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가족이 4명인 40대 남성 K씨는 친자매·사촌자매 관계인 여성 3명과 차례로 위장결혼했다. 결혼한 뒤 아파트에 청약 신청을 해 분양권을 당첨받고 이혼했다. 이를 통해 부산·울산·세종에 있는 아파트 3채의 분양권을 취득했다. 이 같은 불법 청약을 배후에서 기획한 건 불법청약모집 총책 A씨(51)였다. A씨는 아파트 3채에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아 수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8번 위장전입해 7차례 청약 당첨

자매 3명과 각각 위장결혼… 3채 당첨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8일 청약통장을 사들인 후 통장명의자들을 위장결혼·위장전입시키는 방법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하고, 이를 불법 전매해 수십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청약통장 모집총책 A씨등 총 109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분양권 불법 전매로 부동산 가격을 교란한 혐의(주택법 위반)다. A씨와 작업책 3명을 제외한 1086명의 사범 중 위장결혼에 가담한 자는 14명, 위장전입자는 98명, 불법 전매자는 974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 A씨와 작업책 3명은 청약통장을 사들인 뒤 청약가점이 높은 사람을 골라 허위로 혼인·전입신고를 하게 하는 방법으로 아파트 분양권 당첨 확률을 높이고, 이렇게 당첨된 분양권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주변 인맥과 전단 광고를 이용해 청약통장 332개와 공인인증서 등을 비롯한 청약신청 필요 서류를 개당 200만~1000만원가량에 매입했다. 이후 이 통장들로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 아파트 분양권 243건을 따내고 ‘떴다방’ 등을 통해 건당 1000만~1억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했다.

A씨와 함께 일을 꾸민 위장결혼 작업책은 자녀가 있는 이혼남녀들에게 허위로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혼인신고서 작성 시 증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위장전입 작업책은 청약통장 명의자들로부터 매수한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민원24시’에 접속해 주소지를 바꾸는 방법으로 이들을 위장전입시켰다.

부양가족 7명을 데리고 있는 한 남성은 이렇게 해서 8번을 위장전입해 모두 7차례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다. “A씨에게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 등을 매도한 이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A씨의 말에 금세 넘어갔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용 실수요자에게 고스란히 전가”

앞서 경찰은 2016년 강남권 아파트 분양권을 불법전매하도록 알선한 업자 234명을 검거했다. 이와 별개로 2017년 3월에는 공증업자 J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아파트 분양권 불법전매와 관련한 공정증서 2418건을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수색한 문서를 분석해 610명을 검거, 검찰에 송치했고 이번에 974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경찰은 부정하게 당첨된 분양권 243건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당첨 취소를 의뢰하는 한편 불법 전매 974건은 매도자와 매수자 관할 구청과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다. 또 여전히 불법전매 의혹이 남은 684건도 끝까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처럼 프리미엄을 붙여 아파트 분양권을 되파는 행위가 주택 가격을 왜곡한다”며 “청약통장을 매매하는 비용, 위장결혼과 위장전입 가담자에 지급하는 비용 등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실수요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