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세습' 인정받은 명성교회… 논란 확산
'변칙 세습'이라는 비판을 받은 명성교회의 목사직 승계가 교단의 법적 인정을 받았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8일 기독교계에 따르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 재판국은 전날 열린 명성교회 목회세습 등 결의 무효 소송에 대한 재판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 결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국원 15명 무기명 비밀 투표 결과, 8명이 김하나 목사 청빙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김하나 목사는 지난 2015년 정년퇴임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 아들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세운 교회로, 등록 교인이 10만 명에 달한다.

예장 통합교단 헌법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다.

지난해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김하나 목사 청빙안 가결을 결정한 노회 결의가 무효라며 총회 재판국에 소송을 제기했다.

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지나서 김하나 목사가 취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김삼환 목사 퇴임 후 세습 의혹이 일자 명성교회는 담임목사를 새로 찾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목사는 2014년 경기 하남시에 명성교회 지부격인 새노래명성교회를 세워 독립했다.

그러나 명성교회는 후임 목사를 초빙하지 않았고 지난해 3월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김 목사는 지난해 11월 명성교회에 부임했다.

교단 안팎의 비판에도 세습이 이뤄지고 교회법상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오자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예장 통합총회의 '세습금지법'은 유명무실한 법이 됐다"며 "이 판결은 한국교회의 개혁을 꿈꾸는 젊은 목회자와 신학생들의 세습반대 절규를 외면한 유전무죄의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는 "은퇴하는 목회자 자녀는 해당 교회의 담임 목사가 될 수 없다는 총회 헌법은 사문화됐다"며 "통합총회는 9월 총회에서 하느님 앞에서 스스로 한국의 장자 교단이라는 자임했던 명성을 회복할 것인지, 세계 최대 장로교회인 명성교회의 재력을 얻을 것인지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목회자들도 이번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공개서한 형식의 글에서 "김삼환 목사님, 이제 조용히 통합총회를 떠나 주십시오"라며 "그래야 한국교회와 총회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며 그래야 신학교들도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습에 반대하는 측은 총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사회법을 통한 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교회로서는 판결을 존중하며 감사하는 입장"이라며 "더 낮은 자세로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