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제조업 호조로 한국산 반도체·기계 등 중간재 수요 늘어

고용과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유독 수출이 순조로운 이유는 수출이 국내보다 세계경기 흐름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세계경기가 호조세를 이어가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수출이 518억8천만달러로 작년보다 6.2% 증가하며 월간 실적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올해 수출은 1, 2월을 제외하고 사상 처음으로 5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1∼7월 누적 수출도 역대 최고다.
'버팀목은 수출' 경제지표 부진속 역대 2위 호조…세계경기 호황
산업부는 세계 제조업 경기 호조와 주요국 GDP 증가, 주력제품 단가 상승 등을 수출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주요국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설비·인프라 투자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 중간재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유가 상승이 석유화학·석유제품의 수출 단가에 반영된 것이다.

김선민 무역정책관은 "세계시장 상태가 굉장히 좋다"며 "세계 제조업 경기가 호조세를 띄고 있고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등 우리 주력품목의 단가가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김 정책관은 "국내 여러 경제지표가 안 좋은데 수출만 유독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당분간 월 500억달러 이상, 수출 증가율 5∼7%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산업부는 수출에 우호적인 여건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수출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지만, 우려했던 부정적인 영향은 아직 가시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 가전, 선박 등 일부 주력품목 부진이 계속되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세계 제조업 경기 호조로 중간재 수출이 증가한 것과 달리 이들 완성품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해외생산이 늘고 있다.

수출을 견인해온 반도체는 하반기 업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면서 월별 수출 증가율이 5월 44.4%, 6월 39.0%, 7월 31.6%로 감소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7.1%에서 올해 20.5%로 커졌다.

또 작년 9월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작년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좋아 올해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기저효과, 유가 상승 폭 감소, 반도체 증가세 둔화 등으로 하반기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전망이지만, 세계경기 회복세가 지속하고 있어 수출 증가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