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수영복을 입기 위해 제모제를 사용하는 분이 많습니다. 제모제는 크림, 젤, 패치 형태의 왁스 스트립이 있는데요. 왁스는 끈적거리는 제형을 발라 굳힌 다음 제거하면서 털을 뽑는 물리적인 방법입니다. 크림은 털을 녹여서 없애는 화학적 방식인데요. 이런 제품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제모제를 사용한 뒤 최소 하루가 지나기 전에는 햇빛 노출을 피해야 합니다.

털을 용해하는 제모제의 주성분은 치오글리콜산인데요. 약한 산성인 이 성분은 물에 잘 녹고 피부에 바르면 콜라겐 조직 속으로 침투해 털을 제거합니다. 그런데 이 성분이 자외선과 산소에 노출되면 카복시메칠디설파이드(CMDS)를 거쳐 강한 산성을 띤 카복시메탄설폰산(CMSA)으로 변하는데요. 자외선에 의해 만들어진 오존이 산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자외선이 강할수록 산화 속도가 빨라집니다. CMSA는 황산 못지않은 산성이 있어서 피부에 닿으면 굉장히 따갑습니다. 제모제 성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일광욕을 하면 피부 발진을 일으키고 손상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모제를 사용한 직후 햇빛을 피하고 부득이하게 자외선을 받아 따갑다면 빨리 씻어내야 합니다.

제모제를 사용한 뒤 디오더런트나 향수 또는 아스트린젠트와 같은 알코올이 들어간 수렴화장수를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털이 뽑혀나가 민감해진 피부가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제품들은 제모제와 동시에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처, 습진, 기타 염증이 있는 사람도 제모제를 피해야 합니다. 제모제는 피부의 영양상태,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용 전에 소량을 피부에 발라 하루 정도 관찰 후 이상반응이 없을 때 사용해야 합니다. 몸의 호르몬 분비 변화가 심한 임신 또는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제모기를 사용하더라도 자외선 노출은 피해야 합니다. 제모기는 레이저를 이용해 모낭을 손상시켜 털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방식인데요. 레이저 제모 기간에는 왁싱 등 물리적으로 털을 뽑거나 필링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레이저를 사용해 제모한 부위는 강한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 색소침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모 후 1주일 이내에는 일광욕을 피하고 외부활동 시 자외선차단제를 발라 피부를 보호해주는 게 좋습니다. 제모한 부위가 붉어지고 물집이 생기거나 통증 및 가려움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피부과 전문의사의 진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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