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4~5월 미 국채 810억달러(약 90조5000억원)어치를 매각했다.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의 84%에 이른다. 미 재무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3월 961억달러에서 5월 149억달러로 급감했다.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미 국채 매각 배경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단순히 외환보유액의 투자자산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미국이 지난 4월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 루살을 제재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라는 분석도 있다.
올 4~5월 미국 국채 금리가 단기간 급등(국채가격 하락)한 점도 러시아가 국채를 매도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지난 4월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미 투자자문사 레이몬드제임스의 케빈 기디스 채권시장 총괄은 “미국 재무부가 감세와 지출 확대로 인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 입찰에 나서면서 금리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의 국채 매각은 아마도 일부는 제재 타격에 의한 것이고 부분적으로는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러시아의 미 국채 매각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 국채 시장의 ‘큰손’은 러시아보다는 중국과 일본이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스트랫포의 유진 차우소브스키 선임 애널리스트는 “만약 중국이 이런 식으로 국채를 매각했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