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덕에 수출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5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반도체 수출마저 둔화되는 조짐을 보여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18억8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늘었다. 작년 9월(551억2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 규모다. 올 6월 0.1% 감소에서 한 달 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무역흑자는 70억1000만달러로 78개월 연속 흑자 기록을 세웠다.

7월 수출 6.2% 늘었지만… 반도체도 둔화 조짐
여러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가운데 유독 수출이 강세를 보인 것은 반도체 활황 덕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실적만 103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제조업황이 활기를 띠면서 메모리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올 1월 53.3%(전년 동기 대비)였던 증가율은 지난달 31.6%까지 낮아졌다. 무엇보다 단가 하락의 영향이 크다. 지난달 D램 현물가격(DDR4 4Gb 기준)은 3.99달러로, 작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개당 4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3월 3.94달러였던 낸드 현물가격(MLC 64Gb) 역시 3.43달러로 내려갔다.

반도체 외에 석유제품(45.2%) 철강(34.0%) 석유화학(24.1%) 일반기계(18.5%) 등의 수출이 늘었다. 자동차(-13.5%) 선박(-73.4%) 가전(-15.9%) 등은 뒷걸음질쳤다. 자동차는 최대 시장인 미국 판매가 부진해 2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달 수입은 448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원유 수입액이 증가했고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수요도 급증해서다. 원유 수입은 63.2%, LNG는 29.2% 늘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