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통상전쟁의 충격을 느끼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오토바이를 시작으로 탄산음료, 맥주에 이르기까지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가격 인상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주 알루미늄·플라스틱 가격과 물류비가 올라 북미 지역 판매가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제임스 퀸시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인상 영향이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사무엘아담스를 만드는 보스턴맥주도 올 하반기 가격을 2% 인상하기로 했다. 짐 코흐 CEO는 “늘어난 원자재 가격 부담을 가격 인상으로 어느 정도 상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레크리에이션 차량(RV) 제조업체인 위니바고인더스트리도 비용 절감과 함께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RV 판매량이 급증했다. 마이클 하퍼 CEO는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생산과 판매 양쪽에서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3월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매기면서 올 들어 미국 내 철강과 알루미늄값은 각각 33%와 11% 상승했다. 이달 6일부터는 340억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가 시작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소비자물가(2.9%)보다 더 올랐다.

할리 데이비슨, 폴라리스인더스트리 등 오토바이업계는 원가 상승 탓에 공장 해외 이전까지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부는 강한 미국 경제가 높은 가격을 지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 2분기에 전 분기 대비 4.1%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달성했다. 난방공조기 제조업체인 레녹스인터내셔널의 토드 블루던 CEO는 “모든 동종 업체가 비슷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아직 부작용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WSJ는 관세가 계속 확대된다면 미 경제의 높은 성장률도 가격 인상 부작용을 완충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