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일본형 부동산 폭락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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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인터뷰
“한국에 일본식 부동산 폭락은 오지 않을 겁니다.”
7일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사진)은 “인구구조 변화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택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정부 정책과 공급량일 뿐 경제활동인구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12년 전인 2006년 베스트셀러 ‘인구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란 책을 냈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인구 감소 영향으로 한국 부동산시장 전망도 10년 후부턴 밝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전망은 정반대다. ‘전향’한 그를 만나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과거 일본형 불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는데.
“일본과 미국의 경우 통계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가격 등락의 연관성이 높았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앞두고 집값이 급등하면서 버블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은퇴 시기는 2018년 전후인 만큼 당시로서는 10년가량 남아 있었다. 그때까진 장기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이후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시각이 달라진 이유가 있나.
“인구절벽보다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정책과 공급이다. 추세를 정하는 건 결국 이 두 가지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졌다. 운이 좋게 전망이 맞긴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 달리 일시적 불황에 그쳤다. 미국은 정부가 주택 공급을 급격히 줄이고 금융기관 정상화 등에 주력하면서 주택시장 균형이 회복될 만한 여건을 마련한 까닭에 장기불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나라 가운데 장기불황에 빠진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역대급 실수 때문이었다. 버블 붕괴 이후 집값이 폭락했음에도 공급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폈다.
결론적으로 베이비붐 세대 은퇴를 계기로 자산시장이 붕괴하고 일본형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란 가설은 틀렸다. 일본의 장기간 경기 침체는 인구 감소 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부동산 버블이 발생했다. 버블 붕괴 이후에 주택 착공을 줄여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떨어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택 공급을 늘린 것이다. 이게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독일,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인구가 감소한 나라 가운데 일본처럼 장기불황을 겪은 나라가 없다. 독일도 일본처럼 1990년대에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20년 전보다 경제가 30% 커졌고 부동산 가격은 1.1배, 주가는 5.2배 상승했다. 일본 자산시장 붕괴도 인구 감소보다는 ‘거품’과 당국의 연이은 정책 실패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국 부동산은 아주 일부 지역을 빼고는 거품이 없어 일본처럼 붕괴할 염려가 없다. 인구절벽론 같은 미신에 속지 말고 마음 편하게 투자해도 된다.”
▶한국은 어떤가.
“노령화는 경제에 부정적이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인구증가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2010년 이후 연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9%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인구추계는 예상을 벗어났다. 2005년 조사에선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5년 조사에선 이 시점이 2030년 초반으로 미뤄졌다. 외국인 인구 유입이 가팔라진 데다 기대수명도 연장된 영향이다.
주택을 매도할 것으로 예상했던 은퇴 세대는 오히려 주택을 더 구입했다. 50세 이상의 아파트 구입 비중은 2011년 28.9%에서 2015년 35.5%로 높아졌다. 저금리가 이런 변화를 유발했다. 예컨대 시중금리가 5% 정도라면 자가로 살던 집을 전세로 옮긴 뒤 차액으로 이자놀이를 하면 되겠지만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베이비부머들은 살던 집을 담보로 잡고 소형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놓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구 분화에 따른 수요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올바를 수도 있다. 인구감소 추세에 비해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가구수 증가폭이 더욱 크다. 수요 증가가 더욱 빠르다는 의미다.” ▶지금 부동산가격이 거품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가구소득과 주택가격, 금리를 합성한 지수인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를 보면 아직 역사적인 평균 수준이다. 지수가 평균 수준을 이탈할 때는 조심해야겠지만 아직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버블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가구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의 경우 여의도에서는 8배 정도까지 본다. 다만 PIR은 금리와 함께봐야 한다. 금리가 오른다면 7배도 비싸다.”
▶경기는 바닥인데 부동산만 활황인 이유는 뭔가.
“우선 경기가 바닥이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성장했다.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이다. 낮다고 보기 어렵다. 6월 고용동향에서 전체 취업자수는 10만명 증가에 그쳤지만 상용근로자, 즉 4대보험에 가입되는 근로자는 30만명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고용은 늘고 있는데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와 파트타임 일자리 증가가 부진하다는 의미다. 실적발표에서도 기업경기는 나쁘지 않다. 실물경기가 최악이라고 얘기들 하지만 고소득 월급쟁이들의 경기는 사상최고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자가보유율은 61%, 수도권은 49%가량이다. 소득 상위 50%정도가 집을 소유하고 있다. 하위는 그렇지 않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부동산시장은 사회 전체의 평균소득보다는 상용근로자들의 소득과 밀접하다. 주택을 구매하는 건 이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고용 중인 직원 10만여명은 평균 1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실적이 개선된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이 받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건 주택 구매여력 또한 증가한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에서 공급까지 부족하다면 답은 뚜렷하다.” ▶수급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이다. 적정 공급량은 어떻게 따져야 하나.
