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현실의 눈으로 바라본 치매환자 간병
“통장이 안 보인다”며 매번 찾던 통장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냄비를 잊기 일쑤였고 음식의 간은 맞지 않았다. 청소와 정리를 귀찮아하기 시작했고 식사할 때는 음식물을 흘렸다. 징조는 조금씩 서서히 나타났다. 하지만 가볍게 넘기거나 애써 외면했다. 그래서 엄마가 치매라는 통보는 갑작스러웠다.

《엄마, 미안해》는 50대 일본의 독신남인 저자가 치매에 걸린 여든 노모를 간병하며 경험한 이야기다. 어머니를 전문 시설로 보내기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반 동안의 일이다. 자유롭게만 살던 중년의 아들이 마주한 어머니의 병은 감당하기 힘든 무게로 삶을 짓눌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합창단 활동,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인생을 즐겼고 자존심도 센 어머니였기에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실제로 간병하는 입장에 놓이면 ‘편안한 간병’ 또는 ‘즐거운 간병’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저자의 하루하루는 전쟁 같다. 담담하고 차분한 문체로 풀어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어머니의 병이 깊어지고 길어지면서 “단언컨대 가장 바람직한 위로는 돈”이라거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나는 이 중압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솔직한 심정도 털어놓는다.

책은 초고령화사회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고령자 간병은 “자식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적 사업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그 임무를 완수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존엄을 지키면서 늙어가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마쓰우라 신야 지음, 이정환 옮김, KMAC, 253쪽, 1만4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