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30) 여름 휴가철, 워킹맘들은 왜 극성수기에 휴가를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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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여름휴가 언제 가세요?"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초까지 내려고."
"와~ 7말8초. 완전 극성수기에 가시네요? 그때는 어딜 놀러 가도 다 너무 비싸지 않아요?"
"애들 어린이집이 그때 방학이야." (ㅠ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3살 무렵부터 직장 내 후배들과 거의 매년 여름휴가 시즌마다 주고받은 대화다.
20대, 미혼, 자유로운 영혼의 그들은 극성수기에 휴가를 내야 하는 워킹맘의 고충을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겠지.
그렇다. 휴가를 펜션으로 가든 호텔로 가든, 제주도를 가든 외국을 가든, 극성수기에는 거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숙박비며 항공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내 생각엔 이런 수요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학부모들이 상당 부분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더위가 한창인 이 시즌에 대부분의 보육 시설이 여름방학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비수기에 부모가 휴가를 써버린다면 정작 아이들 어린이집 방학때는 그들을 봐 줄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간혹 당번 선생님이 합반을 통해 운영하겠다며 방학 기간에 아이를 보내야 한다면 말해달라고 하지만... 휴 선생님들도 여름엔 좀 쉬어야지 기운내서 우리 아이들을 봐주실 것 아닌가.
왜 나라고 항공권 저렴하고 숙박비도 싼 비수기에 돈 아끼면서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으랴. 하지만 이 시즌에 남편과 휴가를 맞출 수 있으면 그나마도 다행이다. 회사 내 연차가 밀리는 남편이 혹시라도 다른 부서원과 휴가가 겹치면 아내 따로 남편 따로 휴가를 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일한 당신 떠나라'
강으로 바다로 즐거운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면 찌들었던 업무의 고단함도 잠시 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워킹맘의 현실은 CF속 휴가 또는 출산 전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다.
휴가인지 평소보다 강도 높은 육아의 연장선상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휴가의 편안한 늦잠을 만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이들은 보통 등원하는 날보다 휴일에 더 빨리 잠에서 깬다. 매 끼니마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식당 찾아다니느라 매운 음식이 당겨도 먹을 수 없고, 다른 손님에게 혹시라도 폐가 될까 싶어 후다닥 먹고 나오느라 여유로운 식사는 아직 어렵다.
바닷가에서는 또 어떤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들 눈으로 좇느라 단 5분도 편안한 휴식은 꿈도 못 꾼다. 왜 화장실은 그리도 자주 가고 싶은 거니? 땡볕에 한 아이 데리고 화장실 다녀오면 또 한 아이가 이번엔 화장실 가겠다 한다.
파도는 무서우면서 물에는 들어가고 싶은 아이들은 "엄마 이리 와봐요", "엄마 빨리요"를 외쳐대고 그깟 조개껍데기 그게 뭐라고 찾을 때마다 "엄마 이것 좀 봐봐요"라고 애타게도 나를 찾아댄다.
왜 평소에는 낮잠도 잘 자던 아이들이 물놀이만 가면 뇌파에 이상(?)이라도 생기는지 에너자이저 광고 속 토끼처럼 지치지도 않고 밤이 될 때까지 쌩쌩한지도 늘 의문이다.
일부 '맘충' 관련 기사에 아무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은 "엄마들 애 어린이집 보내놓고 맨날 카페서 수다 떨고 한가하더라"며 댓글을 달지만 전업맘들이 어쩌다 하루 즐기는 그 여유와 재충전이 다시 살림도 하고 아이와 지지고 볶을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다.
출산 전에는 그냥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던 카페 소파와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아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크나큰 힐링이 되는지 정말로 모를 것이다.
3살 5살 아이들과의 극기훈련과도 같았던 강원도 속초 휴가를 마치고 월요일 출근을 했다.
"선배, 출근하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휴가 갔다 와서 한동안은 후유증 있으시겠어요."
"회사 오니까 너무 좋아. 휴가 때 정말 너무 힘들었어. 내 책상에서 일만 하면 되는데 뭐가 힘들어."
어리둥절해 하는 후배에게 더 긴 설명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 나는 그냥 빙그레 웃는다.
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부모i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초까지 내려고."
