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강북 곳곳에서 '신고가' 경신…한남뉴타운 등 재개발 단지 투자 몰려
전문가 "시장 유통 가능한 매물 부족 원인"…금주 정부 현장 단속 효과 '촉각'


서울지역이 연일 폭염으로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가격도 곳곳에서 전고점을 넘어서 신(新) 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달 급매물 거래로 시작해 호가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한 달도 채 못돼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역대 최고가로 팔려나가는 곳이 늘어난 것이다.

이번주부터 정부의 부동산 시장 단속이 본격화하고, 추가 대책 발표 가능성도 커진 가운데 일단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 "비싸도 팔린다"…서울 아파트값 곳곳 전고점 웃돌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는 지난주 최고 16억7천만원에 팔렸다.

올해 초 최고가인 16억3천만∼16억5천만원을 2천만원 이상 웃도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후 고점 대비 최대 2억원가량 떨어진 14억5천만∼15억원 선까지 내려갔었다.

그러나 지난달 초 15억1천만∼15억2천만원에 저가 매물이 팔리기 시작하더니 지난주 연초의 전고점 가격을 넘어섰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정비계획 수립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있다 보니 지난달 보유세 개편안 발표 이후 몇 달간 관망하던 매수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인근 대치동의 다른 아파트는 별로 거래가 없는데 은마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다는 인식이 퍼지며 실수요자와 투자수요들이 같이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와 용산 일대 아파트는 매물이 모두 동났다.

그나마 나와 있던 매물도 집주인들이 모두 회수해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이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용산 한강로·문배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최근 한 달 만에 호가가 1억∼2억원 이상 올라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한강로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84㎡는 연초 7억8천만∼7억9천만원이던 시세가 지난달 중순 11억원까지 오르더니 현재 사상 최고가인 12억원에도 매물이 없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92㎡는 지난주 최고 10억5천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 말 최고가였던 10억2천만원보다 3천만원 뛴 것이다.

그나마 집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며 남아 있는 호가는 10억8천만∼11억원 수준이다.

마포구 아현동 H공인 대표는 "지난달 초까지도 거의 움직임이 없었는데 용산·여의도에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이쪽까지 매수세가 확산한 것"이라며 "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신고가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파크힐스 전용 59.91㎡는 지난 4∼6월에 고점대비 4천만∼5천만원 하락했다가 최근 다시 원상회복했다.

현지의 T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상당수가 전세를 끼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투자 목적의 갭투자자도 있지만 당장 입주가 불가능해 일단은 전세를 끼고 사뒀다가 몇 달 후 입주하려는 실수요자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단속 앞둔 서울 아파트 시장 "매물없어 부르는 게 값"
◇ 한남뉴타운 투자수요 몰려 매물 품귀…'재개발이 더 뜨겁다'

특히 재개발 시장이 서울 집값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 규제가 많은 재건축 대신 규제를 피해 재개발 시장에 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본다.

구역에 따라 한강 조망이 가능한 용산구 한남뉴타운은 용산 개발 호재까지 등에 업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남뉴타운 3구역 대지지분 19.4㎡는 현재 시세가 8억3천만∼8억5천만원이다.

지난달 초 박원순 시장의 '용산 통합개발' 발언 이전까지 6억원대였으나 한 달도 안 돼 2억원 이상 급등한 것이다.

3.3㎡당 시세로 치면 한 달 전 1억원에서 현재 1억3천만∼1억4천만원대로 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서울시가 용산 한남뉴타운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남3구역의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승인하면서 매물이 모두 동났다.

용산 한강로의 F중개업소 대표는 "한강로 3가의 대지지분 85.9㎡ 주택은 29억9천만원에 매물이 나왔는데 집주인이 그 자리에서 5억원을 올려 35억원을 달라고 해 계약이 무산됐다"며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 이후 내내 이런 일(계약 무산)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의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별다른 규제가 없다 보니 시중의 유동 자금이 서울시내 재개발로 몰려가고 있다"며 "돈 없는 서민들은 엄두도 못내고 수억원, 수십억원씩 돈 있는 사람들의 투기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 흑석뉴타운,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동대문구 청량리 재개발과 장위뉴타운 일대도 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

동대문구는 지난 6월 이후 아파트값 주간 상승폭이 서울시내 상위 '톱5'안에 들 정도로 상승세가 가파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이문동 지하철 신이문역 일대는 이 지역 재개발 호재로 인근 4천여가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있는 매물은 단지마다 한두 개에 그친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거래 가능한 매물이 별로 없어서 가격이 뛴다"고 말했다.
정부 단속 앞둔 서울 아파트 시장 "매물없어 부르는 게 값"
◇ 전문가 "매물 부족이 상승 부채질"…정부 단속 효과 있을까

전문가들은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 호재가 한동안 잠잠하던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지만 가격이 단기간에 비정상적으로 오른 것은 시장에 유통 가능한 매물이 줄어든 영향도 크다고 말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건축 지위양도 금지, 임대사업 등록 촉진 등으로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매물까지 늘었다는 것이다.

매물이 없으면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이 되고, 그런 매물이 팔리고 나면 며칠 만에 수천만원씩 계단식으로 가격이 급상승한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 한 건이 팔리고 나면 500만∼1천만원씩 호가가 오르는 게 정상인데 지금은 2천만∼3천만원이 그 자리에서 올라버린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며 서울 등 인기지역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형국이다.

증여와 임대사업자 등록이 사상 최대치를 찍은 것도 매물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임대사업 등록주택은 최소 4년, 길면 8년 이상 의무 임대 기간이 있어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로 등록된 민간 임대사업 주택은 전국적으로 17만7천가구에 이른다.

이중 서울에서 등록한 주택이 37.3%인 6만6천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서울 서초구 반포·잠원동, 강남구 개포동 일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재건축 단지는 10년 이상 장기 보유자 매물 외에는 아예 매매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들로 거래가 몰린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해 8·2부동산 대책 발표와 동시에 서울 강남 등 11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묶이고 양도세가 10% 중과하면서 처음부터 매도를 포기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투기과열지구로 규제가 충분한데 굳이 투기지역으로까지 묶을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매물이 늘려면 집값이 더이상 오르지 않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며 "그러나 이런 경우는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 충격이 있을 때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대출이 부실화되는 등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시중에 넘치는 유동 자금이 갈 곳이 없다 보니 여전히 부동산에 머물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 주택 구매자들이 다주택자도 있지만, 집값이 내려가길 기다리던 실수요자들도 못 참고 매수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안명숙 부장은 "정부가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현금 5억∼10억원씩 들고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며 "가을 성수기 이사철을 앞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주부터 정부 단속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아오른 시장이 진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 한국감정원과 함께 합동 시장점검단을 구성해 주택거래 신고내역과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분석하고 미성년자와 주택 다수 거래자, 업·다운 계약서 의심거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용산과 여의도 일대,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이 1차 단속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 단속이 달아오른 시장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만간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파구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어차피 지난주는 이 일대 중개업소가 단체 휴가여서 문을 열지 않았는데 정부 단속이 뜨면 이번주에도 문을 열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최근 가격이 단기에 급등하면서 매수자들이 부담스러워하던 상황인데 호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