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있는 아침] 이폴리트 플랑드랭 '젊은 남자의 누드'
19세기 프랑스 화가 이폴리트 플랑드랭(1809~1864)은 젊은 시절 파리에서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에게 그림을 배웠다. 루이 14세가 이탈리아 로마에 설립한 미술학교 ‘로마 아카데미’에서 대상을 받은 그는 그곳에서 5년간 유학하며 르네상스와 바로크 회화, 장식 벽화를 연구했다. 역사화와 초상화 분야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플랑드랭은 파리 센강 왼쪽 기슭에 있는 생제르맹데프레 성당의 벽화를 그려 유명해졌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그의 작품 ‘바닷가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의 누드’는 로마 아카데미에서 수학할 때 그린 수작이다. 해변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껴안고 앉아 있는 젊은이의 옆모습을 실감 나게 잡아냈다. 어떤 이야기나 주제를 표현하기보다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인체가 어떻게 자연과 동화되는지를 시각예술로 보여준다. 질서정연한 구도와 비율, 형식과 내용의 균형을 중시한 신고전주의 미술 기법을 적절히 구사해 스승 앵그르의 영향을 받았음을 직감할 수 있다. 물과 구름 사이 빛과 어둠, 청년의 머리와 무릎 사이 명암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당시 프랑스의 대표적 공모전인 ‘살롱전’에 출품해 미술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그림은 황제 나폴레옹 3세가 구입해 플랑드랭의 대표작이 됐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