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는 나이가 들수록 크기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
노화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처럼 뇌가 작아지면서 사망 위험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치매, 우울증, 운동 장애 등의 발병 확률 역시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뇌 수축 과정에 흡연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담배를 계속해서 많이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뇌 수축 현상이 5배 가까이 빨랐다.
고대의대 신철(안산병원 호흡기내과)·김은영(인간유전체 연구소) 교수 공동 연구팀은 49∼79세 사이의 중장년 984명(남 469명, 여 515명)을 대상으로 평소 흡연과 음주, 운동 등의 생활습관이 뇌의 용적량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1∼2013년과 2015∼2017년에 각각 조사 대상자의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4년 사이 용적량 변화를 추적했다.
이 결과 전체 조사 대상자의 뇌 용적량은 연간 평균 2.65㎖씩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뇌 용적량 감소는 고령자일수록 더 빨라지는 특징을 보였다.
생활습관 중에서는 흡연이 뇌 용적량 감소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다.
조사 기간에 다른 생활습관 요인을 배제했을 때 지속적인 흡연에 의한 연평균 뇌 용적 감소량은 0.67㎖로, 4년치로 보면 총 2.68㎖에 달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기본적으로 뇌 용적이 감소하는 것에 더해 흡연이 그만큼 더 뇌 용적을 줄이는 것으로 보여지는 대목이다.
다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거나 활동량이 많은 흡연자는 뇌의 수축 현상이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평가됐다.
운동량이 많은 흡연자의 경우 오히려 뇌의 용적량이 늘어나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로 볼 때 담배를 피우면서 운동량이 적은 사람들의 뇌 조직량 감소 속도가 비흡연자이면서 운동량이 많은 사람에 견줘 약 5배가량 빠른 것으로 추정했다.
또 같은 흡연자라도 가벼운 흡연자보다 중증 흡연자의 뇌 수축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봤다. 반면 음주는 이번 조사에서 흡연과 달리 뇌 수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은영 교수는 "흡연자의 뇌 수축이 비흡연자보다 빠르지만, 꾸준히 운동하면 이런 뇌 수축을 상쇄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철 교수는 "운동은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뇌의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지금까지 담배를 피웠더라도 이제부터 금연하고 꾸준히 운동한다면 뇌의 노화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노화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Aging) 9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