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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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 조작 논란이 시작된지 약 넉 달만에 6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의 포토라인에 선다.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김 지사를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공작 공범으로 조사한다.

김 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을 알고서 승인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40일간 해온 특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 측은 김경수 경남지사가 댓글 조작 내용을 드루킹으로부터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료는 지난달 드루킹이 특검팀에 제출한 USB(이동식 저장 장치)에서 발견됐다.

특검팀이 확보한 드루킹의 USB 안에는 'KIS'라는 폴더가 있었다. 드루킹이 만든 정치 모임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의 이니셜.

KIS에는 '바둑이'라는 하위 폴더가 있었다고 한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부른 별칭이다.

기사에 달린 댓글에 손으로 일일이 '추천'을 눌러 순위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프로그램을 사용해 추천 수를 올리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으로 업무방해를 한 사실을 김 지사가 알고 있었거나 지시했다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받게 된다. 특검팀은 이번 자료가 김 지사가 사전에 킹크랩을 사용한 댓글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댓글조작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또 2017년 12월 드루킹에게 일본지역 고위 외교공무원직을 대가로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상태다.

김 지사는 킹크랩 시연회 연루 의혹에 대해 "불법적인 지시를 했겠느냐. 소설 같은 황당한 얘기"라고 일축하는 등 특검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김 지사는 킹크랩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며 이를 이용한 불법 댓글조작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특검에서 강조할 계획이다. 김 지사는 구체적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느릅나무 출판사를 2∼3차례 찾아간 사실은 인정한다. 드루킹으로부터 '선플 운동을 하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시인한다.

하지만 거듭 돌이켜봐도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았을 당시 드루킹이 킹크랩과 같은 자동화 프로그램의 구동 모습을 보여준 기억은 없다는 것이 김 지사 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드루킹과 기사 URL을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역시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을 통해 좋은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취지였을 뿐 댓글조작과 같은 불법 행위를 부탁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

김 지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드루킹이 킹크랩을 동원해 여론 조작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으므로 드루킹과의 공모 관계는 깨지게 된다. 알지 못하는 일을 공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업무방해 혐의가 무너지게 되면 킹크랩을 통한 댓글조작을 매개로 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역시 모두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40일간의 특검 수사 결과가 부정되는 셈이다.

김 지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동명이인의 전 대구고검장 김경수 변호사를 선임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이 당시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법 적용을 한 것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특검 건물 주변의 경계도 강화된다. 경찰은 특검 사무실이 서울 강남역 근처로 항상 인파로 붐비는 데다 시민과 취재진, 시위대가 뒤엉킬 가능성이 커 경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