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30일 사상 처음으로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20개 저축은행의 명단을 공개했다.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금리 운용실태 및 향후 감독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였다. 금감원은 이제까지 저축은행업계의 영업실적을 공개해왔지만 회사별로 금리 구간별 대출 비중을 밝힌 적은 없다. 금감원은 공식적으론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금리 인하를 위한 무언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감원의 고금리 리스트에 오른 저축은행들은 금감원이 평판을 악화시킨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高금리 대출 저축은행' 명단 공개한 금감원
◆“고금리가 80% 육박”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저축은행 총 대출잔액은 54조7000억원으로 이 중 가계대출이 40%가량인 22조2000억원을 차지했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은 10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22.4%였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에서 가계신용대출을 받은 109만1000명 중 78.1%가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금리 대출자의 평균 대출금액은 800만원이었고 이들이 적용받는 평균 금리는 연 25.6%였다.

금감원이 발표한 고금리 대출잔액(5월 말 기준)이 많은 상위 20개사 중 고금리 대출 비중이 가장 큰 곳은 OSB저축은행이었다. 가계신용대출 중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잔액 비중이 96.4%였다. 이어 머스트삼일저축은행이 94.9%를 기록했고 OK저축은행이 90.9%로 나타났다. 이 밖에 유진저축은행이 88.3%, 상상인저축은행이 85.0%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 “일방적 줄세우기”

금감원의 이 같은 발표를 업계에선 금리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감원이 추진하고 있는 ‘대출금리 산정체계 합리화’는 금리 구조를 투명화해 저축은행들이 함부로 이자를 더 많이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규제 수단이 아닌 만큼 금감원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를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명단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관련 정보를 공개해 저축은행 간 경쟁이 촉진되면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고금리 대출이 많은 게 곧 ‘약탈적 금융’을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발한다. 고금리 대출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차주에 대한 대출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대부업 자산을 40% 줄이기로 당국에 약속했다”며 “현재 금리가 높은 것은 대부업체에서 저축은행으로 넘어오는 취약차주가 많기 때문이고 이들에겐 금리도 10%포인트 이상 낮춰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NIM 비교는 무리”

금감원은 저축은행이 금리를 과도하게 받고 있다는 증거로 국내 은행과 저축은행 간 순이자마진(NIM) 차이를 들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NIM은 6.8%로 은행(1.7%)보다 5.1%포인트 높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통상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하다 보니 대손 비용이 커 금리를 높게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대손 비용을 고려한 NIM도 4.0%로 은행(1.5%)보다 2.5%포인트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계에선 일반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NIM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서 대출한 이들은 일반 은행 고객보다 훨씬 경기에 민감하다”며 “그런 리스크까지는 대손 감안 NIM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여신거래 기본약관을 개정해 앞으로는 법정 최고금리가 떨어지면 기존 대출자도 자동으로 인하된 최고금리를 적용받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박신영/정지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