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BMW 사태를 맞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검토키로 한 것은 현재의 리콜 제도에서는 제대로 된 소비자 보호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7일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BMW가 리콜 발표 전까지 정부 기관의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등 리콜 제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BMW의 자발적 리콜이 결정된 것은 7월 26일이다.

그러나 한 달 전인 6월 25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이 BMW에 520d 차량에서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회사 측에 기술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BMW 측은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7월 5일 연구원이 자료를 재차 요구했으나 BMW는 '독일 본사와 원인 규명 중'이라는 이유를 대며 다시 제출을 거부했다.

7월 12일 연구원이 국토부에 BMW 화재 관련 이상 동향을 보고했다.

올해 상반기 조사한 화재 사고 20건 중 9건이 BMW 520d 차량에서 발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16일 교통안전공단에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고, 18일 BMW가 리콜 의향을 표명했다.

하지만 BMW는 20일 국토부에 빈약한 리콜 계획서를 냈다가 국토부의 강력한 보완 요구를 받고 철회해야 했다.

BMW는 25일 보완된 계획서를 제출했고, 결국 26일 10만6천대에 대한 리콜이 발표됐다.

이처럼 BMW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부실한 자료를 내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BMW 승용차들이 연달아 도로에서 불탔지만 국토부로선 딱히 제재할 방안이 없었다.

미국처럼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어 제작자가 리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 피해의 3배까지 손해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배상액 규모가 크지 않고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해당돼 이번 BMW 사태처럼 재산상 손해만 발생한 경우는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자동차 회사에 대해 리콜과 관련한 자료 제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자료를 제출할 때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리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현재로선 BMW 사태처럼 연달아 특정 자동차 모델에서 화재 사고가 났다고 해도 소방과 경찰에 조사 우선권이 있어 자동차안전연구원은 해당 기관이 요청할 때만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차량이나 부품을 확보하려면 소유자 동의가 필요해 연구원이 확보하는 데 애로가 적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