“지역별 가구수 대비 주택공급량을 봐야 한다. 연 2.5% 순증이 적정 공급량이다. 서울의 경우 한참 모자란다. 그만큼의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 않아서다. 1970~1980년대 지어진 집들의 경우 내구성이 의문일 뿐더러 주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크다. 주차장은 미어터지고 수도관에선 녹물이 나온다. 사실상 40년이 지난 집들은 사용가치가 다했으므로 멸실돼야 한다.”
▶서울 집값이 진정세를 보이다 7월 급등한 원인은 뭔가.
“지난해 강남 집값에 불을 붙인 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이었다. 통과과 안 될 것처럼 보이던 초고층 재건축안이 통과되면서 주변이 모두 들썩였다. 이번에도 지방선거를 전후해 서울시의 기조가 바뀐 부분이 크다고 본다. 박원순 시장이 용산과 여의도 통합개발 이야기를 꺼낸 까닭이다. 용산의 스러져가는 집들을 가리자는 얘기까지 나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통합개발 얘기가 진행된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선을 줬다. 박시장은 그동안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은 지양하고 도시재생을 지향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투자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동안의 서울시 기조가 바뀌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사소한 오해만으로도 불이 붙을 수 있는 게 시장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이후 양도소득세 중과로 거래가 실종됐을 뿐 상승압력은 꾸준히 존재했다.” ▶하지만 금융쪽으론 악재만 남았다. 여신규제가 시작됐고 금리도 인상기에 접어들었다.
“금리를 인상한다는 건 경기가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리인상 속도보다 소득증가 속도가 빠르다면 주택가격은 더욱 오르기도 한다. 지난 2005년~2008년과 2010년~2012년 두 차례에 걸친 금리인상기 때 초반에도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선 부동산을 잡는 카드인 건 맞다.”
▶가계부채 증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가계부채는 경제규모가 커지는 동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인구주택총조사에선 임차가구의 70%가 월세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전엔 전세 비중이 70%였던 것과 정반대다. 그만큼 전체 임대시장에서 전세보증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증금이 줄어들면 집주인들의 부동산담보대출로 전이된다. 사금융이 공적인 분야로 노출되는 셈이다. 더욱 규모가 큰 대출이지만 연체율은 낮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가계부채로 둔갑했다. 가계부채 규모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종합하자면 연말까지 부동산시장은 호황인가.
“내년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준비된 상태라면 상승 요인이 있다고 본다. 명목성장률이 2.9%이고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나온다면 내년까지 전국 집값은 5%가량 오를 수 있다. 보수적인 전망이다. 주택구입여력이 견조하다는 걸 고려하면 경제성장과 소득증가 수준만큼은 오르지 않겠는가. 무역분쟁 이슈 등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률이 급락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수출은 여전히 잘 되고 있고 조세수입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못했던 곳이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급행철도(GTX)나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 철도를 중심으로 교통망 수혜를 보는 곳들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집값이 계속 올라 내 집 마련을 망설이거나 시기를 정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데.
“서울의 전세 거주자는 주택 매입을 고려하는 게 좋다. 집의 사용가치는 전셋값으로 나타나는데 전세가격은 1980년대 이후 딱 두 번 하락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다. 하락률은 5%도 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거나 주택공급이 어려워질수록 전셋값은 오르기만 한다. 전세가격이 받쳐주면 매매가격은 당연히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오르지만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전세와 다르다. 땅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 등 재투자의 가치도 존재한다. 주거환경이 나쁘지 않은 집을 사는 걸고려해 봐야 한다. 사용가치, 즉 전세가격이 오를 만한 집을 산다면 매매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입지가 고민이라면 사소한 여건부터 하나씩 포기하며 비교해 보면 된다. 첫 집을 마련했다면 징검다리에 오를 준비가 된 것이다.”
