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를 위조하고 사업비를 부풀려 억대 국가보조금을 타낸 사업주와 직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정부보조금이 늘어나면서 제도적 허점이 악용될 우려가 커진 만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술한 서류검사에 '구멍 뚫린' 정부보조금
◆서류 조작으로 고용지원금 받아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과 고용보험법 위반, 사기 및 횡령 혐의로 H 인명구조단체 운영자 강모씨(41)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강씨와 범행을 공모한 본부장 김모씨(41)와 팀장 이모씨(32)는 불구속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강씨 등은 2016년 7월부터 약 1년간 이 단체 직원 9명을 신규 채용한 것처럼 꾸며 고용노동부의 고용촉진지원금 5595만원을 부당 수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미 정규직으로 채용한 직원들에게 노동부 취업프로그램을 이수하게 하고 직원을 신규로 채용한 것처럼 서류를 제출해 지원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프로그램을 들은 뒤 고용부의 ‘취업희망 풀’에 올라가 있는 사람을 3개월 이상 고용하면 1인당 최대 900만원의 지원금이 회사로 지급된다는 점을 노렸다. 강씨는 또 자신의 아내를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 작성한 뒤 약 3066만원의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급여를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관계부처가 감독할 의무가 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 탓에 허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사업비도 손쉽게 ‘꿀꺽’

공공기관과 위탁교육 협약을 맺고 사업비를 따내는 과정에서도 관리감독 허점이 드러났다. H 업체는 2016년 4월 서울시와 서울 시내 종업원 100인 이상 사업장과 54개 학교를 대상으로 구조 및 응급처치 교육을 위탁받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H 업체는 교육 횟수를 부풀려 보고해 1300만원을 불법 편취했다. H 업체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강사를 파견해 교육비 5263만원을 부정 수급하기도 했다. 학교에 응급구조사 자격이 있는 강사의 프로필을 보내준 뒤 사정이 생겼다며 다른 강사를 보내는 수법을 썼다.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교육할 수 있는 강사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의 경력을 5년 이상 갖춰야 한다. 하지만 H 업체가 보유한 강사 200여 명 중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5명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교직원들이 3년에 한 번 받던 응급처치 교육을 매년 최소 3시간 이상 받는 것으로 2016년 학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늘어난 수요를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의 허술한 설립 자격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 조사 결과 강씨는 수상구조 또는 응급처치 교육과 관련한 경력이나 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규정상 비영리법인 설립자의 자격증 보유 여부는 설립 자격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