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 7만원에 식사까지 덤, 더위까지 싹~ 1석3조 포천힐스CC 야간 라운드 올빼미족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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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 더운거 아냐?”
“골프 될까?” “봐서 한 9홀만 돌지 뭐!”
지난 26일 오후 5시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CC. 야간라운드가 처음이라며 쭈삣쭈삣하던 동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비슷한 말들을 했다. 하필 서울 도심 기온이 섭씨 37도를 찍었던 날. 더위를 피해 ‘올빼미 골프’를 한 번 해보자고 화끈하게 의기투합했지만, 막상 일몰을 두 어시간 앞두고도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자 낭패감이 슬금슬금 들었던 것이다. 꽝꽝언 얼음주머니를 챙기던 남자캐디가 싱글싱글 웃으며 끼어들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깜짝 놀라실거에요.”
널찍한 스타트 광장에선 골프장에서 제공하는 시원한 냉홍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낮에는 아이스크림,얼음주머니가 공짜란다. ‘올빼미 골퍼’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덥친 요즘, 포천힐스에는 하루 200~300여명이 열혈 골퍼들이 매일 야간 라운드를 즐긴다는 게 최재영 포천힐스CC 마케팅팀 과장의 말이다. 야간라운드는 주로 4시경부터 티오프가 시작돼 늦게는 밤 11시 넘어서 끝나는 번외 골프를 말한다. 포천힐스의 경우 그린피가 주중 11만~12만원,주말이 12만~13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최 과장은 “금요일 저녁에는 직장인들이 몰려 티타임 잡기 경쟁이 벌어질 정도”라고 귀띔했다. 5시20분. 티오프 시간이 코앞에 다가오자 치킨과 야채 샐러드가 포장된 도시락이 카트로 배달됐다. 골프장이 쏘는 무료 식사다. 캐디피도 정상가(12만원)보다 5만원 싼 7만원. “간단하게 치킨을 드셔도 되고,5시 이후엔 국밥처럼 제대로 된 걸 드셔도 된다”고 캐디가 설명했다. 무료 식사는 삼성웰스토리 포천힐스점이 매일 매일 신선재료로 준비하는데,“‘포천의 맛집’으로 선정된 유일한 골프장 레스토랑일 것”이라고 캐디가 자랑했다.
“깜짝 놀랄 것”이라던 캐디의 말이 새삼 떠오른 건 전반 7번홀께였다. 산그늘이 진 카트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녹아내릴 듯했던 사위가 한결 시원한 느낌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 공이 과연 제대로 보일까를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일몰시간을 갓 넘긴 7시50분쯤이 될 때까지 코스는 물론 그린까지 조명없이도 라운드가 가능할 만큼 사방이 훤했다. 저녁 8시쯤 되자 코스 대부분에 조명이 들어왔다. 인공조명이 코스의 지배자인 듯했다. 걱정과는 달리 드라이버 티샷,아이언 세컨드샷, 웨지샷,그린 퍼팅 모두 문제될 게 없었다.
“요즘 조명이 좋아졌다더만,밝긴 밝네!” 얼음주머니로 연신 목덜미를 두드리던 C씨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더위를 특히 탄다는 그는 골프장이 나눠준 얼음주머니를 아예 머리에 이고 다녔다. “얼음주머니가 있고 없고가 정말 큰 차이가 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방이 조명빛으로 가득찬 때는 3~4개홀 남긴 9시께. 골프장 밖은 칠흙처럼 어두웠지만,코스만큼은 한 밤의 쇼케이스처럼 빛이 밝았다. 티샷한 공이 긴 꼬리 유성처럼 느리고 길게 날아갔다. 야간라운드임에도 프로 뺨치는 어프로치 실력을 뽐내던 동반자 K씨가 버디 퍼트 한 개를 놓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린 위 공에 그림자가 좀 생겨서 신경쓰이긴 하네….”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시원한 바람이 몸에 감겼다.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선선한 늦가을 날씨를 연상케 했다. 프로지망생이라는 캐디가 말했다. “그래도 이게 27~8도는 될거에요.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선 엄청 시원한거죠. 아마 4~5도는 낮을 걸요. 밤에는 1~2도가 더 떨어지고요.”
18홀이 끝나자 시계침이 9시44분을 가리켰다. 평일 낮과 비슷한 라운드 종료 시간. 근처 감자탕 집으로 2차 저녁 자리를 잡았다. 순댓국물을 마시던 동반자가 말했다. 이날 티오프를 하기 전 “덥다 더워”를 연발했던 S씨다.
