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 파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안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기무사의 간판을 떼고 국방부 본부급 조직으로 개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최근 기무사에 대한 고강도 개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기무사 수장을 민간에 맡기거나 국방부 외청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무사 간판 떼고… '보안·방첩본부'로 축소 유력
◆기무사 조직 대폭 축소

30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당초 예정보다 시한을 앞당겨 이르면 내달 2일 개혁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기무사의 간판을 내리고 국방정보본부와 같은 국방부 산하 본부 조직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명칭도 ‘국방부 보안·방첩본부’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기무개혁위 위원들은 기무사를 방위사업청이나 병무청 같은 ‘외청’으로 두고, 기무사 수장을 민간인에게 맡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청을 두는 안은 국회 입법 사항인 만큼 시일이 걸리는 데다 개혁안에 명시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외청으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안 형태로 개혁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 명칭을 바꿔 사령부급 국방부 직할부대로 개편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군기무사령부령을 대폭 수정하거나 폐지해 새로운 사령부령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무사가 새 이름으로 국방부 직할부대로 개편되면 국방부 장관의 강한 통제를 받아 불법 정치 개입을 막을 수 있다고 개혁위는 보고 있다.

기무사 인원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4200명 수준인 기무사 인력을 30% 정도 감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의 장성 수도 기존 9명에서 2명까지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개혁위는 내달 2일 회의에서 최종 개혁안을 마련한 뒤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는 기무사 계엄 문건 등을 수사 중인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참고해 개혁의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기무개혁위가 개혁안을 내달 2일에 보고하느냐는 질문에 “확정되지 않았지만 가능하면 빨리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기무개혁위의 보고 안을 검토한 뒤 청와대에도 보고할 예정이다.

기무사 계엄 문건을 수사하고 있는 군·검찰 합동수사단은 이번주 문건 작성 당시 기무사령관이었던 조현천 예비역 중장과 직속 보고라인인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합수단은 미국에 체류 중인 조 전 사령관의 신병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기무사 요원들에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 전 사령관은 해당 문건의 작성, 보고 경위 등을 규명하는 데 있어 핵심 인물이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이 자진 귀국해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 발부와 여권 무효화 조치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 군 면회만 가도 개인정보 사찰

기무사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광웅 당시 국방부 장관의 통화 내용을 감청했다는 군 인권센터의 폭로가 나왔다. 센터는 기무사가 면회차 군부대를 방문한 민간인 수백만 명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이날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무사 요원 제보 등에 따르면 기무사는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윤 국방부 장관과 통화하는 것까지 감청했다”며 “장관이 사용하는 군용 유선전화를 감청한 것인데,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기무사가 대통령과 장관의 긴밀한 국정 토의를 감시할 까닭이 없다”며 “기무사 도·감청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또 “기무사가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벌여왔다”며 “기무사는 민간인이 군부대 면회만 가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군부대와 군사법원, 군병원 등 군사시설을 방문한 민간인이 위병소에 제시한 개인정보를 기무사가 모두 취합한 다음 군시설 출입자들의 주소나 출국정보 등을 열람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