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성토장 된 펜실베이니아 유세현장…관중도 'CNN 조롱' 화답
"김정은·푸틴과 잘 어울린 건 좋은 일"…"'러시아 스캔들'은 거짓말"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연설에서 언론이 북미회담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역겨운 가짜뉴스"라고 맹비난했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윌크스바리 유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사 등 자신이 이뤄낸 많은 성과 목록이 있는데도 언론이 그 공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분노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내 멜라니아 여사에게 "2초마다 이뤄지던 (북한의)미사일 시험 발사를 어떻게 멈춰냈는지" 등 자신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언론이 마침내 나를 잘 대해주겠구나"라고 생각했으나 이런 생각은 빗나갔다며 "역겨운 가짜, 가짜뉴스"(the fake, fake disgusting news)라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김 위원장과 아주 잘 어울렸다"며 "그런데 이건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고는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과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석방을 상황 진전의 신호로 제시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언론의 역풍을 맞은 데 대해서도 맺힌 게 많은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강연대에서 한 발짝 물러나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 뒤 "그들은 내가 가서 이렇게 하기를 바란 것 같다"며 "내가 가서 권투시합이라도 하기를 바란 모양이다.

그런데 외교는 어떻게 된 거냐"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북미회담 폄하 언론 또 맹공…"역겨운 가짜뉴스"
그는 "우리는 모든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진짜 잘 어울렸다.

이것도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 거짓말'이 방해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연루 의혹을 "러시아 거짓말"(Russian hoax)이라고 규정지었다.

이를 두고 CNN은 미 정보안보 수장들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시도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연 지 불과 몇시간 뒤에 대통령이 나와 이를 반박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언은 현장 취재를 위해 유세장에 나온 기자들에게까지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대체 자유 언론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정직한 보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라고 물은 뒤 유세장 뒤편에서 취재 중인 기자들을 가리키며 "그들은 정직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지어낼 뿐이다"라고 공격했다.

이날 유세의 목적은 11월 중간선거에서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직에 도전하는 루 발레타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시간의 대부분을 자신에게 적대적인 언론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인 연설에 관중들은 중간중간 소리 높여 언론에 야유를 퍼붓는가 하면 "가짜뉴스", "형편없는 CNN(CNN sucks)"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호응하는 등 거대한 '언론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엔 트위터에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규정하는 등 최근 대 언론 공격 수위를 부쩍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