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때는 17시간 운전…올해는 행운이 깃든 시즌
우즈 "9년 전 양용은에게 역전패, 다 지나간 일이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17년 전 9·11 테러 당시를 회상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출전을 앞둔 우즈가 갑자기 예전 일을 떠올린 것은 그가 9·11 테러 당시 머물던 곳이 바로 올해 PGA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 컨트리클럽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우즈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대회 장소인 벨러리브 컨트리클럽에서 연습 중이었다.

8일(한국시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우즈는 "당시 테러로 인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빌딩이 무너진 상황에서 대회가 취소됐고 항공편이 대거 결항하면서 여기서 플로리다주 집까지 17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때 우즈가 운전한 거리는 대략 1천600㎞ 정도 된다.

17시간을 운전해 9월 13일에야 집에 도착했다는 우즈는 이 테러로 인해 자신의 재단의 성격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996년 우즈와 그의 부친 얼 우즈가 설립한 타이거 우즈 재단은 이전까지는 골프에 한정된 역할을 하는 단체였으나 이 사건을 겪은 우즈가 조금 더 지속적인 가치를 지니는 재단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우즈는 아버지와 의논 끝에 지역사회 자선 활동과 교육 등의 역할을 재단 활동에 추가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이 코스에서는 이후 2008년 BMW 챔피언십이 열렸지만 우즈는 이때는 무릎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다.

결국 한 번은 테러, 또 한 번은 부상 때문에 이 코스를 경험할 기회를 모두 놓친 셈이다.

우즈는 "2001년 이후 이곳에 와볼 기회가 없었다"며 "오늘 5개 홀 정도를 돌아봤고 내일 또 코스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랭킹 1천200위 정도에서 시작해 50위대로 오른 이번 시즌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말에는 '행운이 깃든(Blessed) 시즌'이라고 답했다.

직전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에 나서기까지 했던 우즈는 "다시 이런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복 받은 한 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투어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꿈이 이뤄진 것"이라며 "복귀해서 우승 경쟁까지 하게 됐는데 이번 주에는 우승까지 하게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허리 부상에서 돌아온 그에게 '육체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적응하기 어려운가'라는 질문을 하자 우즈는 "신체적인 부분이 더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신체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10년, 15년 전에는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은 어려워진 부분이 많다"며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경기하는 방법도 배워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9년 전 이 대회에서 양용은(46)에게 최종 라운드 역전패를 당한 이야기도 기자회견 도중에 나왔다.

'9년 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역전패를 당한 일 때문에 이 대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이 나온 것이다.

우즈는 "그때는 내가 전성기 때였지만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해 Y.E(양용은의 영문 이니셜)에게 졌다"며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고 또 하나의 PGA 챔피언십이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올해 다시 우승권에 진입해서 이 대회 5번째 우승을 하게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