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 맡긴 60조 의결권 위탁운용사에 넘기지만…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국내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민간 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국내 주식(전체의 54%)은 의결권을 위임하지 않기로 했다.

또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거나 평가할 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이행하는 운용사에 가점을 주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한 뒤 “위탁운용사에 의결권 행사 위임을 추진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투자일임업자가 연금이나 공제회 등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131조원(4월 말 기준)에 달하는 국내 주식 투자액 중 71조원을 직접 운용하고 60조원은 34개 외부 민간 운용사에 맡기고 있다. 이 중 외부 민간 운용사에 맡긴 60조원에 한해서만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전체 투자액에 대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지금보다는 영향력이 줄어들겠지만 ‘반쪽짜리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 공적연금(GPIF)은 국내 주식 운용과 의결권 행사를 100% 민간 운용사에 위탁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 기업 경영에 개입할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기금운용위는 위탁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가 국민연금 수익 제고 등에 반할 경우 의결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이행 여부에 따라 가산점도 부여한다. 국민연금의 돈을 위탁받은 운용사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국민연금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결국 위탁운용사들은 국민연금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오라는 얘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