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중대형 배터리 실적 개선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는 스마트폰 배터리 매출은 하락했지만 중대형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 매출 2조2480억원, 영업이익 1528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1% 늘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배나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8%, 112.3% 늘었다.

체질개선 성공한 삼성SDI
중대형 배터리 호조세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기조와 피크시간대에 ESS를 활용하면 기본요금을 절감해 주는 등 정책적 혜택이 맞물리면서 ESS 설치 수요가 늘어났다. 최근 LS산전과 맥쿼리캐피탈이 전력 요금 절감을 위해 세아그룹 5개 사업장에 대규모 ESS 설비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이다. ESS는 자동차 배터리와 같은 제조 라인에서 생산되지만 수익성은 훨씬 더 높다.

자동차용 배터리 매출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용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소형 배터리는 전동공구에 주로 쓰이던 원형 배터리가 전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 무선 청소기 등으로 사용처가 다양해지면서 성장세를 이끌었다.

삼성SDI는 올 하반기에도 모든 사업부문에서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SS 배터리 수요가 올해로 고점을 찍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손미카엘 전지사업부문 전략마케팅팀 전무는 “전력용 ESS를 설치하면 2019년까지 촉진 요금제 혜택을 볼 수 있다”며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선진국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글로벌 ESS 시장은 내년은 물론 중기적으로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국내 사업장 6만3000㎡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로 한 만큼 2020년까지 ESS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대해서는 “성장성에 집착해 수익성을 잃어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