글=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
7일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사·사진)은 “인구구조 변화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주택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정부 정책과 공급량일 뿐 경제활동인구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12년 전인 2006년 베스트셀러 ‘인구변화가 부의 지도를 바꾼다’란 책을 냈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중 하나는 인구 감소 영향으로 한국 부동산시장 전망도 10년 후부턴 밝지 않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전망은 정반대다. ‘전향’한 그를 만나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과거 일본형 불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는데.
“일본과 미국의 경우 통계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가격 등락의 연관성이 높았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앞두고 집값이 급등하면서 버블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은퇴 시기는 2018년 전후인 만큼 당시로서는 10년가량 남아 있었다. 그때까진 장기 호황이 이어지겠지만 이후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시각이 달라진 이유가 있나.
“인구절벽보다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정책과 공급이다. 추세를 정하는 건 결국 이 두 가지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졌다. 운이 좋게 전망이 맞긴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 달리 일시적 불황에 그쳤다. 미국은 정부가 주택 공급을 급격히 줄이고 금융기관 정상화 등에 주력하면서 주택시장 균형이 회복될 만한 여건을 마련한 까닭에 장기불황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거나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나라 가운데 장기불황에 빠진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역대급 실수 때문이었다. 버블 붕괴 이후 집값이 폭락했음에도 공급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폈다.
결론적으로 베이비붐 세대 은퇴를 계기로 자산시장이 붕괴하고 일본형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란 가설은 틀렸다. 일본의 장기간 경기 침체는 인구 감소 하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부동산 버블이 발생했다. 버블 붕괴 이후에 주택 착공을 줄여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떨어지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주택 공급을 늘린 것이다. 이게 잃어버린 20년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독일,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인구가 감소한 나라 가운데 일본처럼 장기불황을 겪은 나라가 없다. 독일도 일본처럼 1990년대에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20년 전보다 경제가 30% 커졌고 부동산 가격은 1.1배, 주가는 5.2배 상승했다. 일본 자산시장 붕괴도 인구 감소보다는 ‘거품’과 당국의 연이은 정책 실패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한국 부동산은 아주 일부 지역을 빼고는 거품이 없어 일본처럼 붕괴할 염려가 없다. 인구절벽론 같은 미신에 속지 말고 마음 편하게 투자해도 된다.”
▶한국은 어떤가.
“노령화는 경제에 부정적이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나라는 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인구증가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2010년 이후 연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2.9% 수준을 유지했다. 그런데 인구추계는 예상을 벗어났다. 2005년 조사에선 2018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15년 조사에선 이 시점이 2030년 초반으로 미뤄졌다. 외국인 인구 유입이 가팔라진 데다 기대수명도 연장된 영향이다.
주택을 매도할 것으로 예상했던 은퇴 세대는 오히려 주택을 더 구입했다. 50세 이상의 아파트 구입 비중은 2011년 28.9%에서 2015년 35.5%로 높아졌다. 저금리가 이런 변화를 유발했다. 예컨대 시중금리가 5% 정도라면 자가로 살던 집을 전세로 옮긴 뒤 차액으로 이자놀이를 하면 되겠지만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베이비부머들은 살던 집을 담보로 잡고 소형 아파트를 사서 월세를 놓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는 가구 분화에 따른 수요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올바를 수도 있다. 인구감소 추세에 비해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가구수 증가폭이 더욱 크다. 수요 증가가 더욱 빠르다는 의미다.” ▶지금 부동산가격이 거품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가구소득과 주택가격, 금리를 합성한 지수인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를 보면 아직 역사적인 평균 수준이다. 지수가 평균 수준을 이탈할 때는 조심해야겠지만 아직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버블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 가구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의 경우 여의도에서는 8배 정도까지 본다. 다만 PIR은 금리와 함께봐야 한다. 금리가 오른다면 7배도 비싸다.”
▶경기는 바닥인데 부동산만 활황인 이유는 뭔가.
“우선 경기가 바닥이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2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성장했다.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이다. 낮다고 보기 어렵다. 6월 고용동향에서 전체 취업자수는 10만명 증가에 그쳤지만 상용근로자, 즉 4대보험에 가입되는 근로자는 30만명 이상 증가했다. 기업의 고용은 늘고 있는데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와 파트타임 일자리 증가가 부진하다는 의미다. 실적발표에서도 기업경기는 나쁘지 않다. 실물경기가 최악이라고 얘기들 하지만 고소득 월급쟁이들의 경기는 사상최고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자가보유율은 61%, 수도권은 49%가량이다. 소득 상위 50%정도가 집을 소유하고 있다. 하위는 그렇지 않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부동산시장은 사회 전체의 평균소득보다는 상용근로자들의 소득과 밀접하다. 주택을 구매하는 건 이들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고용 중인 직원 10만여명은 평균 1억1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런데 실적이 개선된 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이 받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의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건 주택 구매여력 또한 증가한다는 의미다. 그런 상황에서 공급까지 부족하다면 답은 뚜렷하다.” ▶수급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이다. 적정 공급량은 어떻게 따져야 하나.
