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꾸고 새 사령부 설치법령 제정…창설준비단 곧 발족
새명칭, '국군보안방첩사령부'·'국군정보지원사령부' 유력
새 대통령령으로 정치개입·민간사찰 엄격 금지 조항 첨부
기무사 27년 영욕의 역사 막 내려…완전해체 후 새사령부 창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27년 영욕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부대로 창설된다.

기무사는 1980년 신군부의 권력 장악에 막후 역할을 했던 국군정보사령부가 모태다.

그 이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다가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사건을 계기로 1991년 1월 기무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러나 이번에 불법 정치개입과 민간 사찰이 드러나면서 기무사 간판도 내리고 완전히 거듭나야 하는 처지가 됐다.

기무사는 3일 문재인 대통령의 근본적 재편후 새로운 사령부 창설 지시에 따라 부대 명칭, 조직, 인력구성, 기능과 임무 등 모든 것이 새롭게 바뀌게 됐다.

이는 기존 기무사를 완전히 해체한 후 재설계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지난 2일 국방부 기무사개혁위원회가 제시한 현재 기무사령부 체제 유지 아래 혁신(1안), 국방부 본부 체제로 소속 변경(2안) 등의 권고안을 훨씬 뛰어넘는 고강도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작년 3월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하고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민간 사찰행위가 드러나면서 기무사를 해체하고 재설계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대책으로 분석된다.

계엄령 검토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검·군 합동수사단의 수사 결과도 앞으로 재창설될 사령부의 조직 설계 등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 새 명칭, '국군보안방첩사령부'·'국군정보지원사령부' 유력

새 사령부는 앞으로 맡게 될 수장이 국방부 장관 참모 역할을 철저히 하고, 장관의 통제를 벗어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장치를 둘 것으로 보인다.

현 기무사 체제에선 사령관을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새 사령부의 명칭도 '국군보안방첩사령부', '국군정보지원사령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군보안방첩사령부란 명칭은 새로운 사령부의 임무를 보안과 방첩에 국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이 명칭은 기무사의 과거의 명칭인 보안대, 방첩부대 등을 연상케 한다는 단점도 있다.

국군정보지원사령부는 군의 대비태세와 작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하고 지원한다는 개념에서 거론된다.

차후 발족할 새 사령부 창설준비단이 사령부의 명칭, 사령부 설치 근거 규정인 대통령령 제정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대통령령인 새 사령부령이 제정되면 사령부에 속한 장군, 대령 등의 규모를 설계한다.

현재 9명인 장성은 2~3명으로 축소되고 50여 명의 대령도 30명 이상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치 개입 및 민간 사찰 등의 임무를 해왔던 일부 '처'(참모부)는 폐지된다.

기무사는 올해 초 기존 1처(군사정보처), 2처(보안처), 3처(방첩처)의 명칭을 각각 3처, 5처, 7처로 개명한 바 있다.

사령관 지휘를 받게 되는 참모부서가 구축되면 국방부 장관의 훈령으로 각 참모부서장의 '사무 분장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개입과 민간 사찰의 근원 소지를 없애겠다는 취지에서다.

국방부 장관의 훈령은 '명령'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각 참모부서장이 사무 분장표에 명시된 것과 다른 임무를 수행할 때는 지시 불이행 등 처벌의 근거가 된다.

현재는 이런 사무 분장표도 없이 기무사령관 명령에 의해 기무사의 각 '처'가 움직였다.

기무개혁위 측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는 새로 창설될 사령부의 사령관이 국방장관의 지휘권 밖에서 활동하지 말라는 취지"라면서 "새로 만들 '부대령(사령부령)'에 사령관, 각 참모부서의 업무 분장을 정확히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새 사령부령, 대통령령으로…정치개입·민간사찰 엄격금지 조항 첨부
기무사령부의 근본적 재편을 위한 새로운 사령부령(부대령)에는 정치 개입과 민간 사찰을 엄격히 금지하는 조항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기무사개혁위의 권고를 수용한 개혁안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개혁위는 새로운 사령부령 제정과 함께 정치 개입, 민간 사찰 행위 금지 조항을 위반했을 때 강력한 처벌 규정도 담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더욱이 현역 군인들에 대한 사찰과 신변잡기 성격의 동향파악 금지 등 기무 요원들의 특권의식을 혁파하는 조항도 새로운 사령부령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새로운 사령부 창설준비단을 국방부 또는 기무사에 둘지, 국방부와 기무사 합동으로 구성할지 현재 논의 중"이라며 "창설준비단을 조속히 구성해 새 사령부령 제정 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무사 개혁위 관계자는 "대통령령으로 제정될 새 사령부령에는 사령부와 요원들의 임무, 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해 자의적으로 부대령을 해석해 마음대로 활동하는 것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욕의 기무사 역사…10년 전 과천으로 이전

기무사는 1950년 10월 21일 육군 특무부대 창설일을 기념일로 삼는다.

6·25전쟁 발발 이후 대공전담기구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돼 1950년 서울 옥인동에서 육군 특무부대로 출발했다.

육군 방첩부대로 불리다가 1968년 북한 무장게릴라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1·21사태를 계기로 육군 보안사령부로 개칭했다.

이후 1977년 육·해·공군의 균형적인 발전 지원을 목표로 각 군의 보안부대를 통합해 국군보안사령부로 명칭을 바꿨다.

1990년 보안사에서 복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사건을 계기로 1991년 1월 국군기무사령부로 명칭을 바꿔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개명 당시 '기밀보호사령부', '방첩사령부' 등을 놓고 검토를 거듭한 끝에 기무(機務)사령부로 결정했다.

기무는 '비밀을 지켜야 할 중요한 일', '근본이 되는 일' 등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기무사는 전신인 보안사령부 시절인 1979년 신군부가 이끄는 12·12사태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다.

역대 사령관 중 내란죄 등으로 감옥에 갔던 전두환(20대)·노태우(21대) 보안사령관 등의 인물사진은 과천 기무사령부 청사에 버젓이 걸려 있다.

기무사령부는 "과거의 역사도 역사다"라며 이들 사진을 떼어내지 않고 있다.

1971년부터 37년간 서울 소격동에 자리를 잡았던 기무사는 2008년 11월 경기 과천으로 이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