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빛 바다·주홍 빛 지붕… 크로아티아 로빈, 그림같은 풍경과 마주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여행의 향기
'아드리아해의 진주' 크로아티아
미로처럼 펼쳐진 뒷골목… 야외갤러리가 따로 없네
'아드리아해의 진주' 크로아티아
미로처럼 펼쳐진 뒷골목… 야외갤러리가 따로 없네
코발트 빛 바다와 주홍 색깔 지붕들의 조화가 꿈결 같다. 보송보송한 빨래들이 나부끼는 골목이 모두 예쁘다. 서럽도록 아름다운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결론을 내렸다. 크로아티아의 진짜 보석은 ‘로빈(Rovinj)’이다. 자그레브를 벗어나 서쪽을 향해 자동차로 5시간, 아드리아해와 맞닿은 이스트리아반도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한쪽 끝에 자리 잡은 소도시가 로빈이다. 1만 명이 채 넘지 않는 인구에 평범한 어촌마을이지만 시선이 내달리는 지점마다 놀랍기만 하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 불쑥 떠 올라있는 듯한 도시의 자태, 완만한 언덕을 따라 겹겹이 늘어선 색색의 건물들과 짙푸른 바다의 콜라보레이션,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들 때마다 거짓 말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예쁜 풍경들, 지중해의 석양을 받고 황홀하게 물들어가는 비현실적인 로맨틱함 등 더 말해 무엇할까. 매 순간이 감탄의 연속이다.
로빈(크로아티아)=글·사진 임성훈 여행작가 shlim1219@naver.com
작은 베네치아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로빈
로빈은 크로아티아의 멋과 이탈리아의 낭만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리적으로 이탈리아와 가깝기도 하거니와 역사적으로 약 600년간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기도 해서다. 그래서인지 꼭 이탈리아의 항구마을처럼 느긋하다. 음식과 문화는 물론 사람들의 언어나 성격도 이탈리아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현지인들은 크로아티아 언어를 이탈리아 말처럼 흥얼거리듯 읊조리고 물보다 와인을 즐기며 간식으로 젤라토를 무엇보다 사랑한다. 이 동네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골목 산책에 나서면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 문화가 공존하는 로빈의 매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다가온다. 사람들이 왜 이 도시를 일컬어 ‘작은 베네치아’라고 부르는지에 대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로빈의 골목은 미로와 같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사이로 나 있는 길은 좁고 복잡하다. 흡사 베네치아와 같은 모습이다. 수상 가옥들 사이로 떠다니는 곤돌라의 이미지로 유명한 베네치아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베네치아의 진정한 묘미는 촘촘하게 얽혀 있는 뒷골목을 산책하는 거라는 것을. 로빈 또한 그렇다. 아니 그 이상이다. 눈과 귀를 열고 다가서면 최고의 것을 볼 수 있다. 로빈은 어느 곳에서든 쉽게 골목으로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여행자는 그리시아(Grisia)를 선택한다. 이 길은 구시가의 중심 통행로이자 골목 산책의 핵심이다. 출발점은 발비아치(Balbi Arch)다. 길은 완만한 비탈로 시작해 차츰 경사가 급해진다. 이에 더해 세월이 묻어 반질반질해진 두부 같은 돌바닥을 이기고 올라가는 산책 길이 절대 녹록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디로 시선을 돌리든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지니 보상은 충분하다. 골목의 양쪽은 그야말로 야외 갤러리다. 현지 예술가들의 손을 탄 작품이 벽마다 상점마다 빼곡하다. 로빈의 풍광을 직접 그려 넣은 마그넷부터, 인근 바닷가에서 가져온 조약돌을 펜던트로 이용한 목걸이, 이 도시의 예쁜 집들을 구현한 도자기, 작은 배에 사용됐던 널빤지에 그린 풍경화 등 아기자기하고 개성적인 아이디어 작품이 많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집마다 널어놓은 빨래들이 나풀거리는 모습도 이국적이다. 현지인들의 일상이 배어 있는 의류와 함께 여행자들의 비치 타월, 수영복 등이 보이는 정취는 가뜩이나 컬러풀한 이곳에 더욱 다양한 색채를 더한다.
