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13년 6월 18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한국과 경기에서 승리하자 한국팀 벤치를 향해 달려와 속칭 '주먹 감자'를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013년 6월 18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한국과 경기에서 승리하자 한국팀 벤치를 향해 달려와 속칭 '주먹 감자'를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한국 축구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주먹 감자'를 날리며 굴욕을 안겼던 카를로스 케이로스(65) 전 이란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 물망에 오르자 축구팬들의 환영하는 분위기다.

케이로스 감독 선임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대표팀에 케이로스 감독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짙다.

케이로스 감독의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설은 지난 5일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을 통해 불거졌다.

메흐디 타즈 이란축구협회장은 인터뷰에서 "한국축구협회가 케이로스와 접촉해 감독 선임을 협의했다"고 공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케이로스 감독 접촉설에 대해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여러 정황상 케이로스 감독에게 영입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축구 팬들이 꼽는 케이로스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그는 포르투갈 유소년 대표팀과 성인 대표팀에서 감독 생활을 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석 코치 활동을 하며 이름을 날렸다.

또한 최근 7년 동안 이란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면서 대표팀을 장기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고 여기에 더해 아시아 축구까지 완벽히 이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약팀이 강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그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끈끈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스페인에 0-1 석패, 포르투갈에 1-1 무승부, 모로코에 1-0 승리라는 값진 결과를 이끌어냈다.

몸값도 합리적인 수준이다. 지난 5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축구협회로부터 약 25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 지도자 경험이 있는 A급 감독의 몸값이 5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이 40억원을 기부하면서 두둑한 실탄까지 확보한 상태다.

무엇보다 축구팬들은 케이로스 감독이 협회의 간섭과 줄타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 대표팀을 맡으면서 이란 축구대표팀에 자기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이란과 협상하면서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병역을 마치지 않았어도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국제 대회 참가를 위해 외국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고의 선수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선발해 최고의 팀을 만들겠다는 자신만의 축구 철학인 셈이다.

그동안 많은 한국 대표팀 감독들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자기 선수를 뽑았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축구팬들은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케이로스 감독이 이러한 '인맥축구' 의혹을 끝낼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축구팬들에게 '밉상 감독'으로 불리며 원성을 샀던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면 그야말로 반전드라마가 될 수 있다.

숱한 악연으로 점철됐던 케이로스 감독과 한국이 한 팀으로 만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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