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올해만 벌써 5승을 합작했다. 7승을 거두고 있는 한국과 불과 2승 차이로, 미국(4승)을 넘어서 선수 출신국가별 다승 2위로 올라섰다. 태국은 잠재력을 폭발한 간판스타 에리야 쭈타누깐(22)을 필두로 그의 언니 모리야 쭈타누깐(24)과 티다파 수완나푸라(26) 등이 챔피언에 가세하면서 어느덧 한국 여자골프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했다.

에리야 쭈타누깐은 30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걸레인 GC(파71·6480야드)에서 끝난 에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15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그는 호주동포 이민지(22)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세 번째 우승이자 LPGA투어 통산 10승째를 수확했다. 쭈타누깐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6월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데 이어 잠깐의 슬럼프로 왕좌를 내줬다가 1년1개월 만에 박인비(30)를 밀어내고 최고 자리를 되찾았다.

◆쭈타누깐, 이번엔 장기집권 할까

이번 레이디스 스코티시 오픈은 쭈타누깐이라는 새 여제의 대관식이나 마찬가지였다. 만 22세에 불과한 그의 자리를 당분간 위협할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쭈타누깐은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100만원)를 더해 시즌 누적 상금 202만2765달러를 모아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약 95만달러)와 격차를 100만달러 이상으로 벌렸다. 올해 상금 200만달러는 물론 100만달러를 넘긴 선수도 쭈타누깐이 유일하다. 또 그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180점)에서 2위 박성현(94점)에게 100점 가까이 앞서 있다. 평균타수(69.423)와 선수들의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레이스 투 CME 글로브 포인트’(3154점) 역시 1위에 올라 있다.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평균 268.4야드를 보내는 그는 쇼트게임과 ‘멘탈’이 약점으로 꼽혀왔으나 이마저도 최근 보완됐다. 그의 평균 퍼트 수는 투어 전체 1위(28.39개)다. 이날 18번홀(파4)에선 티샷을 깊은 러프에 보내놓고도 어려운 위치의 세 번째 칩샷을 홀 주변에 붙이며 파를 잡아냈다.

◆태국 골프 붐 일으킨 쭈타누깐 자매

쭈타누깐을 필두로 한 태국 골프는 어느새 LPGA투어의 주류이던 한국의 위상까지 넘보고 있다. 올 시즌 상금랭킹 100위 안에 든 태국 선수는 7명으로, 35명인 미국과 18명인 한국에 이어 세 번째다. 쭈타누깐 홀로 쌓던 태국 출신 선수의 승수에 그의 언니 모리야(LA오픈)와 수완나푸라(마라톤 클래식) 등이 가세했다.

우리나라에서 박세리를 보고 골프를 시작한 ‘박세리 키즈’가 늘어났듯 태국에서도 ‘쭈타누깐 키즈’가 늘어나며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태국의 ‘골프 붐’은 비록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와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투어에만 수십 명의 태국 선수가 진출해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 오픈에는 10명이 넘는 태국 선수가 CLPGA투어 상위 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올해 US여자오픈 아마추어 1위 역시 태국 선수(패티 타바타나킷)의 몫이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