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그의 대표작 ‘무대 위의 무희’ 역시 발레리나를 소재로 삼은 최고의 걸작이다. 1877년 제3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출품해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관객의 이목을 끌며 무대 중앙에서 춤을 추는 프리마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팔 동작과 살짝 기울어진 머리, 균형을 잡고 있는 오른 다리, 화려한 의상을 드가 특유의 파스텔 톤으로 잡아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무대의 분위기를 마치 사진 찍듯 잡아낸 드가만의 독특한 통찰력이 엿보인다. 드가는 인상파 화가들의 기법인 빛과 색을 이용한 외광회화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신 인간의 순간적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역동성과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드가의 이 그림은 이런 점을 고요히 웅변한다. 발레리나는 그가 평생 사귄 ‘친우’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