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나섰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급물살'…인터넷은행 '방긋'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 한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물줄기"
케이뱅크 수혜 기대…제 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현하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가로막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국회 입법을 주문하고 나서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정보기술(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되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를 완화한 은행법 개정안이 2년 전 국회에 발의됐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를 호평하며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난 1년 은행의 개념을 바꾼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국민의 큰 호응을 얻었고, 금융권 전체에 전에 없던 긴장과 경쟁을 불러일으켰다"며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는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술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회에는 입법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이 금융 분야와 신사업 혁신성장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물줄기가 될 것"이라며 "그 길을 정부와 국회가 함께 열 수 있도록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필요한 보완책을 함께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도 문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을 금융 혁신의 '개척자'라고 표현했다.
이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권에 긴장과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금융소비자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며 "핀테크 혁신의 개척자이자 금융혁신의 촉매제"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금융 혁신 관련 법안들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힘을 실으면서 업계의 시선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로 쏠렸다. 특히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지만 자본 확충에 실패하면서 대출 사업에 차질을 빚어왔다. 지난해 실시한 1000억원 규모의 1차 유상증자는 겨우 마쳤지만, 올해 5월 추진했던 1500억원 규모의 2차 유상증자는 300억원을 모으는 것에 그쳤다.
유상증자를 가로막은 것은 은산분리 규제였다. 케이뱅크의 실질적 대주주인 KT(지분 10%)가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추가 지분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여개 주주사들이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증자에 참여하다 보니, 부담을 느낀 중소벤처 주주들의 이탈이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자본이 부족해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출 중단을 반복했다"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신규 상품·서비스 출시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카카오뱅크도 유상증자와 함께 기업공개(IPO)에 나서기가 더 용이해질 것"으로 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의 주가는 5.73% 상승 마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인한 성장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터파크와 네이버, SK텔레콤 등은 차기 인터넷전문은행 후보군으로 꾸준히 언급돼 왔다. 당초 금융위원회가 연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힌만큼 이들 기업이 은행과 손잡고 제3,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 예금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점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풀어야할 숙제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을 외친 시간에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동영그룹 사태를 예로 들며 "은산분리가 은행업과 제조업 모두에 혁신과 경쟁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고, 결국 한국 경제의 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개연성이 높다"고 얘기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실적이 부진한 것이 아니다"며 "은산분리는 한국 금융정책의 기본 원칙이자 금과옥조며, 어떤 이유로도 은산분리 완화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케이뱅크 수혜 기대…제 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현하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가로막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국회 입법을 주문하고 나서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정보기술(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되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이를 완화한 은행법 개정안이 2년 전 국회에 발의됐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과를 호평하며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아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지난 1년 은행의 개념을 바꾼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로 국민의 큰 호응을 얻었고, 금융권 전체에 전에 없던 긴장과 경쟁을 불러일으켰다"며 "혁신기술과 자본을 가진 IT 기업의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는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에 기여하고 기술융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이를 통해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회에는 입법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이 금융 분야와 신사업 혁신성장으로 이어져 한국 경제성장의 새로운 물줄기가 될 것"이라며 "그 길을 정부와 국회가 함께 열 수 있도록 국회가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필요한 보완책을 함께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도 문 대통령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을 금융 혁신의 '개척자'라고 표현했다.
이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권에 긴장과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금융소비자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며 "핀테크 혁신의 개척자이자 금융혁신의 촉매제"라고 칭했다.
그러면서 "금융 혁신 관련 법안들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힘을 실으면서 업계의 시선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로 쏠렸다. 특히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했지만 자본 확충에 실패하면서 대출 사업에 차질을 빚어왔다. 지난해 실시한 1000억원 규모의 1차 유상증자는 겨우 마쳤지만, 올해 5월 추진했던 1500억원 규모의 2차 유상증자는 300억원을 모으는 것에 그쳤다.
유상증자를 가로막은 것은 은산분리 규제였다. 케이뱅크의 실질적 대주주인 KT(지분 10%)가 산업자본으로 분류돼 추가 지분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여개 주주사들이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증자에 참여하다 보니, 부담을 느낀 중소벤처 주주들의 이탈이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자본이 부족해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대출 중단을 반복했다"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신규 상품·서비스 출시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카카오뱅크도 유상증자와 함께 기업공개(IPO)에 나서기가 더 용이해질 것"으로 봤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의 주가는 5.73% 상승 마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인한 성장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터파크와 네이버, SK텔레콤 등은 차기 인터넷전문은행 후보군으로 꾸준히 언급돼 왔다. 당초 금융위원회가 연내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힌만큼 이들 기업이 은행과 손잡고 제3,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신청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 예금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한 점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풀어야할 숙제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혁신을 외친 시간에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동영그룹 사태를 예로 들며 "은산분리가 은행업과 제조업 모두에 혁신과 경쟁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고, 결국 한국 경제의 시스템 위기를 불러올 개연성이 높다"고 얘기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역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금융노조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실적이 부진한 것이 아니다"며 "은산분리는 한국 금융정책의 기본 원칙이자 금과옥조며, 어떤 이유로도 은산분리 완화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