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전 1천㎜ 물폭탄…라오스 정부, SK건설 부실공사 의혹 제기
SK건설 "라오스 공무원·마을 대표, 주민 모두 대피했다고 말해"


지난 23일 라오스 남부 아타프 주에서 SK건설이 시공한 수력발전소 보조댐 사고의 피해 규모가 사상 최악으로 커진 것은 천재지변과 인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라오스 정부와 SK건설은 사고 전 이 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졌다는 데는 공감한다.

그러나 라오스 정부가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SK건설 측은 천재지변에 더 무게를 두면서 현지 당국과 주민이 안일하게 대응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어 책임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SK건설에 따르면 댐사고가 나기 전 열흘간 무려 1천㎜가 넘는 비가 내렸고, 사고 하루 전에도 438㎜가 쏟아졌다.
천재지변·인재 겹쳐 라오스 댐사고 피해 키워…책임공방 가열
이 같은 역대 최고급 폭우로 보조댐이 유실됐다는 것이다.

캄마니 인티라스 라오스 에너지·광산부 장관도 지난 26일 현지언론 인터뷰에서 "규격에 미달한 공사와 예상치 못한 규모의 폭우가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캄마니 장관은 "보조댐에 금이 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 틈새로 물이 새어 댐을 붕괴시킬 만큼 큰 구멍이 생겼을 것으로 본다"고 부실공사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천재지변·인재 겹쳐 라오스 댐사고 피해 키워…책임공방 가열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도 지난 29일 "정부는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보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양허계약에 따라 댐 건설에 관련된 모든 일은 프로젝트 개발업체가 100%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라오스 정부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댐 설계가 그것을 버틸 수 있게 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SK건설 측은 보조댐에서 직선거리로 75㎞나 떨어진 저지대에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원인은 천재지변과 함께 라오스 당국, 주민의 안이한 대처로 보고 있다.

메콩캉과 세콩강이 만나는 수해지역은 우기 때마다 침수되고 이번에도 사고 전날인 22일 인근 지역 다리가 유실되는 등 이미 침수피해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SK건설은 22일 오후 9시께 주민 신고로 보조댐이 유실될 조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전화로 라오스 당국에 아랫마을 주민의 신속한 대피를 요청했다.

SK건설은 또 23일 아침 일찍 라오스 당국에 공문을 보내고 아랫마을 촌장들에게 전화로 대피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촌장들은 이날 정오께 "모두 대피했다"고 말했지만, 오후 3∼4시께 "마을에 이미 깊이 50∼100㎝의 물이 찼는데 어떻게 대피하느냐"고 말하는 주민이 있어 SK건설 측은 라오스 당국에 재확인을 요청했다.

그러자 라오스 담당 공무원은 사고 발생 4시간 전쯤인 오후 6시께 SK건설 현지직원에게 전화해 주민 대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SK건설 관계자가 전했다.

그러나 이번 피해 상황을 보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통룬 총리가 "당국의 책임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수해지역 주민들이 매년 침수피해를 봐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다른 탈이 있겠느냐며 집에 머무는 바람에 피해가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건설은 "SK건설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SK건설과 라오스 정부 등 모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사고원인에 대해서는 라오스 정부가 주도하는 조사를 통해 조속히 규명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