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 인하" 그대로 믿고 썼다간 '전기료 폭탄'
누진제 1·2단계 100㎾h씩 확대
정부 "월 평균 1만원 할인 효과"
500㎾h 초과 사용 땐 적용 안돼
에어컨 4시간 이상 틀면 '그림의 떡'
아이 있는 저소득 4인가구보다
고소득 1인가구가 할인율 높아
누진제 폐지 요구 더 거세질 듯
가구당 19.5% 할인 효과 낸다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에어컨을 틀지 않는 봄·가을 기준 도시 4인 가구의 평균 전력 사용량은 350㎾h다. 전기료 누진제의 2단계 구간(201~400㎾h)에 해당한다. 사용량에 따른 전기요금(4만5340원)에 부가가치세(10%), 전력산업기반기금(3.7%)을 합한 청구액은 5만5080원이다.
이들 가구의 전기 사용량이 폭염으로 100㎾h 늘어났다면, 누진제 3단계 구간(400㎾h 초과)에 해당돼 전기요금이 껑충 뛴다. 이번에 누진제 한시 완화로 2단계 구간의 상한이 500㎾h로 높아져 기준 요금이 늘어나지 않는다. 산업부는 이를 기초로 7~8월 두 달간 월 200㎾h 이상 사용하는 1512만 가구가 평균 19.5%(1만370원)의 요금 경감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가구가 혜택을 보는 금액은 2761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누진제 완화와 별도로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책도 발표했다. 7~8월 한시적으로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의 전기요금 복지할인을 30% 확대한다. 기존 출생 1년 이하 영유아 가정에만 적용하던 출산가구 할인 기간도 출생 3년 이하 영유아가 있는 가정으로 늘리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번 지원책으로 46만 출산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4시간 트나, 10시간 트나 똑같은 할인액
할인율이 평균 20%에 육박한다는 산업부 발표와 달리 가정에서 체감하는 전기요금 할인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산업부가 발표한 누진제 한시 완화 방안에 따른 할인이 전력 사용량 500㎾h까지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500㎾h를 초과하는 사용량은 할인 적용이 안 된다.
이 때문에 한 달 전력 사용량이 500㎾h를 초과하는 가정은 전기료 할인율이 19.5%에 못 미친다. 초과 사용량이 많을수록 할인율은 크게 낮아진다. 4인 가구가 에어컨을 하루 평균 4시간만 틀어도 전력 사용량은 578㎾h로 할인 기준선을 훌쩍 넘어선다.
에어컨 사용시간을 기준으로 할인이 적용된 요금을 계산할 경우 4시간 이상 틀면, 8시간이든 10시간이든 상관없이 할인폭은 2만2000원 선으로 같다. 예컨대 소비전력 1.84㎾h인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튼 가정의 전기료는 할인 전 12만9020원에서 할인 후 10만7730원으로 2만1920원(16.5%)의 요금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같은 기준으로 하루 10시간 가동한 가정의 전기료는 23만8130원에서 21만6850원으로 비슷한 폭으로 내려간다. 할인율은 8.9%로 훨씬 낮다.
정부 발표치와 실제 할인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산업부가 폭염이 본격 닥치기 전인 6월26일~7월26일 기간 416만 가구의 요금 데이터를 기반으로 절감효과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대책을 설계하기 위해 최신 자료를 사용했다”며 “다소 현실과 다르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누진제 전면 폐지” 목소리 높아질 듯
어설픈 요금 한시 인하로 누진제를 아예 손보자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아이나 노인이 있어 에어컨을 오랜 시간 가동해야 하는 저소득층 4인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으면서도 전력 사용량이 200~400㎾h로 적은 1인 가구가 더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는다”며 “누진제 자체를 폐지하고 계절과 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전기요금 대책 브리핑에서 “국회와 상의해 전기요금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장기적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도 계절과 시간대별로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