좌우로 연결된 골목으로 빠지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소박하지만 근사한 카페나 이탈리아풍의 식당인 트라토리아가 지친 발걸음을 유혹하고, 골목을 점령한 고양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아드리아해에서의 꿈결 같은 시간
길게 이어지던 그리시아는 언덕의 정상에 터를 잡은 ‘성 에우페미아 성당’에서 끝이 난다. 로빈의 심벌로 불리는 이 성당은 1736년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우아한 건물이다. 특히 곁에 우뚝 선 회백색 종탑과 어우러져 도시의 아름다움에 마침표를 찍는다. 베네치아 성 마르코 성당의 것과 맥이 닿아 있다는 종탑의 높이는 무려 60m. 어느 각도에서 로빈을 보든 제일 먼저 성당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도 그래서다. 종탑의 꼭대기는 멋진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집마다 이고 있는 겹겹의 주홍빛 지붕과 푸른 바다의 색 대비가 눈에 띄게 도드라진다. 우리가 지중해의 풍경을 어떤 방식으로 상상하든 그것은 자유다.
분명한 점은 현실의 이 풍광이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멋지고, 눈부시다. 사계절을 통틀어 평균을 보자면 로빈의 모습은 어촌마을이다. 이른 아침이면 고깃배를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과 먹이를 찾아 서성대는 갈매기들의 날갯짓이 수수한 조화를 이루는 곳. 하지만 뜨거운 여름만을 놓고 보면 로빈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해변 휴양지다. 수많은 사람이 이 도시로 몰려든다. 키다리 야자수는 찾아볼 수 없지만, 바다가 보이는 거친 절벽을 벗 삼아 이글거리는 태양에 몸을 내놓고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고, 수영이나 다이빙을 즐기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결 같은 휴가를 즐긴다.
주변에 거느린 14개의 섬을 찾아 떠나는 보트 투어도 인기다. 그중에서도 약 2㎞ 떨어진 ‘츠르베니 오토크(Crveni Otok)’나 ‘스베타 카타리나(Sveta Katarina)’와 같은 곳들이 한나절 여행 코스로 인기를 끈다. 해 질 무렵의 바닷가는 그야말로 절정이다. 석양을 받아 곱게 물들어가는 아드리아해와 노란 실루엣으로 변해가는 로빈의 모습은 황홀함의 절정이자 낭만의 백미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와 파스텔색의 마을
크로아티아를 찾은 여행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속담 하나,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이다. 소문난 대도시 여행지보다는 뜻밖의 작은 도시에서 의외의 매력을 발견하기 일쑤다. 로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훔(Hum)’이 특히 그렇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총 28가구가 사는 이곳은 보통의 마을보다도 작지만 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다. 훔을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깊숙한 산자락에 숨어 있기 때문에 이정표를 거듭 확인하지 않으면 속절없이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그 옛날 이민족의 침략을 피할 목적으로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장소에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동네의 첫인상은 사방이 고요하다. 길은 돌투성이라 가파르고 울퉁불퉁하다.
뼈대만 남은 옛집의 흔적에 가끔은 당황스럽다. 하지만 도시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진지하게 삶을 영위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소박하지만 고운 풍경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시는 매우 작아 10분 남짓이면 전체를 둘러보기 충분하다. 하지만 공을 들여 몇 번을 돌고 돌게 되는 것이 훔이 가진 마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시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묘한 기분과 함께 말이다.
이스트리아 내륙의 한쪽,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알록달록한 파스텔 색조의 도시에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면 틀림없이 라빈(Lavin)에 와 있는 거다. 라빈은 중세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도시이자 성벽으로 둘러싸인 요새마을이다. 이 도시의 색감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시간이 쌓여 빛이 바랜 건물의 외벽마저 솜씨 좋은 화가의 그림처럼 예쁘다. 이런 풍경에 반해 수많은 아티스트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래서인지 라빈은 온 동네가 갤러리고 화가들의 작업실이다. 매년 여름이면 예술축제인 ‘라빈 아트 리퍼블리카’로 도시가 들썩거리기도 한다. 여유가 있다면 라빈에서 불과 5㎞ 거리에 있는 해변 휴양지 ‘라바츠(Rabac)’도 들러볼 것. 이스트리아반도의 내륙과 해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테니까!
