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서로 북미대화 난관 돌파시도…ARF계기 북미대화 가능성 주목
北美, 정상간엔 '친서외교'…실무에선 비핵화·종전선언 기싸움
북미 간 협상이 두 기류로 진행되고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친서 교환을 통한 우호 외교가 한 축이라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실무진과 북한 간 깐깐한 대응이 다른 한 축이다.

6·12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비핵화와 대북 안전보장 제공,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목표에 합의했지만 지난달 6∼7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의 이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두 기류가 더 분명해졌다.

이와 관련해 우선 미군 유해 송환에 즈음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1일(미국시간·전달시점 기준) 친서를 전달하고 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답장을 써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이 곧 보낼 친서에 대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공동성명에 나오는 약속을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작금의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톱다운'(최정상에서 합의한 뒤 아랫급에서 후속협상을 하는 것) 방식의 복원 시도로 보인다.

실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벽에 부딪힌 형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협의 이후 조기 종전선언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으나, 그에 대해 미국은 말 그대로 신중론 일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차례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미 행정부 내 실무진의 기류는 그와는 판이하다.

자칫 종전선언으로 자칫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어 보인다.

종전선언에 대해 미 행정부 실무진의 반응은 '시기상조'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미 행정부는 그러면서 북한에 핵 신고와 비핵화 시간표를 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일 연합뉴스 등과의 간담회를 통해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더 많은 가시적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한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미국은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FFVD(최종적이며,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새 표현으로 바꾸기는 했지만 '비핵화 우선주의'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북한이 국제규범(안보리 결의)을 위반해가며 핵을 개발한 만큼 '맞교환' 차원 보다는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대북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재로선 싱가포르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국제사회의 눈길이 모인다.
北美, 정상간엔 '친서외교'…실무에선 비핵화·종전선언 기싸움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모두 참석하기 때문이다.

북미 외교장관 회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상황 변화에 따라 회동 가능성은 여전하다.

일단 북미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진다면, 그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해법이 없지는 않다.

해리스 미 대사가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을 위해 북한이 취할 조치의 '출발점'으로 '완전한 핵시설 신고'를 거론했고, 북한 역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해왔다는 점에서 둘 간에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3일 "미국이 종전선언에 대한 '바'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며 "친서 교환 건도 있어 2차 정상회담이든 실무회담이든, 장관급(폼페이오-김영철 또는 폼페이오-리용호 외무상) 회담이든 어떤 트랙에서든 대화가 재개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신고-검증-폐기로 연결되는 미국의 비핵화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