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을 잘 운용해 자산을 불리고 싶은 욕구는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사회초년생이나 중산층에게도 있다. 은행이나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서 금융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수억원을 굴리는 자산가가 아닌 일반 개인투자자는 쉽사리 PB센터 문을 열기 어렵다. 중산층이나 사회초년생은 투자에 관심이 있어도 주거래 은행이나 증권사의 창구 직원이 단편적으로 추천하는 상품만 쳐다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5월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다. 자산관리 시장이 고소득자 중심으로 치우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하려는 목적이었다. IFA는 특정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회사로부터 독립성을 갖춘 투자자문업자를 말한다. 금융상품을 개발하거나 판매하는 금융회사로부터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고객에게만 자문료를 받는다. 증권사나 은행 지점의 ‘밀어내기’식 상품영업 행태가 사라지고 고객의 수요 및 투자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자문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도입 1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IFA로 등록한 업체는 한 곳도 없다. 기존 투자자문사가 IFA로 전환할 수 있다는 시장의 예측은 빗나갔다. 개인이 자문수수료를 내는 문화가 자리잡지 않아 수익구조가 검증되지 않은 탓에 기존 자문사들이 전환을 꺼린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부분 자문사가 주식투자 자문에 특화돼 있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자문하는 곳은 드물다는 점도 당국의 계산이 통하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금 규모에 따라 IFA가 권유할 수 있는 상품에 제한이 있는 것도 IFA 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된다. IFA 자본금이 5억원 미만이면 주식이나 채권은 권유할 수 없고 펀드나 환매조건부채권(RP), 예금 등만 다룰 수 있다. 5억원 이상이면 주식과 채권을 권유할 수 있지만 자본금 규모가 아무리 커도 연금과 보험은 취급할 수 없다.

박신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FA가 활성화한 영국에서는 IFA가 투자상품과 연금상품의 대표적 판매 채널이고 투자상품 자문뿐 아니라 은퇴설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 IFA도 개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종합적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