여행 메모 자그레브 버킷 리스트
한 나라의 수도가 그저 그런 취급을 받는다. 크로아티아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말이다. 과연 자그레브에 공을 들여도 괜찮을까? 물론이다.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자그레브의 매력은 배가 된다. 다음은 할 것도, 들를 곳도 많은 자그레브의 버킷 리스트다.
자그레브의 중심에서 셀카를
자그레브 시내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옐라치치 광장’이다. 크로아티아군을 이끌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맞서 싸웠던 국민적 영웅, 반 옐라치치 백작의 동상이 서 있는 바로 그곳 말이다. 자그레브를 구시가지인 어퍼타운과 신시가지인 로어타운으로 나누는 일리차 거리도 이 광장과 이웃한다.
명소 찾아 발 도장 찍기, 구시가지 탐방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구시가지는 골목골목 다양한 명소가 모여 있는 최고의 투어 스폿이다. 특히 모자이크 타일로 지붕을 디자인한 ‘성 마르크 성당’과 1000년이 넘는 역사, 100m가 넘는 나란한 두 개의 첨탑이 위용을 뽐내는 ‘자그레브 대성당’등은 이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 우스피냐차
세계에서 가장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자그레브에 있다. 66m 거리를 움직이는 ‘우스피냐차’다. 10분 단위로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탑승 후 30초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1890년 개통 당시는 증기로 운행됐으나 현재는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현지 시장 탐방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노천시장 ‘돌라츠’. 이곳에서 사고파는 대부분은 채소와 과일인데 하나같이 신선하고 컬러풀하다. 시간이 맞는다면 일요일에 열리는 ‘브리탄스키 골동품 시장’도 잊지 말 것. 녹슨 열쇠 꾸러미나 경첩부터 역사를 자랑하는 휘장, 배지, 낡은 사진, 화폐, 인형, 가구까지 엔티크한 물건들을 모조리 모아 놓았다.
빈티지한 트램 타보기
자그레브의 아이콘으로 트램을 빼놓을 수 없다. 멋스럽게 각이 진 빈티지풍의 노면전차가 거리를 내달리는 이국적인 모습은 이방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낮에는 17개가 운행되는 노선이 밤이면 4개로 줄어든다.
동상 찾아 삼만리
자그레브 시내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동상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그 가운데 트칼치체바 거리에 있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여성 저널리스트 ‘마리아 유리치 자고르카’나 에디슨에 버금가는 전기의 천재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이 특히 유명하다.
노천카페에서 빈둥거리기
자그레브 시내는 노천카페의 천국이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저마다 개성으로 단장한 카페들이 넘쳐난다. 거리 양쪽을 파라솔과 테이블이 길게 점령한 트칼치체바는 그중 압권이다.
임성훈 여행작가 shlim1219@naver.com
로빈(크로아티아)=글·사진 임성훈 여행작가 shlim1219@naver.com
작은 베네치아 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로빈
로빈은 크로아티아의 멋과 이탈리아의 낭만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지리적으로 이탈리아와 가깝기도 하거니와 역사적으로 약 600년간 베네치아의 지배를 받기도 해서다. 그래서인지 꼭 이탈리아의 항구마을처럼 느긋하다. 음식과 문화는 물론 사람들의 언어나 성격도 이탈리아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다. 현지인들은 크로아티아 언어를 이탈리아 말처럼 흥얼거리듯 읊조리고 물보다 와인을 즐기며 간식으로 젤라토를 무엇보다 사랑한다. 이 동네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골목 산책에 나서면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 문화가 공존하는 로빈의 매력이 더욱 두드러지게 다가온다. 사람들이 왜 이 도시를 일컬어 ‘작은 베네치아’라고 부르는지에 대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로빈의 골목은 미로와 같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사이로 나 있는 길은 좁고 복잡하다. 흡사 베네치아와 같은 모습이다. 수상 가옥들 사이로 떠다니는 곤돌라의 이미지로 유명한 베네치아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베네치아의 진정한 묘미는 촘촘하게 얽혀 있는 뒷골목을 산책하는 거라는 것을. 로빈 또한 그렇다. 아니 그 이상이다. 눈과 귀를 열고 다가서면 최고의 것을 볼 수 있다. 로빈은 어느 곳에서든 쉽게 골목으로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 여행자는 그리시아(Grisia)를 선택한다. 이 길은 구시가의 중심 통행로이자 골목 산책의 핵심이다. 출발점은 발비아치(Balbi Arch)다. 길은 완만한 비탈로 시작해 차츰 경사가 급해진다. 이에 더해 세월이 묻어 반질반질해진 두부 같은 돌바닥을 이기고 올라가는 산책 길이 절대 녹록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디로 시선을 돌리든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지니 보상은 충분하다. 골목의 양쪽은 그야말로 야외 갤러리다. 현지 예술가들의 손을 탄 작품이 벽마다 상점마다 빼곡하다. 로빈의 풍광을 직접 그려 넣은 마그넷부터, 인근 바닷가에서 가져온 조약돌을 펜던트로 이용한 목걸이, 이 도시의 예쁜 집들을 구현한 도자기, 작은 배에 사용됐던 널빤지에 그린 풍경화 등 아기자기하고 개성적인 아이디어 작품이 많아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집마다 널어놓은 빨래들이 나풀거리는 모습도 이국적이다. 현지인들의 일상이 배어 있는 의류와 함께 여행자들의 비치 타월, 수영복 등이 보이는 정취는 가뜩이나 컬러풀한 이곳에 더욱 다양한 색채를 더한다.