“지역별 가구수 대비 주택공급량을 봐야 한다. 연 2.5% 순증이 적정 공급량이다. 서울의 경우 한참 모자란다. 그만큼의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지 않아서다. 1970~1980년대 지어진 집들의 경우 내구성이 의문일 뿐더러 주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크다. 주차장은 미어터지고 수도관에선 녹물이 나온다. 사실상 40년이 지난 집들은 사용가치가 다했으므로 멸실돼야 한다.”
▶서울 집값이 진정세를 보이다 7월 급등한 원인은 뭔가.
“지난해 강남 집값에 불을 붙인 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이었다. 통과과 안 될 것처럼 보이던 초고층 재건축안이 통과되면서 주변이 모두 들썩였다. 이번에도 지방선거를 전후해 서울시의 기조가 바뀐 부분이 크다고 본다. 박원순 시장이 용산과 여의도 통합개발 이야기를 꺼낸 까닭이다. 용산의 스러져가는 집들을 가리자는 얘기까지 나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통합개발 얘기가 진행된다. 당연히 해야 될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선을 줬다. 박시장은 그동안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은 지양하고 도시재생을 지향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투자자들은 사실 여부를 떠나 그동안의 서울시 기조가 바뀌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사소한 오해만으로도 불이 붙을 수 있는 게 시장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이후 양도소득세 중과로 거래가 실종됐을 뿐 상승압력은 꾸준히 존재했다.” ▶하지만 금융쪽으론 악재만 남았다. 여신규제가 시작됐고 금리도 인상기에 접어들었다.
“금리를 인상한다는 건 경기가 좋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리인상 속도보다 소득증가 속도가 빠르다면 주택가격은 더욱 오르기도 한다. 지난 2005년~2008년과 2010년~2012년 두 차례에 걸친 금리인상기 때 초반에도 부동산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선 부동산을 잡는 카드인 건 맞다.”
▶가계부채 증가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가계부채는 경제규모가 커지는 동안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근 인구주택총조사에선 임차가구의 70%가 월세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년 전엔 전세 비중이 70%였던 것과 정반대다. 그만큼 전체 임대시장에서 전세보증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증금이 줄어들면 집주인들의 부동산담보대출로 전이된다. 사금융이 공적인 분야로 노출되는 셈이다. 더욱 규모가 큰 대출이지만 연체율은 낮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부동산임대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가계부채로 둔갑했다. 가계부채 규모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종합하자면 연말까지 부동산시장은 호황인가.
“내년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준비된 상태라면 상승 요인이 있다고 본다. 명목성장률이 2.9%이고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나온다면 내년까지 전국 집값은 5%가량 오를 수 있다. 보수적인 전망이다. 주택구입여력이 견조하다는 걸 고려하면 경제성장과 소득증가 수준만큼은 오르지 않겠는가. 무역분쟁 이슈 등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률이 급락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수출은 여전히 잘 되고 있고 조세수입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지역별로는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지 못했던 곳이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도권급행철도(GTX)나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 철도를 중심으로 교통망 수혜를 보는 곳들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집값이 계속 올라 내 집 마련을 망설이거나 시기를 정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데.
“서울의 전세 거주자는 주택 매입을 고려하는 게 좋다. 집의 사용가치는 전셋값으로 나타나는데 전세가격은 1980년대 이후 딱 두 번 하락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때다. 하락률은 5%도 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거나 주택공급이 어려워질수록 전셋값은 오르기만 한다. 전세가격이 받쳐주면 매매가격은 당연히 그보다 높은 수준에서 오르지만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전세와 다르다. 땅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재건축 등 재투자의 가치도 존재한다. 주거환경이 나쁘지 않은 집을 사는 걸고려해 봐야 한다. 사용가치, 즉 전세가격이 오를 만한 집을 산다면 매매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입지가 고민이라면 사소한 여건부터 하나씩 포기하며 비교해 보면 된다. 첫 집을 마련했다면 징검다리에 오를 준비가 된 것이다.”
글=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사진=변성현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