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말을 못 한다. 대신 칭얼거리거나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초보 엄마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 아무리 달래도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 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디플리다.

이수지 대표(사진)가 지난해 세운 디플리는 음성 분석 AI를 다루는 기업이다. 디플리는 AI로 아기의 비언어적 음성을 분석해 배고픔, 기저귀 교체, 트림, 아픔, 온도·습도 등 아기의 다섯 가지 상태를 알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루미(가칭)를 제작했다. 루미는 기기와 앱(응용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기기를 통해 일상에서 뒤섞여 있는 다양한 소리 중 아기의 음성을 감지하고 이를 클라우드 서버로 보낸다. 전송된 음성 자료를 AI가 분석하면 결과를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 2세까지 쓸 수 있다. 이 대표는 “보통 2~3년 동안 아기 성장 과정을 담은 육아일지를 쓰는데 앱에 쌓인 기록이 큰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아기가 우는 이유, 엄마는 몰라도 AI는 안다
루미를 구현한 핵심 기술은 두 가지다. 생활 소음에서 아기 음성을 민감하게 감지해야 한다. 추출된 음성이 어떤 감정과 상태를 나타내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 산후조리원 등에서 아기 음성 데이터 10만 개를 모으고 AI가 유형마다 나타나는 음성의 특징을 찾도록 했다. 자체 평가 결과 정확도는 90% 수준이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 루미는 이르면 올해 말 출시된다.

이 대표는 KAIST에서 전기전자 학사, 서울대에서 뇌파 생체신호 분석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3년 동안 우울증 치료기기로 유명한 와이브레인에서 일했다. 이 대표는 “이미지에 비해 음성 분석 AI는 전문가가 매우 적다”며 “우리 기술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