좌우로 연결된 골목으로 빠지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소박하지만 근사한 카페나 이탈리아풍의 식당인 트라토리아가 지친 발걸음을 유혹하고, 골목을 점령한 고양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아드리아해에서의 꿈결 같은 시간
길게 이어지던 그리시아는 언덕의 정상에 터를 잡은 ‘성 에우페미아 성당’에서 끝이 난다. 로빈의 심벌로 불리는 이 성당은 1736년 바로크 양식으로 건축된 우아한 건물이다. 특히 곁에 우뚝 선 회백색 종탑과 어우러져 도시의 아름다움에 마침표를 찍는다. 베네치아 성 마르코 성당의 것과 맥이 닿아 있다는 종탑의 높이는 무려 60m. 어느 각도에서 로빈을 보든 제일 먼저 성당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도 그래서다. 종탑의 꼭대기는 멋진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집마다 이고 있는 겹겹의 주홍빛 지붕과 푸른 바다의 색 대비가 눈에 띄게 도드라진다. 우리가 지중해의 풍경을 어떤 방식으로 상상하든 그것은 자유다.
분명한 점은 현실의 이 풍광이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멋지고, 눈부시다. 사계절을 통틀어 평균을 보자면 로빈의 모습은 어촌마을이다. 이른 아침이면 고깃배를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과 먹이를 찾아 서성대는 갈매기들의 날갯짓이 수수한 조화를 이루는 곳. 하지만 뜨거운 여름만을 놓고 보면 로빈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해변 휴양지다. 수많은 사람이 이 도시로 몰려든다. 키다리 야자수는 찾아볼 수 없지만, 바다가 보이는 거친 절벽을 벗 삼아 이글거리는 태양에 몸을 내놓고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고, 수영이나 다이빙을 즐기면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꿈결 같은 휴가를 즐긴다.
주변에 거느린 14개의 섬을 찾아 떠나는 보트 투어도 인기다. 그중에서도 약 2㎞ 떨어진 ‘츠르베니 오토크(Crveni Otok)’나 ‘스베타 카타리나(Sveta Katarina)’와 같은 곳들이 한나절 여행 코스로 인기를 끈다. 해 질 무렵의 바닷가는 그야말로 절정이다. 석양을 받아 곱게 물들어가는 아드리아해와 노란 실루엣으로 변해가는 로빈의 모습은 황홀함의 절정이자 낭만의 백미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와 파스텔색의 마을
크로아티아를 찾은 여행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속담 하나,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이다. 소문난 대도시 여행지보다는 뜻밖의 작은 도시에서 의외의 매력을 발견하기 일쑤다. 로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훔(Hum)’이 특히 그렇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총 28가구가 사는 이곳은 보통의 마을보다도 작지만 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다. 훔을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깊숙한 산자락에 숨어 있기 때문에 이정표를 거듭 확인하지 않으면 속절없이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그 옛날 이민족의 침략을 피할 목적으로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장소에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동네의 첫인상은 사방이 고요하다. 길은 돌투성이라 가파르고 울퉁불퉁하다.
