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먹방(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방송) 규제’ 방침이 국가주의 논란에 불을 붙였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4일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에서 “폭식을 조장하는 광고와 미디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모니터링하겠다”고 한 게 발단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왜 국가가 일일이 먹는 데까지 간섭하느냐”며 국가주의를 비판하자, 여당에선 “선동정치를 한다”고 맞받았다. 복지부는 방송·인터넷의 자정을 유도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만인구가 계속 느는 마당에, 주무부처로선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OECD는 국내 고도비만 인구가 2015년 5.3%에서 2030년 9.0%로 증가하고, 남자 아동·청소년 비만율(26.0%)은 이미 OECD 평균(25.6%)을 넘어섰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디어에는 먹방이나 폭식 방송이 넘쳐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방송 내용까지 규제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여론이 많다. 국민건강과 별개로 개인의 ‘선택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관료집단의 뿌리 깊은 ‘국가 개입, 규제 만능주의’에 기인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먹방 규제 논란은 단순한 흥밋거리나 여야간 입씨름 차원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차제에 국가의 역할에 대한 보다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선 국가와 개인, 국가와 시장이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할지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가가 민간의 사적계약에 직접 개입해 큰 후유증을 낳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복잡다단한 국민의 삶과 무관하게 ‘최저임금 1만원’, ‘주52시간 근로’ 등 획일적 규제가 가해지는 데 따른 부작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가의 가격 개입과 통제 사례는 일일이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다.

산업구조뿐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급격하게 변모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가 ‘다 할 수 있다’는 인식은 시대착오적이다. 단순히 먹방 규제 논란에 그치지 않고, 국가개입주의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고 토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