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부문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반도체 사업은 신기록 행진을 지속한 반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IT제품 체험전시장인 딜라이트숍.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1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부문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반도체 사업은 신기록 행진을 지속한 반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IT제품 체험전시장인 딜라이트숍.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 신기록 행진이 1년 만에 멈췄다. 최근 수년간 세계 정상을 지켜온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게 주된 요인이다. 반도체 사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상황도 잠재적인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31일 열린 2분기 실적 설명회(콘퍼런스콜)에서 내놓은 해법은 ‘과감한 기술 혁신을 통한 제품 차별화’로 요약된다. 경쟁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혁신 제품을 선보여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1위로서의 기술 리더십을 확고하게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또 사상최대 실적

삼성전자는 올 2분기(4~6월)에 매출 58조4800억원, 영업이익 14조8700억원을 거뒀다고 31일 발표했다. 매출은 5분기 만에 60조원 밑으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7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부진 탓이다. 반도체 부문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매출 21조9900억원, 영업이익 11조61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2.8%에 달했다. 다만 삼성전자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8.1%로 역대 최고치로 높아져 지나친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하향세로 돌아서게 한 결정타였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부문은 2분기에 2조6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미국 애플과 디자인 특허소송에 대비해 쌓았던 충당금(수천억원대로 추정)이 2분기에 이익으로 환입된 점을 고려하면 업계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지난 1분기(3조7700억원) 및 작년 2분기(4조600억원)와 비교하면 1조1000억~1조4000억원이나 적다. 최근 수년째 스마트폰 사업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3년 32%에 달했던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1.1%까지 떨어졌다. 올 하반기엔 10%대로 하락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31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부문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반도체 사업은 신기록 행진을 지속한 반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IT제품 체험전시장인 딜라이트숍.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1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부문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반도체 사업은 신기록 행진을 지속한 반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사의 IT제품 체험전시장인 딜라이트숍.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공격적인 스마트폰 가격 전략

삼성전자는 이날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 하락 추세를 반드시 돌려세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경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는 (휴대전화에) 신기술을 탑재할 때 조심스러웠다”며 “앞으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은 시장의 앞선 기술을 적극 채용하겠다”고 강조했다. 2016년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발화 사건 이후 신기술 적용에 보수적으로 변한 사내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내년 초 선보일 ‘갤럭시S10’ 시리즈와 폴더블 폰에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혁신 기술이 대거 채택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업체들을 뿌리칠 전략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 미국 뉴욕에서 공개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9의 판매가에 대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J시리즈, A시리즈 같은 중저가 제품에도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이익률(수익성)은 다소 포기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르면 이번 달 출시될 갤럭시 노트9의 판매가격이 삼성전자의 달라진 가격 전략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나온 갤럭시 노트8에 비해 내장메모리가 두 배로 늘어난 노트9의 출고가격이 노트8(109만4500원)보다 비슷하거나 낮게 책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상무는 “(갤럭시 노트9 판매 확대를 위해) 모든 영업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TV사업은 턴어라운드

삼성전자의 TV 사업을 총괄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가장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상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사업부가 속한 소비자가전(CE)사업부의 2분기 영업이익은 51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2.1%, 작년 2분기보다는 59.4% 증가했다. 생활가전사업부 실적이 에어컨 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TV 사업부의 실적 성장세는 더 두드러진다. 삼성 경영진도 최근 수년간 지속된 TV 사업 부문의 실적 감소세가 멈춰서면서 올 들어 턴어라운드하고 있는 점에 고무됐다는 후문이다. 이런 실적 개선은 기술 혁신을 통한 제품 차별화와 저가 TV 모델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 등 내부 혁신에서 시작됐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제품 시장을 집중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올 하반기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8K TV와 레고처럼 TV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마이크로LED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두 제품 모두 세계 최초로 출시될 예정이어서 세계 TV 및 부품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좌동욱/이승우/고재연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