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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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코인에 대해 투자를 권유 받았습니다. 내용은 기사 그대로입니다. ICO(가상화폐 공개)는 하지 않고 8월 중~9월 경에 상장 한다고 합니다. 스캠(사기 암호화폐)으로 봐야 하는지 의견을 구합니다.”

최근 기자가 받은 메일이다. 지난 4월27일자 기사(‘[이슈+] 난립하는 가짜 ICO, 당신의 지갑을 노린다’)에서 카카오를 사칭한 보라코인을 다룬 터라 관련 문의가 온 것이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과 블로그 등을 통해 홍보하는 보라코인은 개인들에 이더리움으로 투자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개발에 집중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암호화폐를 발행하며, 그 물량을 확보한 기관투자자를 통해 개인에게 보라코인을 판매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프라이빗 세일 후 6월에 곧바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된다고 했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다. 9월에 상장한다고 일정만 미룬 상태다. 여전히 투자자들에게는 그들이 ‘선택받은 소수’임을 강조하며 ‘은밀한 기회’를 제안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는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발행 계획은 없다. 상식적으로 따져보면 카카오가 구태여 암호화폐를 발행해 개인들 대상으로 판매할 개연성도 부족하다.

이미 기업공개(IPO)가 된 회사가 ICO를 하면 자본시장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을 우회해 자금을 모집하는 행위는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IT 대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이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 자금력이 충분한 기업 입장에선 암호화폐를 발행해 기관이나 개인에게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도 없다. 결국 보라코인은 카카오를 사칭한 사기로 볼 수 있다.
카카오게임즈에서 암호화폐를 판매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왼쪽)와 한 암호화폐 업체의 ICO 설명회 모습.
카카오게임즈에서 암호화폐를 판매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왼쪽)와 한 암호화폐 업체의 ICO 설명회 모습.
국제적으로도 대기업을 사칭한 사기 암호화폐는 끊이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카드 결제 시스템을 내세운 센트라 코인은 비자카드, 마스터카드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고 홍보하다가 올 4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소로 경영진이 구속됐으며 투자자들에 의한 집단소송이 진행 중이다. 5월에는 디즈니와 페이팔을 사칭한 블록체인 타이타늄도 SEC에 적발됐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카카오를 사칭한 카카오 네트워크 사이트가 암호화폐 ‘KON’ ICO를 한다며 사이트를 개설해 논란이 됐다. 홈페이지에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 파운데이션X의 황성재 대표 등이 팀원으로 기재됐다.

당시 황성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카카오 네트워크 사이트에 한재선 대표와 내가 공동창업자로 들어갔다. 사실이 아니고 100% 사기”라고 알렸다. 황 대표 등의 적극 대처로 해당 사이트는 곧바로 폐쇄됐다.

최근 들어 해외 블록체인 전문매체들을 통해 발트3국의 삼성전자 법인이 간편결제 업체 캅페이(Cop Pay)와 제휴를 맺고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현지 법인에 확인을 거쳐 “캄페이와 제휴를 맺은 사실이 없다”며 암호화폐 결제 도입은 물론 암호화폐 발행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오버노드의 임현민 공동대표는 “블록체인 생태계가 확대되며 일반 기업들도 ICO를 고려하는 만큼 대기업을 사칭하는 사기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실제 기업이 ICO를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기는 어렵다. 대기업 이름을 내세운 ICO는 일단 경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라고 조언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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