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기술원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고출력 박막 증착공정을 하고 있다.  /한국광기술원 제공
한국광기술원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고출력 박막 증착공정을 하고 있다. /한국광기술원 제공
광주광역시에서 100여 종의 LED(발광다이오드) 제품을 전문 생산하는 P사는 2013년 8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린 데다 수요도 줄어서다.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등의 밝기와 수명을 연장하는 특허기술을 개발하고, 새 공장까지 지었지만 단가 경쟁에서 밀려 납품에 실패하면서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다.

6일 한국광산업진흥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출과 고용자 수가 줄어드는 등 LED와 광통신 부품 등 광주의 주력산업인 광(光)산업 성장세가 한계상황에 맞닥뜨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9년 지역전략산업 육성 대상으로 선정된 광주 광산업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지역 대표 전략산업으로 육성됐다. 광주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한국광기술원 한국광산업진흥회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10개 기관이 광주에 집적한 것도 광산업 육성에 큰 힘을 보탰다. 정부와 광주시는 광산업 육성에 2000년부터 2012년까지 8400억원을 투자했다.
光州 '광' 산업, 중국산 LED에 밀려 고전
1999년 매출 1136억원과 근로자 1896명이던 광주 광산업은 2013년 매출 2조7105억원과 근로자 8445명으로 크게 늘었다.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될 정도로 기술력을 갖춘 스타기업도 두 곳 나왔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LED 제품이 수입되고, 광통신부품 제조 기술력이 중국에 추월당하면서 지난해 매출 2조2705억원, 근로자 7513명으로 각각 17%와 12%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업체 수 역시 360개에서 276개로 84개 줄었다. 볼트 타입의 가정용 LED 전구는 국내산이 개당 2만원인 데 비해 중국산은 9000원으로 ‘반값’에 불과하다.

업체 규모가 작아 신기술 개발 등 연구 능력이 부족한 것도 중국산에 밀린 이유다. 2015년 기준 매출 100억원 미만 업체가 전체의 75.7%에 이른다. 광주 광산업 최대 사업장이었던 LG이노텍이 일부 생산라인을 경기 파주로 옮기면서 단순 조립으로 유지하던 업체 중 20여 곳이 부도 위기에 몰렸고, 10여 곳이 문을 닫았다.

2012년 정부 지원이 끝난 뒤 연구개발비 지원이 매년 50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업체 자생력이 크게 떨어졌다. 광통신 패키징 부품 제조업체인 코셋의 주관종 대표는 “정부가 최저입찰제를 고수하는 동안 싼값을 무기로 중국 업체들이 진출했고, 국내 업체가 고사하는 일이 계속됐다”며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위기에 몰린 광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LED 제품을 공공시설물에 확대 보급하기로 했다. 광통신 부품과 LED 보급을 전담할 협동조합 설립도 지원하기로 했다.

조용진 한국광산업진흥회 부회장은 “광산업진흥법 제정에 힘을 쏟는 한편 산업 융복합을 통해 신산업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