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의 차기 행장 선임이 4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인 DGB금융그룹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일정조차 못 잡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은행은 오는 13일 열리는 정기이사회 안건으로 대구은행장 선임을 올리지 않기로 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차기 행장 선임과 관련된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4월2일 박명흠 부행장이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은 뒤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5월 김경룡 전 DGB금융지주 부사장이 차기 대구은행장에 내정됐지만 채용비리와 연루됐다는 회사 안팎의 비판을 받으며 7월 중도 낙마했다.

업계에선 차기 행장 인선이 하이투자증권 인수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서류를 제출했지만, 지난 1월 금감원은 보완을 요구하며 심사를 중단했다. 박인규 전 DGB금융그룹 회장이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은 지난달 금감원에 수정된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또 탈락하면 사실상 인수가 어려워진다”며 “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DGB금융이 혹시라도 모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행장 선임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하나금융그룹 출신인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이 조직 장악을 위해 행장 선임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DGB금융은 지난 6월 김 회장이 주도해 인적 쇄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박 전 회장 측근 등 임원 11명이 물러났다. 그러나 물러난 임원 중 일부가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와 관련된 법적 절차를 밟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은행 의존도가 높은 DGB금융의 특성상 내부 출신 인물이 행장으로 선임되면 외부 출신인 김 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외부 출신 인사를 은행장에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