뼈대만 남은 옛집의 흔적에 가끔은 당황스럽다. 하지만 도시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진지하게 삶을 영위하는 주민들의 모습과 소박하지만 고운 풍경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시는 매우 작아 10분 남짓이면 전체를 둘러보기 충분하다. 하지만 공을 들여 몇 번을 돌고 돌게 되는 것이 훔이 가진 마법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시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묘한 기분과 함께 말이다.
이스트리아 내륙의 한쪽,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알록달록한 파스텔 색조의 도시에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면 틀림없이 라빈(Lavin)에 와 있는 거다. 라빈은 중세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오래된 도시이자 성벽으로 둘러싸인 요새마을이다. 이 도시의 색감은 놀랍도록 아름답다. 시간이 쌓여 빛이 바랜 건물의 외벽마저 솜씨 좋은 화가의 그림처럼 예쁘다. 이런 풍경에 반해 수많은 아티스트가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래서인지 라빈은 온 동네가 갤러리고 화가들의 작업실이다. 매년 여름이면 예술축제인 ‘라빈 아트 리퍼블리카’로 도시가 들썩거리기도 한다. 여유가 있다면 라빈에서 불과 5㎞ 거리에 있는 해변 휴양지 ‘라바츠(Rabac)’도 들러볼 것. 이스트리아반도의 내륙과 해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테니까!
여행 메모 자그레브 버킷 리스트
한 나라의 수도가 그저 그런 취급을 받는다. 크로아티아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말이다. 과연 자그레브에 공을 들여도 괜찮을까? 물론이다. 투자한 시간에 비례해 자그레브의 매력은 배가 된다. 다음은 할 것도, 들를 곳도 많은 자그레브의 버킷 리스트다.
자그레브의 중심에서 셀카를
자그레브 시내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옐라치치 광장’이다. 크로아티아군을 이끌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맞서 싸웠던 국민적 영웅, 반 옐라치치 백작의 동상이 서 있는 바로 그곳 말이다. 자그레브를 구시가지인 어퍼타운과 신시가지인 로어타운으로 나누는 일리차 거리도 이 광장과 이웃한다.
명소 찾아 발 도장 찍기, 구시가지 탐방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구시가지는 골목골목 다양한 명소가 모여 있는 최고의 투어 스폿이다. 특히 모자이크 타일로 지붕을 디자인한 ‘성 마르크 성당’과 1000년이 넘는 역사, 100m가 넘는 나란한 두 개의 첨탑이 위용을 뽐내는 ‘자그레브 대성당’등은 이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 우스피냐차
세계에서 가장 짧은 거리를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자그레브에 있다. 66m 거리를 움직이는 ‘우스피냐차’다. 10분 단위로 운행하는 케이블카는 탑승 후 30초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1890년 개통 당시는 증기로 운행됐으나 현재는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현지 시장 탐방
자그레브를 대표하는 노천시장 ‘돌라츠’. 이곳에서 사고파는 대부분은 채소와 과일인데 하나같이 신선하고 컬러풀하다. 시간이 맞는다면 일요일에 열리는 ‘브리탄스키 골동품 시장’도 잊지 말 것. 녹슨 열쇠 꾸러미나 경첩부터 역사를 자랑하는 휘장, 배지, 낡은 사진, 화폐, 인형, 가구까지 엔티크한 물건들을 모조리 모아 놓았다.
빈티지한 트램 타보기
자그레브의 아이콘으로 트램을 빼놓을 수 없다. 멋스럽게 각이 진 빈티지풍의 노면전차가 거리를 내달리는 이국적인 모습은 이방인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낮에는 17개가 운행되는 노선이 밤이면 4개로 줄어든다.
동상 찾아 삼만리
자그레브 시내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동상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그 가운데 트칼치체바 거리에 있는 크로아티아 최초의 여성 저널리스트 ‘마리아 유리치 자고르카’나 에디슨에 버금가는 전기의 천재 ‘니콜라 테슬라’의 동상이 특히 유명하다.
노천카페에서 빈둥거리기
자그레브 시내는 노천카페의 천국이다. 골목마다 거리마다 저마다 개성으로 단장한 카페들이 넘쳐난다. 거리 양쪽을 파라솔과 테이블이 길게 점령한 트칼치체바는 그중 압권이다.
임성훈 여행작가 shlim12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