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대선때 허위정보 퍼트린 러시아 조직과 유사한 행태"

페이스북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해 허위정보와 악성 콘텐츠를 퍼트리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되는 가짜계정 및 온라인 페이지 32개를 삭제했다고 CNN·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성명에서 "복잡하게 공동으로 작용하는 악의적 행위, 허위정보를 식별한 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32개 가짜계정과 페이지를 찾아내 삭제했다"면서 "이들 네트워크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가짜계정에 러시아 측이 연루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악의적 댓글 조직인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는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을 이용해 미국인들의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광고를 잇달아 퍼트린 바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이용자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도널드 트럼프 후보 캠프에 전달한 사실이 폭로돼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미 의회 상하원 청문회에 불려 나가는 등 곤욕을 치렀다.

페이스북이 적발한 한 페이지는 지난해 백인 우월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샬러츠빌 유혈사태 때 집회 구호인 '유나이트 더 라이트'에 맞서 '노 유나이트 더 라이트 2' 행진을 기획하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고 CNN은 전했다.

페이스북은 다음 주 워싱턴DC에서 '유나이트 더 라이트' 관련 시위가 예정돼 있어 가짜계정 적발 사실을 급히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인우월주의 시위대와 맞불 시위대의 충돌은 미국 내 대표적인 갈등 양상 중의 하나다.

또 미국 내 불법 이민자 단속 주관기관인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을 겨냥한 'ICE 폐지운동'을 확산하려는 계정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누가 이런 가짜계정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러시아의 IRA보다 더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한 것임은 분명하다"면서 "지난해 이런 종류의 가짜 정보 양산이 쉽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했다.

그런데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전술을 바꿔가면서 자금력까지 갖춘 적들과 맞닥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이번 가짜계정들이 러시아 측과 연계된 일련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페이스북은 가짜 페이지들의 행태가 러시아 IRA가 과거 허위정보를 퍼트릴 때 보였던 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짜계정 적발 사실을 법집행기관과 의회 관련 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적발한 가짜계정 가운데 '유나이트 더 라이트' 행진과 관련된 페이지는 1만1천 달러의 광고비를 지출하면서 행사 실행 요원들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된 32개 가짜계정과 페이지에는 1만6천∼1만8천 명의 팔로워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특정 선거 후보를 겨냥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주 컨퍼런스 콜에서도 '중간선거가 다가오는데 러시아의 IRA 등 악성 행위자들이 개입한 의심스러운 징후를 포착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와 다른 악의적 행위자들이 선거를 전후해 우리 플랫폼을 사용하기 위해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