악의 대부 한스 짐머가 애니메이션에 이어 뮤지컬 작업에 그대로 참여했다.
음악은 덕분에 팝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정글의 생명력을 모두 품어낼 수 있었다.
음악감독 및 지휘자 마이크 샤퍼클라우스는 "'라이온 킹'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악기와 목소리의 조화"라며 "드럼, 젬베, 피리 등 전통적 악기들이 많이 사용됨으로써 아프리카적 요소가 음악 곳곳에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 12년 전 일본 버전 '라이온 킹'과 다를까
제작진은 이번 공연이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볼 수 있는 원형과 똑같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감바는 "21년 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뉴욕 외 다른 지역에서 공연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드디어 방법을 찾아냈다"며 "마치 마을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것과 같은 노력과 어려움이 따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나라마다, 도시마다 공연장 사정이 모두 다르지만 "환경에 따른 타협은 없다"며 "모든 공연장에서 감동적이고 경이로운 공연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이 작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막이 올라봐야 안다.
2006년 일본 극단 시키(四季)가 라이선스 버전으로 이 작품을 공격적으로 한국에 선보인 바 있지만, 약 1년간에 걸친 장기 공연이 끝난 뒤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이란 평을 받았다.
아기 사자 '심바' 여정을 '생명의 순환'이란 철학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상징적이고 시적인 표현이 많은 작품임에도 '어린이 공연'으로 인식되며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감바 역시 "당시 시키는 한국 시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며 "작품의 기술적 부분들도 반드시 고려됐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시장은 그간 큰 성장을 이뤘고 이번에는 분명 다를 것"이라며 "기존 규칙과 원칙을 깨트린 이번 뮤지컬을 제대로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