"와~ 7말8초. 완전 극성수기에 가시네요? 그때는 어딜 놀러 가도 다 너무 비싸지 않아요?"
"애들 어린이집이 그때 방학이야." (ㅠㅠ)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3살 무렵부터 직장 내 후배들과 거의 매년 여름휴가 시즌마다 주고받은 대화다.
20대, 미혼, 자유로운 영혼의 그들은 극성수기에 휴가를 내야 하는 워킹맘의 고충을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겠지.
그렇다. 휴가를 펜션으로 가든 호텔로 가든, 제주도를 가든 외국을 가든, 극성수기에는 거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숙박비며 항공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내 생각엔 이런 수요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학부모들이 상당 부분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더위가 한창인 이 시즌에 대부분의 보육 시설이 여름방학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비수기에 부모가 휴가를 써버린다면 정작 아이들 어린이집 방학때는 그들을 봐 줄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간혹 당번 선생님이 합반을 통해 운영하겠다며 방학 기간에 아이를 보내야 한다면 말해달라고 하지만... 휴 선생님들도 여름엔 좀 쉬어야지 기운내서 우리 아이들을 봐주실 것 아닌가.
왜 나라고 항공권 저렴하고 숙박비도 싼 비수기에 돈 아끼면서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으랴. 하지만 이 시즌에 남편과 휴가를 맞출 수 있으면 그나마도 다행이다. 회사 내 연차가 밀리는 남편이 혹시라도 다른 부서원과 휴가가 겹치면 아내 따로 남편 따로 휴가를 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힘들게 일한 당신 떠나라'
강으로 바다로 즐거운 휴가를 떠날 수 있다면 찌들었던 업무의 고단함도 잠시 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워킹맘의 현실은 CF속 휴가 또는 출산 전 모습과는 조금은 다르다.
휴가인지 평소보다 강도 높은 육아의 연장선상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
휴가의 편안한 늦잠을 만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이들은 보통 등원하는 날보다 휴일에 더 빨리 잠에서 깬다. 매 끼니마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식당 찾아다니느라 매운 음식이 당겨도 먹을 수 없고, 다른 손님에게 혹시라도 폐가 될까 싶어 후다닥 먹고 나오느라 여유로운 식사는 아직 어렵다.
바닷가에서는 또 어떤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아이들 눈으로 좇느라 단 5분도 편안한 휴식은 꿈도 못 꾼다. 왜 화장실은 그리도 자주 가고 싶은 거니? 땡볕에 한 아이 데리고 화장실 다녀오면 또 한 아이가 이번엔 화장실 가겠다 한다.
파도는 무서우면서 물에는 들어가고 싶은 아이들은 "엄마 이리 와봐요", "엄마 빨리요"를 외쳐대고 그깟 조개껍데기 그게 뭐라고 찾을 때마다 "엄마 이것 좀 봐봐요"라고 애타게도 나를 찾아댄다.
왜 평소에는 낮잠도 잘 자던 아이들이 물놀이만 가면 뇌파에 이상(?)이라도 생기는지 에너자이저 광고 속 토끼처럼 지치지도 않고 밤이 될 때까지 쌩쌩한지도 늘 의문이다.
일부 '맘충' 관련 기사에 아무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은 "엄마들 애 어린이집 보내놓고 맨날 카페서 수다 떨고 한가하더라"며 댓글을 달지만 전업맘들이 어쩌다 하루 즐기는 그 여유와 재충전이 다시 살림도 하고 아이와 지지고 볶을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다.
출산 전에는 그냥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던 카페 소파와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아이 엄마에게는 얼마나 크나큰 힐링이 되는지 정말로 모를 것이다.
3살 5살 아이들과의 극기훈련과도 같았던 강원도 속초 휴가를 마치고 월요일 출근을 했다.
"선배, 출근하기 힘들지 않으셨어요? 휴가 갔다 와서 한동안은 후유증 있으시겠어요."
"회사 오니까 너무 좋아. 휴가 때 정말 너무 힘들었어. 내 책상에서 일만 하면 되는데 뭐가 힘들어."
어리둥절해 하는 후배에게 더 긴 설명을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아는 나는 그냥 빙그레 웃는다.
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부모i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