“날 한 번 다시 잡으시죠.밤으로….”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골프 될까?” “봐서 한 9홀만 돌지 뭐!”
지난 26일 오후 5시 경기도 포천시 포천힐스CC. 야간라운드가 처음이라며 쭈삣쭈삣하던 동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비슷한 말들을 했다. 하필 서울 도심 기온이 섭씨 37도를 찍었던 날. 더위를 피해 ‘올빼미 골프’를 한 번 해보자고 화끈하게 의기투합했지만, 막상 일몰을 두 어시간 앞두고도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리자 낭패감이 슬금슬금 들었던 것이다. 꽝꽝언 얼음주머니를 챙기던 남자캐디가 싱글싱글 웃으며 끼어들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깜짝 놀라실거에요.”
널찍한 스타트 광장에선 골프장에서 제공하는 시원한 냉홍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낮에는 아이스크림,얼음주머니가 공짜란다. ‘올빼미 골퍼’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덥친 요즘, 포천힐스에는 하루 200~300여명이 열혈 골퍼들이 매일 야간 라운드를 즐긴다는 게 최재영 포천힐스CC 마케팅팀 과장의 말이다. 야간라운드는 주로 4시경부터 티오프가 시작돼 늦게는 밤 11시 넘어서 끝나는 번외 골프를 말한다. 포천힐스의 경우 그린피가 주중 11만~12만원,주말이 12만~13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최 과장은 “금요일 저녁에는 직장인들이 몰려 티타임 잡기 경쟁이 벌어질 정도”라고 귀띔했다. 5시20분. 티오프 시간이 코앞에 다가오자 치킨과 야채 샐러드가 포장된 도시락이 카트로 배달됐다. 골프장이 쏘는 무료 식사다. 캐디피도 정상가(12만원)보다 5만원 싼 7만원. “간단하게 치킨을 드셔도 되고,5시 이후엔 국밥처럼 제대로 된 걸 드셔도 된다”고 캐디가 설명했다. 무료 식사는 삼성웰스토리 포천힐스점이 매일 매일 신선재료로 준비하는데,“‘포천의 맛집’으로 선정된 유일한 골프장 레스토랑일 것”이라고 캐디가 자랑했다.
“깜짝 놀랄 것”이라던 캐디의 말이 새삼 떠오른 건 전반 7번홀께였다. 산그늘이 진 카트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자 녹아내릴 듯했던 사위가 한결 시원한 느낌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 공이 과연 제대로 보일까를 걱정했던 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일몰시간을 갓 넘긴 7시50분쯤이 될 때까지 코스는 물론 그린까지 조명없이도 라운드가 가능할 만큼 사방이 훤했다. 저녁 8시쯤 되자 코스 대부분에 조명이 들어왔다. 인공조명이 코스의 지배자인 듯했다. 걱정과는 달리 드라이버 티샷,아이언 세컨드샷, 웨지샷,그린 퍼팅 모두 문제될 게 없었다.
“요즘 조명이 좋아졌다더만,밝긴 밝네!” 얼음주머니로 연신 목덜미를 두드리던 C씨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더위를 특히 탄다는 그는 골프장이 나눠준 얼음주머니를 아예 머리에 이고 다녔다. “얼음주머니가 있고 없고가 정말 큰 차이가 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방이 조명빛으로 가득찬 때는 3~4개홀 남긴 9시께. 골프장 밖은 칠흙처럼 어두웠지만,코스만큼은 한 밤의 쇼케이스처럼 빛이 밝았다. 티샷한 공이 긴 꼬리 유성처럼 느리고 길게 날아갔다. 야간라운드임에도 프로 뺨치는 어프로치 실력을 뽐내던 동반자 K씨가 버디 퍼트 한 개를 놓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린 위 공에 그림자가 좀 생겨서 신경쓰이긴 하네….”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시원한 바람이 몸에 감겼다. 더위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선선한 늦가을 날씨를 연상케 했다. 프로지망생이라는 캐디가 말했다. “그래도 이게 27~8도는 될거에요.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선 엄청 시원한거죠. 아마 4~5도는 낮을 걸요. 밤에는 1~2도가 더 떨어지고요.”
18홀이 끝나자 시계침이 9시44분을 가리켰다. 평일 낮과 비슷한 라운드 종료 시간. 근처 감자탕 집으로 2차 저녁 자리를 잡았다. 순댓국물을 마시던 동반자가 말했다. 이날 티오프를 하기 전 “덥다 더워”를 연발했던 S씨다.
“날 한 번 다시 잡으시죠.밤으로….”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