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 연출한 '흑연 아트', 뉴요커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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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화가 권순익 씨 뉴욕서 개인전

40여 년 동안 고향 문경 탄광의 기억에 심취한 권씨가 미국 뉴욕 화단에 진출한다. 오는 14일부터 한 달간 맨해튼의 유명 화랑 사피라&벤투라 갤러리에서 국내 작가로는 처음 초대전을 펼친다. ‘무아지경’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무채색 바탕에 흑연의 반질반질한 광택과 리듬이 느껴지는 작업은 물론,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군무로 변화를 모색한 근작 30여 점을 건다. 작품 운반과 기획 등 모든 전시 비용은 화랑에서 지원받았다.
권씨는 50대 초반까지도 국내 화단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2012년 초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문경 탄광에서 늘 봤던 흑연에 착안한 추상화를 내놨다. 점을 찍고, 쌓고, 흑연으로 문질러 빛을 내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 그의 작품은 미국 마이애미, 싱가포르 아트스테이지, 아트파리 등 굵직한 아트페어에서 애호가들을 열광시켰다. 2015년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은 현지 언론 리뷰 기사가 실릴 만큼 좋은 평가를 얻었다. 우루과이 메리다 근대미술관 등 남미 순회 전시에서도 국제 미술계의 찬사가 쏟아졌다.
권씨의 작업이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자신의 작업을 일종의 ‘수련 행위’로 여긴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심경을 표출해내는 것이죠. 이런 과정이 내 작업의 독창성을 만들어낸다고 봅니다.”
작업 과정도 이색적이다. 먼저 캔버스에 촘촘하게 모눈을 그리고, 그 위에 점들을 드로잉한다. 점 위에 모래와 아크릴을 섞은 재료를 쌓아 올린 후 굳으면 끊임없이 흑연을 문질러 금속과 같은 짙고 깊은 색감을 만들어낸다. 작가가 입체로 쌓아 올린 평면 위의 점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은은한 색을 뿜어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